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의 5월 5일 ~ 5월 8일 어린이날 어버이날 콤보 연휴를 맞이하여 포항의 스페이스워크를 가족들과 함께 가보기로 했다.
포항시립미술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약 10분 정도 언덕을 걸어올라가면 갑자기 엄청난 구조물이 딱 보인다. 구조물을 이루고 있는 계단엔 사람들이 걷거나 서서 풍경을 바라보거나 사진을 찍고 있었고, 주변 사람들은 그 광경을 정신없이 쳐다보며 사진을 찍고 즐겁게 잡담을 했다.
한번에 150명까지 이용 가능하다고 하고, 입장을 기다리는 줄이 꽤 길게 늘어서 있어 사진이나 찍고 가자고 가족들을 꼬드겼는데.. 같이 간 가족들이 무조건 걸어봐야겠다고 한다. 이러면 안되는데.. 나는 얼마전 경험을 떠올리면서 겁부터 났다.
올해 초 남해를 놀러갔다가 아무 생각없이 방문한 설리스카이워크에서 나는 유리로 만들어진 다리 밑바닥을 통해 백여미터 아래의 바다를 보며 까마득한 공포를 느꼈고 잘 걷지를 못했다. 그동안 국내외의 온갖 바이킹이나 롤러코스터 등은 아무 무서움없이 즐겁게 탔기에 고소(高所)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았는데, 유리다리 위를 너무나 즐겁게 웃으며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보면서 나는 처음으로 식은땀을 흘렸고 거의 기다시피 자리를 떴었다. 워낙 놀이기구 타는 것을 좋아하기에 그날 컨디션이 안좋겠거니 생각했다.
스페이스워크 위를 쳐다보니 어린 애들도 있고, 애를 안고 올라간 어른도 있고, 뛰지 말라고 안내를 하지만 아랑곳않고 뛰는 사람들도 보여서 그래도 별일이야 있겠나 싶어서 이십여분을 기다려 스페이스워크로 걸어 올라갔다.
내 희망사항과는 다르게, 올라갈수록 바람이 심하게 불고 손에 들고 있는 셀카봉은 바닥으로 떨어질 것 같고 바닥은 뚫려 있어서 어쩌다 밑을 쳐다보면 몇십미터 밑이 보이고 겨우겨우 한손으로 난간을 잡고 있지만 구조물 자체가 바람과 사람 무게로 인해 좌우로 상당히 흔들려서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같이 올라간 가족들이 괜찮냐고 뒤돌아보며 나한테 물어보는 것조차도 너무 무서웠다. 바닥을 안보려고 했지만 자꾸만 보게되고 나는 그만큼 정신이 아득해졌다.
지난번 설리스카이워크 이후로 이런 높은 구조물들은 나에게는 여전히 힘든 일이었다. 위만 보면서 걷자고 마음을 몇번이나 고쳐먹었지만 중간 지점도 되기 전에 끝내 포기했고, 셀카봉을 왼손에 들고 그나마 힘이 남아있는 오른 손으로 난간을 꼭 붙잡고 덜덜 떨면서 내려왔다.
<타기 전에 찍은 사진 - 파란 하늘색처럼 나도 즐겁게 탈 수 있을거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닥에 내 두 발이 다시 닿고 나서야 나는 겨우 큰 숨을 몰아쉬었고, 흔들리지 않는 바닥이 있음에 안심했다. 스페이스워크에 올라가있는 우리 가족 포함 모든 사람들이 다 위대해보이기 시작했다. 세상에 저 무서운걸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걷고 그 위에서 손도 잡고 다니고 셀카도 찍다니 부럽고도 무서웠다.
<내가 걷고 나서 내려와 찍은 스페이스워크. 위에 사진과는 다르게 먹구름이 껴있는 듯 어두운 느낌이 내 마음과 똑같다>
글을 쓰면서 포털을 검색해보니 고소공포증의 치료방법 중 하나는 높은 곳에 올라가서 오랫동안 있어보면서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안정감을 느끼는 것이 좋다고 되어 있었다. 세상에.
정신의학과 전문의가 한 얘기니 맞는 말이긴 하겠지만, 나는 당분간 그런 치료는 못받을 것 같다. 몇시간동안 저 무서운 구조물의 꼭대기에 있으면 안정감을 느끼기도 전에 기절할지도 모르겠다.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