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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pe Nov 01. 2022

사장님, 흰 국화꽃 있나요?

지금 꼭 내야 하는 용기

"사장님, 흰 국화꽃 있나요?"


자주 가는 꽃집에 들어서며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이른 오전 일정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 인스타그램 친구의 스토리를 보고서 용기를 낸 것이었다.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놓인 꽃들과 조문 메시지들을 담은 기사였다.


집에서 멀지 않은 이태원. 한때 출퇴근길 지하철로 수없이 지나쳤던 6호선 이태원역. 또 불과 한 달 전에 친구들과의 약속으로 들렀던 동네 이태원. 지금도 표현하기 어려운 이 먹먹한 마음을 담아, 꽃과 함께 인사를 꼭 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흰 국화꽃이 있냐는 첫 질문에 사장님은 바로 눈치를 채셨다. 그리고는 요즘 꽃 시장에 가도 흰 국화꽃이 거의 없다며, 다른 흰색 꽃을 권하셨다. 어린 친구들을 위해서는 이 꽃이 더 어울릴 것 같다고 하시며.


꽃 외에도 다른 소재를 얹어주시며 부지런히 꽃을 포장해주시던 손길. 이동시간을 확인하며 줄기 끝부분에 부어주시던 물의 양도 평소보다 넉넉했으며, 마무리도 평소의 마끈이 아닌 흰색 리본을 꺼내 정성스럽게 묶어주셨다. 검은색 리본이면 더 좋았을 텐데, 지금 있는 색깔이 이것뿐이라고 하시면서. 그 외 장식을 위해 붙여주시던 스티커도 이번에는 붙이지 않으셨다. 그렇게 나는 꽃과 함께 사장님의 마음을 조심스레 받아 들었다. 아무리 작은 매개체와 표현이라도, 진심은 통하는 건가 보다.


"감사합니다. 잘 전해드리고 올게요."


거창하게 나서지 않아도 평소처럼. 자리를 지키며 최선을 다해주는 모습만으로도 큰 격려와 위로가 되는가 보다. 그러고 보니 그 꽃의 이름도 제대로 물어보지 못하고 와버렸다. 덕분에 잘 다녀왔다는 인사를 전해드릴 겸, 꼭 다시 가서 여쭤보고 와야겠다.


더욱더 잊지 못할 오늘의 꽃다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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