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을 다녀온 다음 날, 나는 해당 병원 비뇨기과를 방문했다. 엑스레이 사진을 본 의사가 돌의 크기가 커서 안빠질 것 같으니, 체외충격파로 돌을 깨자고 한다. 쇄석술이라는 건데, 좀 아플 수 있다고 했다.
<요로결석을 부수는 쇄석기계>
의사선생님의 안내로 팬티만 입고 위에 다시 의료용 가운을 입고 기계 위에 누웠다.
체외충격파 기계는 경험상 MRI 기계랑 대략 비슷하게 생겼으나, 사람이 이동해서 들어가는 굴? 같은 부분은 없다. 대신 사진처럼 볼록 튀어나온 동그란 구체가 있다.
어제 찍은 X레이 사진을 보아가며, 의사 2명이서 체외충격파 기계의 동그란 구체의 가운데 부분을 내 뱃속이 돌이 있는 곳에 가깝게 맞춘다.
저 동그란 구체 위에 내 허릿살을 불편하게 얹어놓고 있으면 의사의 큐사인이 떨어진다.
"이제 쇄석을 시작할건데요. 좀 아프실 수 있어요. 최대한 현재 자세에서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누워계세요. 너무 아프면 말씀하시고요"
그러고 탁! 탁! 탁! 하는 소리가 나기 시작한다. 위의 램프 같은 부분에서 뭔가가 나오는 건지, 구체에서 뭔가가 나오는 건지, 아니면 램프와 구체에서 각각 조사되는 2개의 뭔가가 뱃속에서 만나는 건지.. 아무튼 뱃속에 뭔가 충격이 오기 시작한다.
'뭐가 아프다는 거지?' 하고 10분 정도 지나니 음.. 아프네.. 싶다가 20분인가 지나니 아파서 식은땀이 뻘뻘 나기 시작했다. 요로결석으로 아파서 환장하겠는 자리를 얇지만 팽팽한 채찍으로 끊임없이 찰싹찰싹 때리는 느낌이었다.
너무 아프면 얘기하라더니 아까 계시던 젊은 두 의사양반은 커피타임인지 아님 치료실 밖에 있는데 내가 못보는 건지 암튼 보이질 않는다. 뱃속이 얼얼하다 못해 뭔가 찢어진 느낌? 요로결석으로 느끼는 격통과는 다른.. 중/고등학교 때 선생님한테 빠따로 허벅지를 몇십대 맞으면서 피멍이 들면서 엄청 욱씬거리는 그런 느낌?이 오기 시작했고 더 이상 참기 어렵겠구나 할 즈음 "끝났습니다"하는 소리와 함께 의사선생님들이 들어왔다.
상당히 아팠다고 했더니, 그럴거라고 했다. 쇄석하는 체외충격파가 돌만 건드리는게 아니고 주변 조직을 어쩔 수 없이 건드린다고 했다. 그래서 그날 나는 혈뇨-말그대로 피오줌을 눴다.혈뇨 자체가 아프지는 않았지만 피가 나지 않아야 할 곳에서 피가 나오는 것을 보니 끔찍했다.
어쨌든, 첫 쇄석으로 결석이 잘 깨지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이후에 1번인가 2번 더 쇄석술을 받았다. 진통제를 먹으며 견디기는 했지만, 지금 생각해도 끔찍하다.
2. 그래서 시작한 것들
의사가 권하기도 했고, 인터넷에서 검색하거나 관련카페를 찾으면 대부분 같은 얘기가 나온다. 그래서 거의 10년 가까이 아래의 것들을 최대한 실행했다.
- 하루에 물 2리터 이상 매일 마시기 : 언제든 맑은 소변이 나올 수 있도록 물을 많이 마시라고 했다. 처음엔 가장 어려웠으나, 나중에는 습관이 되어 꼴깍꼴깍 잘 마시기 시작했고 지금도 이렇게 물을 마신다. (사람에 따라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 무리가 가는 사람도 있다고 했으나, 나는 그렇지 않았음)
- 퓨린 많이 함유된 음식 피하기 : 붉은 고기(소고기, 돼지고기..ㅜㅜ), 등푸른 생선(고등어, 꽁치..ㅜ), 기름에 튀긴 음식(세상에.. 치킨은 어쩌라고.. ㅡㅜ), 알콜(알콜은 퓨린이 많이 들지는 않았지만 요산 배출을 막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웬만하면 마시지 말라고 한다. 특이하게도 맥주는 퓨린이 엄청 들어있다.. 제일 좋아하는 술이었는데.. 막걸리도.. ㅠㅠ) 이 외에도 시금치 초콜렛 등등이 있고 음식으로 따지자면 수행승처럼 살아야 한다.
- 살빼기 : 내장지방이 많이 붙으면, 요로를 눌러서 결석이 잘 배출되지 못하게 누른다고 했다. 살을 쪽 뺀적도 있었지만, 사람 만나서 술먹는걸 좋아하다보니 10년동안 3~4년 정도만 살이 빠져있었던 것 같다.
- 上下 운동 : 돌이 생기면 보다 빨리 배출하기 위해 몸을 위아래로 격하게 움직이는 운동이 좋다고 했다. 대표적인 운동으로는 줄넘기, 달리기, 빨리 걷기 등이 있고 생각보다 힘들기 때문에 많이 안했다 ㅋㅋ
3. 결국에..
몇 년동안 열심히 물을 먹고 맥주를 끊고 운동을 하고 해서 돌이 생기는 것은 어느 정도 막아내긴 했지만, 피검사를 하면 늘 요산수치가 상당히 높게 나왔다.
게다가 (몇년 전에 어머니 때문에 알게 된 것이지만) 외가 쪽으로 가족력이 있다보니, 배가 조금만 아파도 언제든 공포감이 몰려왔다. (요로결석은 가족력이 상당히 많이 작동하는 질환이다)
물을 마시고 식이조절을 하고, 운동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기는 하지만, 나처럼 요산수치가 늘 높은 경우 요로결석 외에도 통풍이 오기 때문에(사실 몇년전부터 통풍도 2~3번 이상 앓았고.. 그때도 아픔 때문에 아주 미쳐버릴 것 같았다. 참고로 나는 요로결석이 백배 정도 더 아팠음)
요로결석에 통풍까지 10여년 동안 그랜드슬램을 달성하자, 내가 다니던 정형외과(관절이 아파서 갔더니 통풍이라고)에서 피검사와 내 기존 요로결석 이력을 보더니 요산강하제를 권유했다.
뭘 해도 요산수치가 낮아지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곧바로 의사 의견에 동의하고 요산강하제 중 하나인 페북트(페브릭하고 똑같은 성분의 약)를 작년부터 먹기 시작했고, 6개월 이상 지나 건강검진을 했더니.. 세상에. 처음으로 요산수치가 정상으로 나왔다.
이제는 평생 약을 먹어야 하지만, 별다른 부작용이 없는데다가 + 이제는 배나 관절이 아파도 공포감에 떨지 않아도 되니 너무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을 많이 마시는 습관과 적당히 살을 빼는 생활패턴은 계속 유지해야만 하는 건강한(?) 저주에 걸렸다. 왜냐하면 최근에 콜레스테롤 수치가 너무 높아지고 지방간이 꽤 심하게 있다는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어른이 되면서 나의 잔병치레답사기는 계속 될 것 같다. 대부분의 성인이 그렇듯, 나도 아마 질병으로부터 평생 자유롭지 못하지 싶다. 그래서 오래 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