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카페꼼마&얀 쿠브레 신사점'
나름 번화가에서 그 동네답지 않은 조용한 곳을 찾는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북카페'를 검색해 보면 된다. 책을 읽으려면 아무래도 어느 정도 차분한 분위기는 조성되어야 하니까. 그렇게 새삼 발견한 곳이 있다. 바로 신사역 부근에 있는 카페꼼마이다.
정확히 말하면 '카페꼼마&얀 쿠브레 신사점'이다. 문학동네 출판사에서 운영하는 북카페인 '카페꼼마'와 프랑스 유명 디저트 베이커리 '얀 쿠브레'가 함께 있는 곳. 압구정에서의 늦은 저녁 일정을 앞두고 약 두 시간 정도 일찍 방문했다. 한남대교 끝 부분에 있는 곳이라 신사역을 대표하는 가로수길의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신사스퀘어의 지상층에 들어서자마자 눈을 의심했다. '이 넓은 곳이 다 그 카페라고...?' 안으로 들어가도 그 놀라운 풍경은 변함이 없었다. 책상과 의자처럼 노트북 작업 혹은 독서에 특화된 자리들. 소파와 낮은 테이블처럼 대화에 특화된 자리들까지, 다양한 형태의 좌석들이 놓여 있었다. 어떤 모임이라도 다 소화해 버리겠다는 의지가 보였다. 각 자리는 어느 정도 거리가 떨어져 있어, 저마다 시간을 보내며 집중하기에도 좋아 보였다.
눈을 사로잡은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벽들을 가득 채운 책장과 책들. 특히 문학동네 출판사의 시그니처로 꼽히는 세계문학전집과 시인선들이 책장의 처음과 끝을 장식하고 있었다. 마치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려는 듯.
소설, 자기 계발, 경제경영 등 일반적인 분야별 분류 외에도 작가 추천도서와 서재 같은 큐레이션 서가도 마련되어 있었다. 카페에서 음료나 디저트를 주문하면 그 책들을 직접 읽어볼 수 있으며, 10%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도 가능하단다. 또한 중앙 벽에는 미술 작가들의 작품도 월별로 전시하고 있어 보는 즐거움을 더하고 있었다.
소장한 책들 외에도 이렇게 볼거리가 많은 북카페라니. 주문한 커피가 나왔음에도 한동안 마시지 못한 채 서가 주변을 계속 맴돌았다. 그렇게 관심 있는 책들을 들고 와보니 어느새 네 권의 책이 모여 있었다.
과연 나는 이 네 권의 책을 다 읽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요'. 처음에는 여러 책을 한 곳에서 편히 읽을 기회가 없을 거란 생각에 무작정 집어왔다. 하지만 첫 번째 책을 읽다 보니 거기에 빠져서, 다른 책을 볼 겨를이 없어졌다.
다양한 책을 짧게 훑어볼 것인가. 한 권의 책을 오래도록 볼 것인가. 나는 후자의 경험을 한 셈이다. 어떻든 손해 보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기대 이상의 멋진 곳을 알았고, 이날 읽은 책을 통해 기대 이상으로 힐링을 했기 때문이다.
특히 책을 읽으면서는 떠오르는 고민과 생각들을 수첩에 직접 손으로 마구 적었다. 핸드폰 메모는 편리하긴 하지만, 그 편리함을 위해 요약의 과정을 거치느라 그 생생함이 조금씩 사라져 간다. 그렇게 흘려보내기 싫어서 수첩과 볼펜을 꺼내 들었다. (그래서 다른 책을 읽어볼 시간이 더 없었던 것 같다.)
평소에 예체능을 잘하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전시를 보러 가면 미술 잘하는 사람이, 공연을 보러 가면 노래, 춤, 음악 잘하는 사람이 부러웠다. 자신만의 표현 방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 너무 멋져 보였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나에겐 '글'이 있었다. 잘하든 못하든, 내가 붙들 수 있는 표현 방식.
책을 좋아하고, 글을 읽으며 자신 혹은 세상과 대면하고, 쓰면서 해소하려고 하는 나 자신이 참 좋다. 나만의 방식을 갖고 있다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곁에서 응원해 주는 사람들도 있다. 끝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지만, 그 과정이라도 기대하고 즐기고 싶다. 읽고 쓰고 표현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