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밤
등짐을 메고 타관에 간 아버지가 밤이 늦도록 돌아오지 않네 칠흑 같은 밤 앞마당엔 싸락눈처럼 새하얀 별빛이 깔리고 문 닫힌 동네 약국 지붕 위론 튀밥 같은 별들이 한가득 총총한데. 아버지 지금 어느 별자리 시장 난전에서 호호 찬 손을 비비며 봇짐을 푸실는지 USA ㅡ아미 헬로우 미스터, 사지쓰봉을 파는 울 아버지, 미제 시레이션 깡통 통조림과 지프라이터 시가 맥아더 파이프를 파는 아버지 비스켓 추잉껌 배고픈 누이들과 병든 어머니를 파는 아버지여, 사카린처럼 풀어진 침침한 눈으로 어디쯤에서 혼자
아물아물거리시나요 안드로메다 멀리간 은하수 저편이 너무 높아서 멀미를 하시는지 아버지여, 그러나 부디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잃지는 마셔요 어떤 별들은 어둠이 무서워 강을 건너지 못하고 공중에서 그만 몸을 던져버리기도 한다는데, 울 아버지 얼마나 무서웠을까 숲속 솔부엉이 같은 어린 새끼들 잠도 없이 칭얼대는 그믐밤, 입 벌리고 먹이를 기다리는 언덕배기 판잣집이 얼마나 캄캄하고 무서웠으면 사나흘이 지나도 오지 못하시나 아버지, 그러나 부디 우리를 잃지는 마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