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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pe Oct 28. 2022

책을 봐야되는데 자꾸 한눈을 팔게 돼

의정부미술도서관

의정부미술도서관 2층에서 바라본 내부


경기도 의정부시에는 미술관과 도서관을 융합한 복합 문화공간이 있다. 바로 '의정부미술도서관'이다. 이름만 들으면 미술 관련 전문 도서관인 것만 같다. 하지만 직접 방문하면 그 의미는 일부일 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도서관 내부는 그야말로 거대한 미술관, 갤러리와 같다. 칸막이 등의 구분이 없고, 서가의 높이도 낮아 모든 공간이 한눈에 들여다보인다. 낮은 서가 위에는 자그마한 생화 식물들도 놓여 있어 생동감을 전한다.


의정부미술도서관은 총 세 개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도서관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1층 아트 그라운드, 모든 열람 영역을 집중적으로 배치한 2층 제너럴 그라운드, 각종 프로그램과 소통이 이루어지는 3층 멀티 그라운드가 그것이다. 그 가운데를 관통하는 원형 계단 또한 이곳에서 강조하는 '연결'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각 층은 천정으로 마감되어 있지 않다. 즉 2층이나 3층 난간에서 보면 도서관 내부를 아우를 수 있다. 아예 도서관의 한쪽 벽면은 통창으로 되어 있어 바깥 풍경을 보여주는 동시에 햇살을 고스란히 전하고 있다.


특히 시선을 사로잡은 곳은 2층 제너럴 그라운드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책보다는 공간과 가구들이 눈에 띄었다. 도서관이라고 하면 느껴질 딱딱하고 정형화된 가구들이 아닌, 컬러풀한 색상과 독창적인 디자인을 지닌 의자와 책상들이 곳곳에 있었다. 마치 직접 만지고 앉아볼 수 있는 가구 전시회에 온 듯했다. 거의 누워서 있을 수 있는 소파의자(?)도 곳곳에 있었다.


2층 제너럴 그라운드의 한 곳은 아예 어린이 도서들로 가득했다. 난간 서가 한 곳에는 그림책의 일부를 전시해두었는데, 미술관과 도서관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연결해주는 배치였다. 의정부미술도서관 곳곳에는 낮은 높이의 서가가 둥글게 배치되어 있고 그 안에 책상과 조명까지 오롯이 놓여있다. 한 번쯤은 앉아보고 싶게 만드는, 마치 카페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어떤 책을 읽어볼까 한 바퀴 빙 둘러보았다. 우선 문학 서가에 놓인, 예전부터 궁금했던 일본 소설을 집어 들었다. 하지만 '왠지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책을 봐야겠다'라는 마음이 들었다. 중간에는 김영하 작가의 신작 <작별인사>도 찾았으나, 역시나 인기도서인지 대출 중이었다. 그래서 2층에 처음 올라왔을 때 궁금했던 'F' 시리즈 매거진 코너로 향했다. 다이닝 분야, 매거진의 글, 아티클에 괜한 관심이 생기고 있어 더욱 궁금했다.



2층 난간 쪽 자리에서 읽은 ‘F’ 매거진. 이날 노트북은 괜히 가져왔다.


'F' 매거진은 'B' 매거진 편집부와 배달의민족이 협업하여 함께 만든 매거진이다. 주제로 정한 식재료를 온전하고도 집요하게 파고든다. 매거진마다 정해진 코너에 맞추어 쓰기보다, 각 식재료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 수 있는 코너를 고민해서 만든 흔적이 보였다. 사진과 글, 그리고 그와 어울리는 각종 디자인 요소들. 요즘 매거진의 매력에 새삼 빠지고 있어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미식, 다이닝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그 음식이나 식재료에 '미쳐' 있는 것 같다.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것에 대한 열정이 느껴진다. 부러우면서도 나도 그렇게 해보고 싶다는 도전의식이 생겼다. 난간 쪽 주황빛 의자에 앉아 매거진을 읽다가, 떠오르는 생각들에 멍을 때리기도 했다. 이따금씩 이렇게 휴식과 영감을 전달하는 공간에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 서울에는 이런 공간 어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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