언젠가 꼭 다시 듣고 싶은 목소리에 대해
글쓰기와 사진으로 기록하는 것은 나름 익숙하다. 일상에서 짤막한 메모나 핸드폰을 통해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때부터인가, 짧게라도 영상을 남겨놓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언젠가 들을 수 없는 목소리들이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올해 5월,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 너무나 건강하고 활발하셨는데, 갑작스레 심정지가 왔다고 한다. 그 며칠 전만 해도 짤막한 통화를 나눴었는데. 그때 들은 목소리가 외할머니의 마지막 목소리였다. 서서히 실감이 나면서 가장 아쉬웠던 것. 바로 외할머니와의 영상을 많이 남기지 못했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지금은 최대한 그 목소리를 기억하려 노력한다. 대사, 단어, 말투, 높낮이 하나하나... 되새길 때마다 그리움이 앞서지만 그래도 최대한 돌이켜본다. 기억 속에서도 따뜻함이 느껴지곤 한다.
예전에는 영상을 남기려는 사람들을 보면 '사진만 찍으면 되지, 영상까지 찍나' 하면서 유난스럽게 여기곤 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마음을 너무나 알 것 같다. 지금의 행복한 순간을 나중에도 다시 보고 싶고, 기억하고 싶은 것이다. 그만큼 '지금'이라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것일 테다.
외할머니와 가깝게 지내셨던 친구분들을 통해 사진과 영상들을 전해받았다. 아들과 딸의 어머니, 손주들의 할머니가 아닌 그분 그 자체의 모습이 더 묻어 나오는 듯했다. 사진과 영상을 간단히 남길 수 있는 요즘이 얼마나 감사한지. 앞으로는 종종 짧게라도 영상을 부지런히 남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