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수 내기는 준비과정, 원재료 우린 맛이 진짜배기
생활의 달인 방송을 보다보면 드는 생각이 있다. 육수를 그렇게 ‘마법’처럼 꼭 내야 하는가 하는 것이다. 달인들의 육수내기는 사실 놀랍기도 하다. 그래서 줄을 서서 먹는 사람들이 한편으론 이해가 가기도 한다. 그럼에도 그 맛이란게 정말 불변의 진리인지 궁금해진다.
나는 주객이 전도돼선 안된다고 본다. 육수는 육수일 뿐이다. 육수 자체가 요리의 최종 목표는 아니다. 요리를 하다보면 육수 내는 게 필요하다. 육수가 있는게 맛에 보탬이 된다. 근데 나는 멸치육수면 족하다고 본다. 거기에다 다른 재료를 넣으면 맛은 더 나겠지만 번거롭다. 안 그래도 귀찮은데 그렇게까지 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
육수를 내는게 사실 귀찮은 과정일 수도 있다. 육수만 낸다면 그렇기도 하다. 달인처럼 육수를 낸다면 그건 다른 목적일 때다. 일반 요리에 굳이 그런 육수가 필요친 않다. 육수내기는 과정이다. 목적지가 아니다. 육수는 최종 메뉴를 만들기 위한 작업과정이다. 멸치육수로도 요리는 훌륭하게 완성될 수 있다.
장모님은 육수를 낼 때 멸치를 엄청 많이 넣는다. 물론 진하게 할 때는 필요하다. 근데 육수가 최종이 아니기 때문에 굳이 그렇게 많이 쓸 필요는 없다. 물 양에 맞게 적절히 쓰면 된다. 육수 외에 부가적인 양념이 들어가기 때문에 육수에 의존할 필요는 없다. 육수의 소임은 거기까지다. 장모님은 멸치육수만 갖고 만둣국을 끓여주시곤 했다. 그럴 경우엔 육수를 진하게 내야 한다. 그런데 육수만 갖고 음식을 하는 것은 2% 부족이다.
장모님은 멸치로 육수를 낼 때도 오래 끓인다. 다시마를 넣으면 특히 그렇다. 다시마는 5분 이내로 끓었을 때 건져낸다. 충분히 우러날 뿐만 아니라 끈적거림을 방지할 수 있다. 멸치는 20분 정도 끓이면 소임을 다한다. 더 끓이면 다른 잡내가 날 수도 있다. 다시마는 끓이는 것보다 물에 넣어서 자연스럽게 우려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육수는 멸치만 있는 게 아니다. 고기를 이용한 탕의 경우에는 조금 더 재료를 필요로 한다. 보통 많이 쓰는 재료는 양파, 무, 대파뿌리, 생강, 통마늘, 통후추 같은 것들이다. 소고기 같은 경우 양지머리 부위에 이 재료들을 넣고 강불로 끓이다가 중불과 약불로 30~40정도 푹 끓인다. 돼지고기 수육삼겹살의 경우에는 월계수잎도 사용한다. 육수에는 맛술도 사용하면 좋다. 맛술은 알코올 성분이 있어서 잡내를 없애면서 휘발된다.
각종 소스를 어떻게 만드는지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다. 소스에는 굳이 육수를 쓸 필요는 없다. 한식 소스는 별로 어려움이 없다. 보통 많이 들어가는 재료는 다진마늘, 간장, 맛술, 매실액, 설탕, 참기름, 후추, 고춧가루 정도다. 섞어서 맛을 보고 원하는 맛의 재료를 추가하면 된다. 고추장도 경우에 따라 많이 쓴다. 고추장을 많이 쓰면 텁텁한 느낌이 있다. 고추장은 묽음을 조금 막아준다. 소스는 묽기에 따라 용도가 달라질 수 있다.
장인어른은 밖에서 초고추장을 사오시곤 한다. 초고추장에 대해서 모르기 때문이다. 장모님도 초고추장 만드는 데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인다. 판매용 초고추장은 대부분 첨가제가 많이 들어간다. 첨가제는 몸에 별로 좋지 않다. 고추장에 식초를 넣고 다진마늘, 설탕, 간장을 넣고 만들면 무난하다. 초고추장을 만드는 경우에는 너무 묽어도 찍어먹기 불편하다. 묽을 경우에는 대파를 다져 넣거나 통깨를 좀 더 넣어도 좋다. 아니면 호두가 있으면 가루를 만들어 써도 좋다.
나물에는 육수를 쓰기도 한다. 나물 요리는 한식의 꽃이다. 조상들은 농경사회를 거치면서 나물 요리법을 터득해 왔다. 나물은 생나물과 건나물이 있다. 생나물은 다진마늘에 된장양념과 들기름을 쓰면 무난하게 먹을 수 있다. 건나물은 한 번 더 과정이 필요하다. 삶는 작업이다. 삶아서 나물을 여리게 한 연후에 무쳐서 기름에 충분히 볶는다. 육수를 자작하게 붓고 익힌 후 볶아 대파와 통깨로 마무리하면 된다. 건나물은 햇빛에 말리는 과정에서 영양분을 축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