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질, 비타민 풍부한 나물 음식으로 여름 나기
최근 어떤 작가님이 ‘비건’ 채식 일지를 쓴 걸 봤다. 6월 30일부터 시작한 걸 봤으니, 한 달이 훌쩍 지났다. 여기에서 비건에 대한 찬반을 얘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비건이건 일부 채식이건 육식이건 그건 취향이고 선택의 문제다. 이 논란은 종지부를 찍기 어려운 문제라고 본다.
인간이란 종은 사실 잡식동물로 진화했다. 생리•구조적인 여러 논거들이 있다. 그런 측면에서 한쪽의 주장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다. 특히 인간은 도덕적인 동물이기도 해 가치 판단을 하는 특성이 있다. 그리고 적응력이 뛰어난 동물이기에 어떤 선택이란 그 나름의 명분이 있기 마련이다.
작가의 채식 일기를 보다 보면, 결국 메뉴가 한정적임을 알게 된다. 처음엔 의욕적으로 여러 영양적인 측면에서 메뉴 준비를 고심한 흔적들이 보인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메뉴는 단순화되고 생략돼 가는 경향을 보인다. 사실 지속 가능한 시스템이 되려면 여러 충분한 조건들이 필요하다.
그 조건들이란 대체가 가능해야 하고, 복잡하지 않아야 한다. 무엇보다 자신의 영양적 측면에 맞아야 한다. 하지만 단순함이란 게 그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단순함이라면 재고해봐야 한다. 예컨대 오트밀, 견과류, 과일 등이 생식에 장점은 있지만 그것의 배열이나 조합만으로는 뭔가 부족해 보인다.
최근 라이온 킹 영화를 봤다. 아기사자 심바가 ‘하쿠나 마타타’를 외친다. 마치 사자가 비건을 외치는 것처럼 굼벵이나 벌레들을 먹고 성장기를 거친다. 그리고 온순한 어른 사자가 된다. 그리고 정의의 라이온 킹이 된다. 묘사야 그렇지만 동물로서 사자의 정체성을 어떻게 봐야 할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나는 이것도 생태계 사슬에 대한 어떤 왜곡이라고 본다. 정의이기 이전에 생존과 섭리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조상들이 우리 후손들을 위해 어떻게 살아왔는지는 생존이 엮어낸 진화의 파노라마다. 동물들도 마찬가지다. 이 섭리를 어떻게 거스를 수 있겠는가. 비건의 문제가 아무리 중요해도 이 섭리를 외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럼에도 비건은 자유의 문제이고 선택의 영역으로 남겨둔다. 비건 주의자들이 있다는 것도 어쩌면 생태계 진화의 한 단면으로 읽힌다. 채식을 사랑하든 육식을 즐기든 지구에 살며 음식을 먹는 존재로서, 지구의 다른 생명의 정체성에 대해 조금이라도 책임을 느끼려고 하는 자세는 필요하고 중요하다.
사실 집밥을 해 먹다 보면 ‘비건’ 같은 건 별로 상관할 일이 아니다. 식탁은 이미 채식의 비중이 크다. 고기를 먹는다 해도 정말 일부분이다. 농경사회가 되면서 곡물과 채소의 비중이 상당히 높아졌다. 김치와 나물, 각종 채소류를 이용한 식단이 이미 우리의 집밥 식탁을 광범위하게 점령하고 있다.
비건을 외치는 것이 육식에 따른 문제가 돼서 그러는 것이겠지만, 실제로 집밥 먹거리 구조에서는 고기가 그리 비중이 높지는 않은 편이다. 문제는 외식산업 문화다. 광범위하게 포장된 맛집 탐방과 가공산업의 발달이 먹거리 생태계를 점령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나는 비건 주의와 거리는 멀지만 나물 요리만큼은 비건에 견줄 만하다. 나물 요리는 한식에 있어 비중이 크다. 특히 집밥에서는 식탁을 풍성하게 하는 저력이 있다. 봄이 되면 각종 비타민이 풍부한 생나물들이 쏟아진다. 취, 냉이, 달래, 두릅나물 등 이름만 들어도 맛과 향이 전해진다.
여름에는 생나물의 종류가 많지 않지만 주로 수분이 많은 채소나 과일로 충분하다. 오이나 상추, 풋고추, 가지 정도로도 식탁은 풍성하다. 가을에는 배추와 무로 원기를 찾게 해 주고, 겨울 특히 정월대보름 같은 날에는 각종 건나물을 이용해 더욱 풍부한 영양과 식감을 즐길 수 있다.
생나물과 건나물을 어느 때고 다룰 줄 알아야 진짜 한식 요리라 할 수 있다. 나물 요리는 그대로 건강식이다. 생나물은 데치는 시간이 중요하다. 놓치게 되면 물러져서 식감이 없고 영양소도 뺏긴다. 반면 건나물의 경우 좀 더 오래 삶는 것이 차이다. 다종 다양한 나물 요리를 터득해야 한식은 완성된다.
# 생나물 요리
가장 많이 먹고 칼슘등 영양이 풍부한 시금치나물은 살짝 데쳐야 좋다. 눈에 좋은 루테인 성분은 열에 약하다. 비타민이 풍부한 비름나물도 비슷하다. 어떤 나물이든 잎이 많고 연약할수록 살짝 데쳐 준다. 줄기가 많은 나물은 좀 더 데쳐준다. 된장소스에 다진마늘, 들기름, 다진파, 통깨를 넣고 버무리면 무난하다. 취향에 따라 간장이나 고추장을 쓰기도 한다.
# 건나물 요리
겨울철 특히 정월대보름은 오곡밥과 나물을 먹는 날이다. 현대인들에겐 꼭 필요한 음식이 될 수 있다. 칼로리가 낮고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해서다. 식이섬유도 많아 장에 특히 좋다. 나물을 볶을 때 사용하는 들기름은 좋은 불포화지방이기도 하다. 하루 총량 대비 단백질만 좀 신경 쓰면 최상의 식단이 된다.
겨울철에는 주로 건나물을 많이 쓴다. 건나물은 사실 다소 의외의 재료다. 요리를 알면서 가장 신기했던 게 건나물이다. 식물을 말리는 것도 그렇고, 그걸 다시 물에 불려서 먹는 것이 그랬다. 인간이 건나물을 먹을 땐 초식동물이 되는 순간이다. 인간에게 없는 위장은 요리로써 대신 섭취를 도와준다.
묵은 나물이라고도 하는 건나물은, 생나물을 햇빛에 말릴 때 수분을 내놓으면서 양분을 흡수한다. 건나물 볶음 요리는 대개 과정이 비슷하다. 먼저 나물을 물에 반나절 이상 불린다. 멸치육수를 준비하면서, 불린 나물을 10~20분간 푹 삶는다. 나물을 헹궈 꽉 짜 밑간을 하는데 다진마늘, 국간장, 들기름, 쪽파나 대파 정도면 된다.
팬에 들기름 살짝 둘러 밑간 나물을 볶고, 육수를 자작하게 넣어 뚜껑 덮고 살짝 익혀 졸인다. 마지막 간은 국간장이나 소금으로 하면 된다. 통깨 혹은 들깻가루로 마무리하면 된다. 생나물보다 거친 건나물은 기름에 볶게 되면 여리게 돼 식감을 좋게 해 준다.
# 소금에 절여서 하는 나물 요리
무나물이 대표적이다. 채 썰어 소금에 절여둔다. 물기를 꽉 짠 후 들기름에 달달 볶는다. 소금으로 간하고 들깨가루를 살짝 뿌려 완성한다. 도라지나물은 얇게 먹기 좋은 길이로 채 썰어 소금에 절여둔다. 물기를 꽉 짠 후 기름에 달달 볶는다. 역시 소금으로 간하고 들기름을 살짝 둘러 섞어준 후 들깨가루를 살짝 뿌려 완성한다. 콩나물도 슴슴하게 비슷한 방법으로 볶아서 간하면 된다.
※ 요리 음식 사진들은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