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rthin tumor
직장생활을 하면서 어느 순간부터 오른쪽 귀 앞쪽의 피부 속으로 아주 작은 알맹이가 생겼었다. 밖으로 튀어나오지도 않고, 크기도 녹두알만해서 겉으로는 잘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신경도 안쓰고 지냈다.
내 몸에 쓸데없는 것으로 치면, 이 알맹이 말고도 어렸을때부터 내 오른쪽 겨드랑이에 달린 아주 조그만 쥐젖이 있었다. 이 역시 신경을 안써도 되는 정도의 작은 크기였는데 어느날부터 샤워를 하고 거울을 볼때마다 눈에 거슬리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살이 찌니까 쥐젖도 살이 찌는 것처럼 보였다.
가까운 피부과에 가서 아주 간단하게 제거를 하고난 후, 의사한테 내 귀 앞쪽에 있는 알맹이도 여기서 뺄 수 있냐고 물었더니, 신경이 지나가는 곳이라 큰 병원에서 하는것을 추천한다고 했다. 몹시 귀찮아서 거기서 관심을 끄고 일상생활로 돌아갔다.
직장인이라면 1년 또는 2년에 한번씩은 받는 종합건강검진일이 왔다. 키 몸무게 청력 시력 등등 잡다한 것을 거치고 마지막으로 위랑 대장내시경까지 끝내고 당일 검사 결과에 대해 의사와 면담을 하게 되었는데, 거기서 나는 또 귀 앞의 알맹이에 대해 물어봤다.
알맹이 부분을 만져본 의사가 이건 "왈띤 튜머"라고 갑자기 번데기 발음과 함께 혀를 막 굴리면서 말했다. 상당히 유식해보였다.(의사가 영어까지 잘하니 진짜 멋져보였음) 나중에 찾아보니 왈띤 튜머, Warthin Tumor였고 큰 병원을 가라고 한다. 수술이 어렵냐고 했더니, 간단하지는 않다고 했다.
그렇게 나는 삼성서울병원을 갔다. 왈띤 튜머는 튜머인지라 암센터로 가야했고, 두경부외과에서 가장 유명하신 백정환 교수님에게 '이하선종양'이라고 정확히 진단을 받았다.(참고로 미남이시기도 함) 침샘에 종양이 생기는 것인데, 귀밑샘에 생기면 耳下 이하선 종양, 턱밑샘에 생기면 顎下 악하선 종양이다.
녹두알만해서 크기가 작은줄 알았으나, 여러 검사를 통해 확인해보니 약 2cm*3cm 정도의 크기라고 했다. 겉으로 만져지는 것보다는 예상외로 훨씬 커서 놀랬다.
그냥 놔두면 암으로 갈 확률도 있으니 수술날짜를 잡으라고 하셨다. 암이 아닌 까닭에 급한 수술은 아니었으나, 내무부장관이 둘째를 낳기 직전이었어서 그 전에 받게 해달라고 졸라서 가까운 날짜로 수술일을 잡을 수 있었다.
수술은 전신마취로 몇시간 동안 진행된다고 했고, 귀 주변 피부를 도려내어 젖혀놓고 종양을 제거하고 덮는다고 했다. 머리를 깎고 오지 않으면 수술 진행 때 수술부위 머리를 바리깡으로 깎아낼 수도 있다고 했다. (그래서 생애 처음으로 어울리지도 않는 모히칸컷을 해보았다)
어쩔 수 없이 신경을 건드리는 수술이므로, 부작용으로 안면마비를 비롯해 감각이상, 수술 부위의 피부에서 땀 대신 침이 나오는 등 여러가지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창창한 30대였는데 안면마비가 올 수도 있다니, 그리고 무엇보다도 귀 옆쪽에서 침이 나온다니.. 걱정이 갑자기 많아졌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