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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특별 May 13. 2024

[오늘의일기] 아빌리파이

나의 살을 찌우고 피를 탁하게 하는.

거의 10개월간 아빌리파이를 먹고 있다.


과거 K사에서 있었던 트라우마로 발병했던 우울증(코로나 유행 전이었으니 꽤 오래되긴 했다. 당시 자살충동이 극심할 정도로 심각했었다) 때는 스틸녹스라는 약을 주로 먹었다. 스틸녹스는 졸피뎀 성분의 향정신의약품으로 당시 뉴스에서 대리처방 등으로 꽤 유명한 수면제였으나, 그 정도로 유명한지 몰랐을 정도로 나에게 미치는 악영향은 크진 않았던 것 같다.


지금 복용 중인 아빌리파이는 뉴스에 나올 정도로 위험한(?) 약은 아니지만, 정신건강의학과를 다니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은 들어봤을 나름 유명한 약 중 하나이다. 양극성장애(조울증)나 조현병(정신분열증)에 쓰는 약인데, 우울증을 치료하는데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 어쨌든, 우울증 증세가 다시 찾아온 작년 8월부터 아빌리파이를 먹기 시작했는데, 처음 먹고 나서는 드라마틱하게 정신상태가 좋아졌었다. 휴직이나 퇴사까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빌리파이 덕분에 휴가만 좀 쓰고 업무에 복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 2월 회사를 옮기면서 꽤 잠잠해졌던 우울증이 다시 폭발하듯 찾아왔고, 나는 어쩔 수 없이 아빌리파이를 증량해서 먹기시작했다. 아빌리파이 외에도 약효를 높이기 위해 리보트릴이나 에스벤서방정, 인데놀정, 자나팜 정 등 여러 약들을 칵테일해서 먹기 시작했으나, 내 정신세계는 빠른 시간에 처참히 무너졌고, 일상생활이 어려워진 나는 회사를 옮긴지 결국 2개월 만에 그만두게 되었다.


한달여쯤 지나니 약 덕분인지 백수가 되어서인지 몰라도 정신상태가 많이 좋아졌다. 그래서 이렇게 오랫만에 브런치에도 글을 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몸무게는 생애 역대 최고치를 찍고 있다. 아빌리파이는 정신세계를 맑게 해주나 피를 탁하게 하고(이상 지질혈증), 우울증을 감소시키나 체중은 증가시키는 부작용이 있다. 뼈를 주고 살을 취하는 약인 것이다. 정신과 약들이 대부분 그렇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어디까지 찔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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