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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상철 Aug 27. 2019

밥도둑 ‘게장’ 집에서 담기

20일 금어기 지나 서해 꽃게잡이 나선 가을 시즌


한식 메뉴엔 밥도둑이 많다. 그중에서도 게장을 빼놓을 순 없다. 게장은 보통 먹기 힘든 음식에 속한다. 제 철이 돼야 하고 꽃게 가격도 만만찮다. 집에서 만들어먹는 것은 일반 식당 메뉴와 달리 느껴지기도 한다. 만들기가 왠지 쉬워 보이지 않기 때문. 근데 요리란 게 막상 해보면 또 못할 건 없다. 처음부터 겁먹을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바야흐로 꽃게가 금어기를 끝내고 가을 시즌을 앞두고 있다. 언젠가 여수에 놀러 가 맛있게 먹은 게장 기억이 또렷하다. 이상하게도 놀러 가서 먹으면 언제나 맛에 기억이 깃든다. 미각은 심리적인 상태와 불가분의 관계인 셈이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미각에도 변화가 온다. 단맛에 끌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작년에 부서 수련회가 소래포구 근처에서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포구에 들러 꽃게를 싸게 사서 간장게장을 담은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다. 올해는 봄은 패스, 가을에나 한번 나가볼 생각이다. 꽃게는 비밀스러운 생물체다. 안을 볼 수 없기 때문. 살이 격리돼 있어 별미이기도 하다. 미각은 심리가 크게 작용한다.


한식의 소스는 대부분 두 가지로 나뉜다. 간장과 고춧가루 양념장이다. 간장으로 담는 간장게장과 고춧가루로 담는 양념게장으로 나뉜다. 양념게장은 고운 고춧가루를 사용한다. 미세한 게살에 잘 배야 하기 때문이다. 부드러운 게살에 밴 양념의 맛에 빠지지 않을 도리가 없다.


양념게장은 간장게장보다는 작업이 좀 단순한 편이다. 고춧가루는 곱고 매운 것을 준비한다. 타우린이 풍부하고 고급 한식집에나 가야 먹을 수 있는 게장. 집에서 해 먹는다면 고급 집밥 메뉴가 될 수 있다. 풍미 가득한 꽃게 게장이 식탁에 올라올 걸 생각하면 세상사 남부러울 게 없다.


올봄 꽃게는 금게였다. 어획량이 60%나 줄었기 때문. 1kg에 5~6만 원을 훌쩍 넘겼는데 이번 가을 꽃게 가격이 어떨지 궁금해진다. 큰 꽃게 2마리 정도가 1kg이다. 꽃게잡이는 산란기 꽃게 보호를 위해 봄어기(4~6월)와 가을어기(9~11월)에만 허용하고 있다. 올해 금어기는 20일로 끝나 꽃게잡이 배가 한창 출항에 나서고 있다.




우선 게를 칫솔로 손질하고 적당한 크기로 분해한다. 다리들은 딱딱해 가위로 잘라 벌려 준비한다. 꽃게(중) 4마리(1kg) 기준 간장(2T), 국간장(1t), 액젓(1t)으로 20분 정도 밑간해 둔다. 양파와 청홍고추는 채 썰고 쪽파는 손가락 마디 정도로 잘라놓는다. 소스는 고춧가루(청량초) 1/2컵, 다진 양파 3T, 다진 마늘 1T, 생강가루 1/2t, 맛술 2T, 올리고당 4T, 통깨 약간 섞어 맛을 보고 취향에 맞게 준비한다. 소스(양념)와 밑간 한 게, 재료를 모두 무치면 완성.  


간장게장도 못할 건 없다. 간장소스만 잘 만들면 된다. 꽃게 2kg 기준 간장 7컵, 물 8컵, 청주(or소주) 1컵, 매실액 2컵, 양파 1개, 대파 뿌리, 말린 표고버섯, 통마늘 10알, 생강 한쪽, 월계수 잎 5장, 통후추 넣고 끓으면 불 줄여 10분 더 끓여 만든다. 게를 배가 위로 오게 담고 그위에 식힌 소스, 청홍고추 3개를 어슷 썰어 넣고 냉장 보관. 다음날 간장물만 따라내 한 번 더 끓여 식힌 후 다시 부어 냉장 보관하면 완성. 간장게장은 오래 두면 삭기 때문에 빨리 먹는 게 좋다.


※ 요리 음식 사진들은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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