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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상철 Jul 14. 2019

레시피는 미각으로 만들어라

경험된 미각으로 만들어진 레시피 요리로 소환된 기억


한식에서 밑반찬 조림만큼 짜릿한 요리법도 없다. 조림은 재료와의 인내 싸움이다. 조림에 시간을 놓치면 바짝 눌어붙어 낭패를 겪기도 한다. 보통 1~2시간은 잡는 게 좋다. 약불로 천천히 졸여야 제대로 효과를 본다.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강불로 국물을 없애기도 하는데 좋은 방법은 아니다.


조림요리는 레시피에 애를 먹었던 기억이 난다. 사실 레시피는 복잡할 게 없다. 재료가 물, 간장, 설탕, 맛술, 올리고당이 전부다. 좀 더 보완한다 해도 물은 다시마물, 간장은 진간장, 설탕은 흑설탕 정도다. 설탕과 올리고당은 비슷한 성질의 재료라 알기도 쉽다. 맛술은 안 써도 무방하다.


그런데도 레시피에 애를 먹은 것은 암기 때문이었던 같다. 레시피는 암기하게 되면, 언젠가 잊어먹게 된다. 레시피는 때가 되면 잊을 것을 권하는 이유다. 레시피는 암기가 아닌 기억으로 익혀야 한다. 맛을 기억하는 것이다. 예컨대 물, 간장, 설탕을 섞어 맛을 본 후 기억하는 방식이다.


물론 인간의 미각은 한계가 있다. 극한을 넘어서면 기억을 세분화하기가 힘들다. 그렇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거기까지만 기억해도 충분하다. 그 기준을 갖고 재료를 가감하며 보완하면 되기 때문이다. 미식가가 한계치의 맛을 가려내는 이유가 그런 기억 방식이 축적된 능력 때문이다.


각종 소스를 만들 때 요령도 마찬가지다. 레시피에 의존하기보다 맛에 의한 기억 축적이 중요하다. 엄마의 맛이란 다름 아닌 기억의 소환이다. 우리의 축적된 미각이 전해주는 알람 같은 것이다. 익숙한 음식을 보거나 느끼는 맛은 정말 엄마, 할머니를 멋지게 소환해낸다.



조림요리를 할 때는 절대 조급해서는 안 된다. 끝까지 지켜보고 기다려야 한다. 마지막 조림에 맛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땅콩조림을 해보면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마지막 졸임 시 당분이 끈적한 거품을 만들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때가 바로 불을 꺼야 하는 시점이다. 땅콩은 성질상 간을 배게 하는데 상당한 인내가 요구된다.


반면 연근이나 우엉은 상대적으로 졸임에 여유가 있다. 땅콩처럼 치밀하지가 않기 때문에 소스의 침투에 큰 문제는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일정한 시간은 필요하다. 계량을 잘 못해 국물의 양이 많을 경우엔 강불로 일정 시간 졸여야 할 필요도 있다. 요리는 경험이 중요하다.


맛의 기억은 동물에게도 유별나다. 개의 경우 주인을 확인하는 기제가 음식의 기억에 있다고 한다. 후각이 아닌 미각이라고 하니 뜻밖이다. 주인이 주는 음식의 맛이 기억에 축적돼 주인을 특별히 알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개를 훈련시키는 방법도 음식을 주는 행위와 밀접함을 볼 수 있다.




# 식감이 좋은 연근조림
연근만큼 식감이 좋은 재료도 없을 것이다. 연근을 조리할 때는 껍질을 벗긴 후 식초를 넣은 물에 살짝 삶으면 떫은맛도 제거되고 빛깔도 고와진다. 연근 요리는 활용도가 다양하지만 주로 간장 조림으로 해 먹는 게 간편하다. 보통 간장:설탕을 2~3:1 정도로 시작하면 무난하다. 기다림만 잊지 않는다면 조림 요리는 고유의 깊은 맛을 선사할 것이다.


# 영양만점 땅콩조림
밑반찬 중에 땅콩조림 만한 것도 없다. 보통 (생)땅콩은 볶아서 그냥 간식으로 먹거나 맥주 안주로 많이 사용한다. 의사들은 땅콩을 하루에 20~30알 정도 먹기를 권장한다. 밑반찬 활용은 그래서 필요하다. 문제는 딱딱한 땅콩에 간을 배게 하는 일. 그래야 밑반찬이 되기 때문. 졸일 때 인내심이 필요한 이유다. 대개 간장과 요리당(올리고당)을 넣고 졸이게 되는데, 그전에 꼭 끓는 식초 물에 2-3분 삶아줘야 한다. 비린내와 경도를 잡는데 필수 코스다. 다시마 몇 조각 넣어 우린 다시마육수는 에티켓이다.


# 면역력 강화 우엉조림
우엉조림은 타원형보다는 채로 썰어 졸이는 게 유용하다. 간이 배게 하는 데도 좋고, 김밥 만들 때 넣기도 좋다. 요즘 엄마들은 김밥 재료를 대부분 가공된 것으로 끈다. 우엉조림의 경우 직접 만들어서 김밥을 싸면 그만큼 맛이 더 좋다. 우엉조림에는 우엉의 갈변 속성 때문에 흑설탕을 주로 사용한다. 다시마물을 쓰면 도움이 된다. 우엉은 연근보다 물을 더 먹는 경향이 있다.


※ 요리 음식 사진들은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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