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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상철 Apr 09. 2019

사람들은 왜 축구에 열광하나 [1]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중독의 메커니즘

축구라는 경기에 있어서 만큼 의아한 일도 없다. 단일 종목으로 일정한 시기에 전 세계의 인구가 이목을 집중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응원의 차이를 뛰어넘는다. 민족적 응원이라면 올림픽도 있다. 하지만 축구에 비하면 강렬함은 오히려 짧다. 시청을 가득 메우는 일도, 너도나도 빨간 티로 통일시키지는 않는다. 오직 축구만이 이를 현실화한다. 과연 축구의 매력이 무엇인지 의아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왜 우리는 이토록 축구에 열광하는가? 이는 몇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우선 축구라는 스포츠의 보편적 특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한 스포츠 중에 축구가 가지는 특수한 측면이 있다. 무엇보다 외적인 요인이 존재한다. 외적인 요인으로는 민족적 기질과 경제적 조건이다. 민족적 문제는 응원이라는 측면이 가장 큰 규모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경제적 측면은 자본주의 하에서 갖는 여러 상업적 측면을 들 수 있다. 광고라든지, 아니면 일시적 집단에 대한 관심 촉발과 이를 통한 상업 메커니즘 등이다.




스포츠는 일종의 중독이다. 사람들이 스포츠에 열광하는 것은 유전자 속에 각인된 본능적 측면이 있다. 인간은 공격을 가하거나 공격을 받는 상황이 되면 몸속에서 아드레날린이 솟구친다. 전투 상황에 인체를 준비시키기 위한 본능적 반응이다. 피 속으로 뿜어져 나간 아드레날린은 교감신경을 흥분시켜 심장 박동을 빨라지게 한다. 그리고 모세혈관 수축으로 혈압이 상승한다. 아드레날린은 근육 내에 저장된 글리코겐의 분해를 촉진하는 호르몬의 작용을 돕기도 한다. 전투에서 잘 싸울 수 있도록 근육을 준비시키는 과정인 것이다.

스포츠는 신체 중독의 메커니즘을 반영한다. 경기장에서 뛰는 선수들이나 관전자들은 적어도 신경생리학적으로는 완벽히 전쟁 상황과 흡사하다. 선수들은 물론 관중의 몸속에서도 아드레날린이 분수처럼 솟구쳐 피 속으로 퍼져 나간다. 때때로 경기장 안팎에서 벌어지는 폭력사태는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1969년 살바도르와 온두라스는 세 차례의 축구경기가 끝난 뒤 탱크와 폭격기를 동원해 실제로 전쟁을 벌이기도 했다. 선진 문명권이라는 유럽에서도 축구 경기장 주변의 난동은 드문 일이 아니다.

3천 년 전 고대 멕시코에서는 축구가 태양신에 드리는 제사의 한 형식이었다. 부족 간 전쟁을 치르고 난 뒤 왕족과 귀족 포로끼리 축구 경기를 시켜 진 팀을 제물로 바쳤다. 진 팀의 주장을 참수해서 두개골을 트로피처럼 진열해놓는 풍습이 600년 전까지도 계속됐다. 곧 축구경기는 문자 그대로 목숨을 건 전쟁이었던 셈이다. 현대인의 스포츠 열광은 수만 년 전부터 형성된 전쟁과 욕구의 대리 충족된 진화의 결과인 것이다.

스포츠는 이데올로기적인 측면이 있다. 우리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 스포츠에 대한 사회적 열광이 개개인에게 이데올로기적 내면화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스포츠를 즐겨야만 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일방적으로 조성된다. 시대에 뒤떨어지거나 미개인으로 취급받을 것만 같은 불안과 강박감이 들지 않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특히 스포츠가 아마추어에서 프로화 되면서부터는 돈과 정치적 요소가 개입되고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된다.

프로스포츠는 공정성에 대한 절대 복종심을 강요하고 제도화한다. 이를 바탕으로 관객을 끌어들이는 흥행과 상업적 측면은 절대적이다. 미국에서 축구의 인기가 낮은 이유로 광고 방송을 삽입하기 어려운 조건이 그 한 예이다. 농구 경기에서 감독들이 방송사의 요청에 따라 작전 시간을 요청하기도 한다. 또한 스포츠 선호도에 대한 차이가 사회 계층 간의 구별짓기 경향을 띠기도 한다. 중산층이 마라톤을 선호하는 것이 그렇고, 골프가 여전히 일부 계층에 편중된 것이 그렇다.

결국 스포츠는 정치 경제 계층 등 다양한 사회적 변수를 반영하는 '이데올로기의 복합체'인 셈이다. 19세기 말부터 식민지를 둘러싼 강대국들 간의 경쟁 속에서 스포츠가 함양하는 강인한 체력은 부강한 국가의 형성에 기여하는 매력적인 자질로 장려됐다. 스포츠가 일상의 활동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관람 스포츠'의 태동과 발전이 이뤄졌다. 축구와 럭비의 분화에는, 고르지 못했던 영국 공립학교의 운동장 사정 때문이라는 점은 재밌기까지 하다.

스포츠는 언어로 따지자면, 복잡한 비유로 가득 차 있는 표현 같은 것이다. 즉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때 우리는 스포츠를 순수한 것으로 받아들이거나 그 의미를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등의 오해에 쉽게 빠지게 된다. 스포츠 언어의 문법에 대해 좀 더 세밀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는 이유다. 스포츠는 그냥 보고 즐기는 데서 그치기에는 너무 중요하고 또 너무 복잡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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