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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상철 Apr 19. 2019

폐쇄와 개방은 한 끗 차이

폐쇄된 소통의 공간 전동차의 풍경

직장인에게 전동차는 무한한 활용 공간이다. 내게 전철은 창작의 장소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35년 만에 연락이 된 옛 친구에게 편지를 쓰는 공간이기도 하다. 불행하게도 그녀는 호주 시드니에 산다. 매일 아침밥상을 sns에 올리는 나만의 아지트이기도 하다. 음식 사진을 편집하고, 피드에 단상의 글을 쓴다.

출근 경로인 석계역에서 시청까지 전동차 안에 있는 시간은 딱 35분. 이 시간 안에 인스타그램과 트위터에 피드를 올려야 한다. 우선 집에서 찍은 음식 사진을 편집한다. 편집은 별게 없다. 세로로 찍힌 사진을 가로로 편집한다거나, 균형감 있게 중심 구도를 잡아주는 일들이다.

인스타그램은 사진 위주의 콘텐츠다. 처음 인스타를 하면서 사진만 올렸던 기억이 난다. 하다 보니까 텍스트도 눈에 들어왔다. 사실 페이스북에서 옮겨온 건 어느 순간 한계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글도 관계도 우물 안처럼 느껴졌다. 뭔가 새로운 소통 공간이 필요했다. 그것이 인스타그램이다.

인스타그램은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장점을 잘 살렸다. 사진과 간단한 텍스트, 해시태그가 그것이다. 페이스북은 너무 고요하고, 트위터는 너무 정신없다. 인스타그램은 차분하면서도 꽤 역동성이 있다. 복잡함을 간단하게 극복한 느낌을 주는 이유다.

어찌 보면 전철은 가장 고독한 장소다. 많은 사람들이 한 곳에 갇혀 어디론가 실려간다. 그 많은 사람들이 별일 없이 목적지까지 가는 게 신기하기도 하다. 캄캄한 차창은 속도만 인지하는 폐쇄된 창이다. 어디에도 개방감이란 없다. 현란하게 붙은 각종 광고들도 승객과 다를 바 없다.

요즘은 버스도 자주 타는 편이다. 버스 노선이 전용화 되면서 안정적인 운송수단이 됐다. 버스에는 풍경이 있다. 버스에만 있는 흔들림과 풍경은 여유를 주고 이유는 주지 않는다. 버스는 적당함이다. 사람도, 생각도, 시선도, 정거장도 모두 적절하고 원만하다. 승용차와 전동차 사이의 딱 중간이다.



전동차에는 고정된 시선과 생각이 있다. 전동차에만 있는 레일과 군중은 안정을 주고 인정은 주지 않는다. 검색, 휴대기기, 쪽잠, 응시와 생각들은 넘쳐난다. 전동차는 여유 대신 이유를 준다. 적당함보다는 팽팽함을 준다. 승용차와 버스가 결코 취하지 못하는 길이다.

승용차는 특별한 일정을 위해 이용한다. 승용차는 특별함이다. 승용차에만 있는 자유와 개인은 여행을 주고 여흥을 주지 않는다. 승용차는 자존감이다. 가속, 몰입, 작동, 책임 모두가 자신의 것이다. 버스, 전동차와 달리 승용차는 여유, 이유가 아닌 자유임에 틀림없다.

폐쇄된 전동차에 익숙한 사람들, 폐쇄됐기 때문에 자아의식이 뚜렷해진다. 상대적으로 승용차나 버스는 개방 풍경 때문에 자아는 일시적으로 묻힌다. 생각과 sns, 글쓰기는 전동차가 제격이고, 생태적 자유로움은 버스와 승용차가 유리하다. 폐쇄와 개방은 한 끗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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