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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상철 Aug 18. 2019

묵은지의 인내, 고등어조림

서민들과 함께 해 온 단백질원 고등어의 운명과 참맛


서민의 삶 속에 가장 만만한 생선을 꼽는다면 아마도 등 푸른 생선의 대표주자, 고등어일 것이다. 가난한 어린 시절 쌀밥 한술에 고등어구이 한쪽이면 행복이었다. 하지만 미각을 찾아 나선 이 시대에 고등어는 그리 주목받는 생선이 아닌 게 돼버렸다. 그럼에도 고등어는 가격, 영양 대비 여전히 꽤 괜찮은 생선임에 틀림없다.


고등어는 호불호가 갈리기도 한다. 비린내 때문이다. 집에서 구울 때는 냄새 처리도 신경 쓰인다. 이런 이유로 못 해 먹는 집도 있다. 같은 등 푸른 생선으로 덩치가 큰 삼치가 있다. 삼치는 부드럽다. 비린내도 별로 없다. 레몬즙 정도만 뿌려 구워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그럼에도 고등어 특유의 맛을 따라갈 수는 없다.


고등어는 비린내 잡는 작업이 필요하다. 맛술과 레몬즙, 생강가루를 섞어서 살 전면에 골고루 발라준다. 특히 묵은지는 고등어와 꽤 잘 어울린다. 유산균, 단백질, 불포화지방, 오메가 3 등 각종 영양을 한방에 챙길 수 있다. 고등어조림 요리를 해보면 비슷한 맛을 내기는 해도, 꽤 깊은 맛을 내려면 정성이 필요함을 느끼게 된다. 조림의 특성상 은근히 끓이는 인내가 필요하다. 고등어와 친해지는 방법을 안다는 것, 꽤 근사한 일이다.


아침에 준비하는 생선조림은 특히 신경이 많이 간다. 일단 충분히 졸여야 하기에 시간이 필요하다. 출근 준비까지 하려면 일찌감치 서둘러야 한다. 생선조림은 육수 허용치 내로 최대한 졸일수록 맛이 배어 좋다. 잘 졸여지면 묵은지의 맛도 별미다. 불포화지방과 잘 어울린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괜히 생각난다. 요리가 의도대로 되지 않을 때 더욱 생각나는 이름이다.




아침 6시에 일어나 멸치육수를 만들고 무를 두툼하게 썰어 어느 정도 익히기까지 감안하면 40분 정도는 필요하다. 고등어는 그 사이에 맛술, 레몬즙, 생강가루로 밑간을 해둔다. 소스는 다진 마늘, 간장, 맛술, 매실액, 설탕, 고춧가루, 생강가루 약간, 후추로 섞어 맛을 보고 추가 보완하면 된다.


무 위로 묵은지를 깔고 고등어-양파-청양고추-소스 순으로 올리고 센 불로 끓이다 중 약불로 졸인다. 머리 감기, 가방 챙기기 등 출근 준비는 졸이는 동안 한다. 제대로 조리려면 30-40분 이상은 족히 필요하다. 그렇게 완성해도 고등어조림을 떠보면 무에 양념이 충분히 배지 않은 경우도 생긴다. 다음에 한번 더 졸이면 그땐 밥도둑이다.


※ 요리 음식 사진들은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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