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상철 Aug 03. 2019

브런치 조회수 ‘100만’ 돌파

92개 글, 144일이 만들어준 꿈의 시간과 가능성의 무대


꿈인가 생시인가. 브런치 조회수 100만 뷰를 달성했다. 3월 12일 첫 글을 올린 지 144일 만의 쾌거다. 글 92개가 올린 개가다. 100만 뷰로 나의 1차 목표가 완성됐다. 글 한 개당 평균 1만 뷰, 하루에 평균 6800 뷰 이상을 획득한 셈이다. 하루에 6천 명 이상이나 내 글에 관심을 보인 것이니 감개무량할 따름이다.



글은 나를 완성해 가는 기제다. 글은 내게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글은 이제 나를 지탱하는 자존심, 명예로 우뚝 섰다. 글쓰기는 도전의 무대였다. 책을 많이 읽지 않았던 지난날들의 보상이었다. 책은 늘 주눅 들게 했다. 누군가의 글들이 부단히 나를 움직였고 일깨웠다.

브런치는 글쓰기에 적합한 공간이다. 적어도 내게는 요리가 인스타그램으로 길들여졌다면, 글은 브런치에 의해 견인되었다. 요리는 재료와의 거래지만, 글쓰기는 글감과의 싸움이다. 요리가 시식가들로부터 맛을 평가받는 것처럼, 글쓰기는 독자들로부터 조회수로 거듭난다.

독자는 역동적인 후견인이다. 작가의 글이 늘 통용되진 않았다. 작가에겐 어떤 글도 버려질 게 없지만, 독자들의 눈은 매섭고 날카로웠다. 시의성이 없는 글들은 주목받지 못했다. 작가는 자신의 어떤 글도 소홀히 대하지 않지만 결과는 늘 달랐다. 작가는 독자들이 있어야 의미가 있음을 깨닫는다.

독자는 작가의 척도이고 저울이다.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건 마흔 살 때였다. 지금의 아내는 내 첫 독자였고, 글을 쓰게 만든 주인공이다. 아내를 얻기 위한 열정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고, 아내로 하여금 조금씩 마음을 열게 만들었다. 마음을 보여주는 게 글이란 걸 터득한 계기였다.


브런치 주요 글 조회수 (8/2 23:28 현재)
- 내일은 뭘 먹을까 식단 짜는 방법 : 130,740
- 바람난 아내를 위한 ‘미역국’ : 97,378
- 출근하는 남자의 집밥 일기 : 91,530
- 500원 차이, 당신의 선택은 : 83,124
- 노후에도 지속가능한 집밥 : 61,016
- 플레이팅 없이도 느낌이 좋은 집밥 : 54,404
- 분양보다 값진 선택, 리모델링 인테리어 : 46,296
- 처가살이 8년 만에 눈뜬 요리 : 42,382
- 인덕션 요리, 할만한가요 : 40,801
- 흔한 김치찌개, 어떻게 끓여야 맛있을까 : 36,580
- 나의 시그니처 요리, 치즈계란말이 : 24,919
- 바로 무쳐먹는 행복, 배추겉절이 : 24,332
- 먹기위해 사나, 살기위해 먹나 : 23,086
- 육수에 너무 공들일 필요없다 : 21,548
- 밑반찬, 어떻게 준비하세요 : 20,660
- 밥보다 ‘죽’이 귀한 시대 : 19,315
- 여름철 이열치열, 육개장 : 17,847
- 노화의 반전, 노각무침 : 15,378
- 친정 온 처제들을 위한 형부의 요리 : 13,838
- 식용유는 어떤 걸 쓰세요 : 12,638
- 나트륨 과잉섭취, ‘국’은 억울하다 : 12,272
- 집에서도 뽀대 나게 해 먹는 감자탕 : 11,885
- 무의 역습, 갈치조림 : 10,659
# 총 게시글 92개, 총 조회수 : 1,000,499


경험은 글의 원천이다. 사실 글을 쓰기 위해 요리를 하진 않았다. 요리를 하고 익숙해지면서 글이 나왔다. 글은 후천적인 행위인 셈이다. 많은 이들이 먹고 마시는 행위들은, 말하기처럼 시간 속으로 흩어졌다. 글이 있든 없든 존재의 이유 자체였지, 글을 위한 필수조건은 아니었다.

인간의 고유한 행위들은 글이 되면서 객관적인 근거를 얻는다. 식단은 어느 가정이나 늘 있는 상차림이지만 글이 되자 관심이 집중됐다. 직장인들이 늘 고민하는 점심 메뉴도 선택일 뿐이지만, 글이 되자 공감을 얻었다. 플레이팅을 하지 않고서도 정감 있는 집밥의 느낌이, 글로 쓰여지고 나서 본연의 위치를 찾을 수 있었다.

차별적인 경험들은 글감의 소중한 자산이다. 출근하는 남자가 아침마다 만드는 집밥은 그 자체 소재로 충분했다. 처가살이하면서 사위가 장모와 함께 주방을 쓰는 일상 모습도 그 자체가 주목 거리다. 친정에서 엄마가 아닌 형부가 처제들에게 해주는 요리는 새로운 관계의 출현이기도 했다.

글쓰기는 사물의 재발견을 가져왔다. 글은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었다. 늘 다루고 봐 왔던 칼과 도마에 대해 행위를 더 확장시켜 생각하게 했다. 요리에는 늘 칼질이 필요했지만, 결국 상처 입는 것은 도마였다. 우리네들 삶이 그랬다. 상처를 입고 힘든 나날이지만 언제나 견뎌야 했던 일들이다.

조회수는 대체적으로 디테일한 내용일 때 반응이 좋은 것 같다. 식단을 짜는 방법이 그랬고, 덕질 아내를 위해 만든 음식 이야기도 그랬다. 출근하면서 집밥을 만들어먹는 스토리도, 직장인들이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얘기도, 독자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이 됐던 것 같다.

반면 반응을 얻지 못한 글들은 작가의 주관이 강하거나 추상적인 내용일 때 주로 그런 경향을 보인다. 같은 직장 구내식당 얘기라도 메뉴 두 개의 선택에 관한 글은 그리 주목을 받지 못했다. 처가에 살면서 요리를 하는 얘기는 관심을 끌어도, 처가살이 자체에 관한 내용에는 효과를 보지 못했다.

조회수에는 내용도 중요하지만 운도 많이 따르는 것 같다. 아직도 브런치의 알고리즘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한다. 글이 조회수를 얻는 시점이 일정하지도 않다. 하루 후에 뜨는 글도 있고, 이틀 후에 시동을 거는 경우도 있다. 글을 싣는 시기나 간격에도 어떤 원리가 있는 건지 알 길이 없다.



조회수 100만 뷰는 정말 꿈의 시간이었다. 50만 뷰까지만 해도 그리 의식하지 못했다. 게시한 글이 관심을 받는 것 자체가 흥미였고 관심사였다. 하지만 이후부터는 조회수에 대한 욕심이 조금씩 생겨났다. 제목을 어떻게 붙여야 할지, 내용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에 대한 생각과 고민이 들기 시작했다.

‘바람난 아내를 위한 미역국’ 이야기는 그 고민에서 나온 글이었고, 독자들로부터 관심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그 내용은 정말 단순한 에피소드였다. 작년 12월 10일 벌어진 사건이라 시간도 많이 경과됐다. 결국 생각을 소환해냈고 이야기를 확장한 결과, 사랑을 듬뿍 받았다. 100만 뷰로 가는데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다.


조회수가 늘 계획대로 진행된 건 아니다. 7월 들어 83만

뷰에서 고비가 찾아왔다. 글 다섯 개가, 열흘이란 날짜 속에 1만 뷰도 못 채우고 훅 지나갔다. 순간 조바심이 들기 시작했다. 날씨도 무더워지기 시작했다. 다섯 개의 글은 사실 고심해서 쏟아부은 나의 의표였다. 이것이 통하지 않는다면 나머지 17만 뷰를 어떻게 채울지 장담하기 어려웠다.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실용성에 기반한 ‘밑반찬, 어떻게 준비하세요’와 ‘여름철 이열치열, 육개장’이란 글을 올렸다. 각각 2만 뷰에 가까운 조회수를 올리기 시작했다. 이후 집밥-브런치 공모전에 출품할 글인 ‘노후에도 지속가능한 집밥​’을 올렸다. 이틀 동안 6만 뷰 이상을 끌어올리며 백만 뷰 입성에 결정적 ‘한방’을 제공했다.




글쓰기는 건축 공정과 같다. 설계를 하고 조감도를 그리고 재료를 선정하고 공사를 하는 것이다. 글쓰기 역시 주제를 선정하고 글감을 찾고 쓰기와 고치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건축물이 완벽할 수 없듯 글도 마찬가지다. 글은 그때그때 쓰는 작가의 시의성이 깃든 과정의 응집물이다.


그만한 과정의 결론이기에 솔직하게 그 단계에 적합하면 된다. 더 완벽하게 하려고 치장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독자들의 눈은 정확하다. 작가의 의지와 의도를 꿰뚫어 본다. 너무 거창하게 다룰 필요가 없는 이유다. 작가가 아는 선에서 정보를 다뤄도 충분하다. 오히려 꾸미려고 하다 보면 더 안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지난 6월 23일 일요일 오후 서울국제도서전 마지막날 코엑스 브런치 부스에서 받은 굿즈.



이전 18화 자신과의 백일장, 브런치 100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