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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특별 Apr 15. 2022

[오늘의 일기]국제우편.

20여년만에 보내본다

꽤 오래전, 미국으로 건너가 여러가지 의미에서 자신의 꿈을 이룬 멋있는 고등학교 친구가 있다. 지난번 크리스마스 때 손편지를 보내왔길래(예전부터 종종 손편지랑 선물까지 보내오는 진짜 고마운 친구다) 곧바로 답장을 보낼까 하다가, 설명절에 맞춰서 보내야지 생각했고 그게 벌써 두달 가까이 지났다. 


간만에 LAMY만년필(예전 회사에서 기념품 찍어낼때 하나 받은거)을 열어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파란색 잉크를 넣고, 예전에 사 두었던 어피치 편지지에 못쓰는 글씨지만 그래도 어른?스러운 필체로 나의 근황과 친구의 안녕을 바라는 무던한 내용을 고민도 안하고 써넣었다. 그러고는 편지봉투에 넣어 정성스럽게 내 집주소와 친구의 집주소를 zip code포함 영어로 정성스럽게 써넣고 테이프로 여기저기 봉했다. 곧바로 우체국으로 갔어야 하나 게으른 탓에 또 3일 정도를 묵혔다.


찾아보니 회사에서 가까운 곳에 우체국이 있었고, 점심을 먹고 들렀다. 아무생각없이 번호표를 뽑고 차례가 되어 창구로 갔다. 미국으로 보낼거라고 하니 EMS로 보내실거죠? 라고 해서 그게 얼마죠 했더니 2만원 돈이었다. 헉.. 7g도 안되는게 2만원?? 아무리 소중한 친구에게 갈 편지지만 그렇게 2만원을 쓰고싶지는 않았고(차라리 친구한테 2만원 송금하는게 더 낫지) 좀 더 싼건 없냐고 했더니, 있다면서 옆에 가서 국제규격 봉투에 넣고 영문으로 국제등기우편물 영수증에 들어갈 내용을 써오라고 한다. 


내용을 채우고 다시 번호표를 뽑아서 창구로 오니, 항공편으로 보낼건지 배편으로 보낼건지 물어봐서 항공편이라고 했고, 미국까지 3천5백원 정도가 나온다고 했다. 한달(꽥!!!) 정도 걸린다고 했으며 EMS와는 다르게 미국 도착 이후에 추적은 불가하다고 했다. 뭐 어쩌겠어. 아무리 내 소중한 손편지이지만 2만원이라는 거금으로 보내고 싶진 않았고, 그렇게 국제 우편 봉투값 50원을 포함해서 결제했다. 






99년에 제대한 이후, 같은 과 친구 중 외국으로 어학연수를 간 놈한테 담배를 보냈던 적이 있다.(위의 고등학교 친구랑은 본질부터 다른 친구 ㅋㅋ) 가난한 대학생 신분으로 알바해서 모은 용돈을 쪼개 한보루를 사서 보낸 건데, 나중에 돌아온 얘기는 쪼잔하게 한보루만 보냈다는 것이었다. 소포비용만 해도 진짜 비쌌던 것으로 기억나는데. 한대 치고 싶었으나 예비역의 너그러움으로 참아줬었고, 긴시간 동안 잊고 있었는데 오늘 국제우편을 보내고나니 갑자기 생각이 난다. 담에 대학교 동기모임때 만나면 술을 잔뜩 먹여서 엄청난 숙취를 느끼게 해주겠다. 크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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