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부한 영양과 감칠 맛의 제왕
가끔씩 생각나는 음식이 있다. 갈치조림이다. 갈치는 제주 은갈치가 고급이다. 최근 갈치는 비싸서 큰맘 먹어야한다. 일반 식당에서는 세네갈 수입 갈치를 주로 쓴다. 특대가 부담된다면 제주산으로 중간 크기의 것을 준비해도 좋다. 갈치의 살은 감칠맛이 뛰어나다. 특히 조림은 무맛이 일품이다. 갈치의 은은한 향이 두툼한 무를 지배한다. 무의 색을 보면 그 맛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갈치조림과 관련해서는 최근 특별한 사실을 알아냈다. 결혼 10년차 남짓 된 남자 동료들과 얘기하면서다. 부인이 갈치조림을 7년 만에 해줬다는 얘길 듣고 놀랐다. 갈치조림은 주부가 접근하기 힘든 메뉴일까. 아니면 식당에서 주로 먹어 와서 그런 걸까. 근데 사실 갈치조림도 여느 요리법과 별로 다를 게 없다.
갈치조림은 졸이면 졸일수록 맛이 우러나고 무에 맛이 더 잘 밴다. 육수는 멸치로 쓰면 족하다. 문제는 소스가 중요한데, 일반적으로 고춧가루와 고추장을 2:1 비율로 쓰면 무난하다. 갈치 고유의 우러나는 맛 때문에 특별한 야채는 필요 없다. 무, 양파면 족하다. 집에서 해보는 갈치조림의 맛은 그만큼 매력적으로 미각을 돋울 것이다. 문제는 무에 맛이 충분히 배는 것이 포인트. 졸일수록 배게 되지만 국물 양을 고려해야 한다. 잘 밴 무색만 봐도 군침이 돈다. 무를 우습게봤다간 큰 코 다친다.
갈치는 식용으로 매우 맛이 좋으며, 표피의 구아닌 성분은 모조진주의 재료로 쓰인다. 갈치는 비타민A 성분이 풍부해 눈 건강에 좋다. 불포화지방산인 EPA와 DHA가 매우 풍부해 두뇌 발달에 좋고 칼슘과 인 성분은 뼈에, 리신, 메티오닌 등의 필수아미노산은 성장기 어린이들의 성장발육에 도움이 된다. 갈치 비늘에서 나오는 6-TG라는 성분은 임파선 종양이나 급성백혈병, 위암 등에 효과가 좋아 찜을 해서 먹는 게 더욱 유리하다.
갈치는 우선 소금으로 살짝 밑간한다. 그동안 냄비에 멸치육수를 준비한다. 소스도 준비한다. 다진마늘, 고추장약간, 고춧가루 많이, 간장, 맛술, 설탕약간, 생강가루, 다진 대파, 참기름, 후추 정도면 된다. 맛을 보고 취향에 맞게 추가한다. 멸치를 건져낸 냄비에 바닥 면적에 맞게 두툼하게 썬 무를 깔아 준비한다. 조림용 무는 파란 쪽이 좋다. 파란 쪽은 끓일수록 단맛이 뛰어나다. 육수를 붓고 중간정도 익힌다. 그 위에 양파-소스-갈치-양파-소스 순으로 얹고 강 불로 끓인 후 약 불로 졸인다. 적절하게 국물 맛이 우러났을 때 대파, 청양고추, 홍고추를 올려 더 졸여 주면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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