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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pe Feb 22. 2023

전시회 하나 보고 온 느낌

서울 강남구 '% ARABICA'

언젠가 풍문으로 들었다. 어느 유명한 커피 브랜드가 서울 코엑스에 한국 첫 매장을 차린다는. 일명 '응커피'라고 불리던 % 아라비카 커피(이하 아라비카 커피)였다. 지금 보니 나도 나름 새롭고 핫한 곳을 찾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나 보다. 커피를 잘 마시지도, 맛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언젠가 가봐야겠다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오픈 이후, 한동안 가볼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워낙 사람이 많다고 들었기에. 그래서 어느 정도 유명세가 약해지고 나면 가야지 했는데, 그렇게 어느새 시간이 흘러가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 기회가 생겼다.


코엑스에서 열리는 한 페어에 지인이 작가로서 참여한다고 했다. 무료 초대장을 챙겨준 덕분에 곧 찾아갈 예정이었다. 또 마침 코엑스 근처에서 일하는 다른 지인의 연락이 와서, 페어를 구경하기 전 점심시간에 잠시 만나기로 했다. 여러모로 코엑스에 갈 일이 생겼고, 시간도 남게 되는데 무얼 할까. 그때 이 카드가 떠올랐다. '응커피에 한번 가보자!'


코엑스는 우리 동네에서 버스로 한 번에 가지만, 짧지도 길지도 않은 애매한 거리에 있다. 나도 모르게 찾아오는 지루함에 졸기 시작할 즈음 꼭 도착한다. 지도 어플을 보며 찾아가 보니, 아라비카 커피의 메인 입구는 건물 외벽에 따로 있었다. 별다방 도서관과 닿아 있는 구조였다.



둥글게 통유리창으로 마감한 외벽. 내부는 화이트와 우드톤으로 꾸며져 있었다. 창을 통해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 덕분에 카페 내부는 더 환하고 넓어 보였다. 좌석은 창밖을 바라보는 바 테이블이 대부분. 안쪽에 네 명 정도 둘러앉을 수 있는 테이블 자리도 있었으나, 역시나 그 자리는 꽉 차 있었다. 마침 나도 오래 있을 생각은 아니었으니, 햇살 자리에서 조금 떨어진 바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무작정 오는 것만 생각하느라 메뉴는 정하지도 못했다. 자리를 잡고 앉아 추천 메뉴가 무엇인지 검색해 보았다. 교토라테가 시그니처이며, 더 단맛을 원하면 스패니쉬라테를 마셔보라는 의견이 주류였다. 그렇게 나는 리뷰들이 추천해 준 대로, 산미 있는 원두의 교토라떼를 주문했다.


주문한 커피를 기다리면서, 나를 찾아온 코엑스 직장의 지인을 만났다. 그러던 중 아라비카 커피 매장 직원들의 모습을 보며 감탄했다. 카운터의 직원은 주문받은 커피의 용량을 확인하거나 고를 원두의 설명을 손님이 바뀔 때마다 반복했다. 또 픽업(Pick Up) 매대에서 커피를 내주는 직원은 대기번호를 큰 소리로 외쳐가며 손님을 찾았다. 매번 이렇게 똑같이 반복할 것을 생각하니 대단하고 놀랍기만 했다. 내가 예전에 맥도날드 알바를 했을 때도 저런 모습이었을까.



주문한 커피가 나왔다. 아라비카 커피와의 첫 만남. 또렷한 라테아트를 얹은 모습. 적당히 달달한 맛이 났다. 왠지 인기가 많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드디어 아라비카 커피를 마셨다는 만족감 때문이었을까? 뭔가 전시 하나를 보고 나온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그 후 좀 더 자리에 앉아 있다가, 시간이 지나 햇살이 우리 쪽으로 점점 더 다가와 눈이 부실 무렵 일어났다. 그리고 별마당 도서관으로 나가 한쪽 자리에 앉았다. 커피를 홀짝이는 내 등뒤에 햇살이 따끈하게 쏟아졌다.



이때만 해도 우리나라에 이 아라비카 커피 매장이 유일한 줄 알았는데. 얼마 후 한남동에 2호점이 열렸다는 소식을 들었다. '유일한 매장'인 줄 알았는데 어느새 '1호점'이 되어버렸네. 묘하게 맥 빠진 느낌이었지만, 이내 정신을 차렸다. '정복해야 할 곳이 또 생겼네?' 왜 이런 오기가 생기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아라비카 커피는 커피의 맛도 그렇지만,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분들과 공간이 특히 더 기억에 남는다. 물론 커피 맛이 제일 중요하겠지만, 직원의 태도와 공간의 매력 또한 손님들을 찾아오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다. 한남의 2호점은 또 어떤 모습일까. 어떤 공간을 만들었을까 궁금해진다. 조만간, 언젠가 2호점의 방문기를 여기 또 쓰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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