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가면서 제 맛을 축적하는 오이의 생명력
보통 늙으면 추해진다. 힘도 없고, 느려지고, 자세도 구부정해진다. 말도 어눌해지고, 시야도 흐릿해진다. 검버섯이 피어나고 피부는 탄력을 잃는다. 변화를 무서워하고, 옛것을 고집하는 경향도 강해진다. 추억에 사로잡히는가 하면, 고정된 추억을 반복하는 성향도 보인다. 노화가 두려운 이유다.
생명의 현상이란 참 미묘하다. 늙어서 좋아지는 것도 있다. 바로 노각이다. 노각은 늙은 오이를 말한다. 늙으면 탄력을 잃게 마련이다. 노각을 보면 정말 누루죽죽 축 늘어져 볼품없어 보인다. 근데 호박이나 오이 같은 것은 늙어서 제 맛을 발휘한다. 늙으면서 영양을 풍부하게 간직하는 것이 놀랍다.
노각무침은 젊은 오이무침과 또 다른 맛이다. 아삭함에 차이가 있다. 노각이 더 탱탱한 편이다. 노각은 생긴 것 자체가 늙어있다. 주름 같은 줄이 쳐있고, 색소가 변해 늙은 갈색이 돼버렸다. 싱싱한 오이를 생각하면 세월이 무상하다. 사람이라고 다를 것인가. 세상에 늙지 않는 생명이 없음에 위안을 삼을 뿐이다.
노각은 수분이 많아 잘 짜내야 한다. 손의 악력으로는 부족하다. 요리는 악력도 요구된다. 시금치 같은 생나물의 경우 데친 후 손으로 쫘줘야 간을 배게 하기가 쉽다. 악력은 남자에게 유리하다. 노각은 면 보자기에 싸서 비틀어 짜면 도움이 된다. 수분이 많은 채로 무치면 소스가 흥건해져 외관에도 좋지 않다.
노각의 효능은 수분 보충과 함께 피로 해소에 특히 좋다.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칼로리가 낮아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다. 특히 노각은 칼륨이 풍부해 체내 노폐물을 배출하는데 도움을 주고, 과잉 염분을 체외로 배출시켜 혈압 강하에 도움을 준다.
새콤달콤한 노각무침은 특히 아삭한 식감 때문에 입맛을 돋운다. 늙어서도 제값을 하는 노각이 부러운 이유다. 청춘은 한때다. 물론 그 한때는 고귀하다. 날씬하고 싱싱한 오이, 뚱뚱하고 늘어진 노각이 각자 생명력을 자랑한다. 오~ 늙음을 두려워하지 말지어다.
우선 필러로 노각 껍질을 벗긴다. 길이로 절단해 씨를 제거하고 반달로 채 썬다. 소금으로 20여분 절여둔다. 소스도 준비한다. 다진마늘, 고춧가루, 고추장, 식초, 설탕, 들기름, 통깨 가루가 기본이다. 참치액, 맛술도 조금 넣어주면 좋다. 소스를 찍어 먹어보고 취향대로 양념을 추가하면 된다. 절여둔 노각을 면 보자기로 꽉짜내 소스와 무치면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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