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38일차(26.01.07.수요일)

백수인 내가 매일 빠뜨리지 않는 일

by Preni

오늘도 우리 신랑은

내게 이불을 덮어주고

푹 자라며 모닝키스를 해주고 출근한다.


행복하다.


행복한데,

어젯밤 이력서를 쓰기 망설이다 잠든 기억이 떠오르며

마음이 조금 무거워진다.


마음이 무거워지니

몸도 덩달아 무거워진다.

그렇게 한참을 멍하니 침대에 누워 있다.


누운 채로 인터넷 뉴스를 확인하다 보니

다시 느껴지는 그 기분.

찝찝함.


이런 찝찝한 기분으로

이 귀한 시간을 보낼 수는 없다.


이 찝찝한 기분을 씻어내기 위해

무얼 해야 할까.


청소를 하자.


요즘 나는

매일 아침 청소와 세탁기로 하루를 시작한다.


단정하게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집의 창문을 활짝 열어 환기를 한다.

맑은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본 뒤,


청소기로 집 안 구석구석 먼지를 닦아내고

세탁바구니의 옷들과 수건들을

세탁기에 돌린다.


우리 집 해우소도

물과 치약으로 개운하게 씻어낸다.


그러고 나면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다.


청소를 하다 보면

자연스레 나빴던 기억들이 떠오른다.


어떨 때는

화가 너무 나서

울분에 가슴이 터질 것 같기도 하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내 자신을 다독인다.


미움과 원망은

절대로 답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내 에너지들은 귀소본능이 있어서

언젠가는 내게 다시 돌아오더라고

나는 내가 밉지 않고 소중하니까

그런 감정은 절대 답이 되지 못 하는거야.


미움과 원망을 갖는 이유는

더 이상 그를 경험하고 싶지 않다는 것과

분명 그 때 우린 더 좋은 관계가 될 수 있었는데…라는 아쉬움 아닐까.


그렇다면

해결책을 찾아야지.


분명,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더 있을 것이다.


이렇게 미워만 하는 게 아니라

내 몸을 움직이고

마음을 더 단련하다 보면,


언젠가는

그 아픈 날들이 이해되고

그를 자양분 삼아

나는 더 좋은 인연들과 관계를 맺어나갈 것이다.


닦아도 매일 쌓이는 먼지처럼

달래도 매일 떠오르는 아픈 기억들에

여전히 휘둘리지만,


매일 청소기로 먼지를 닦아내듯

내 마음의 울분과 미움도

조금씩 달래다 보면


언젠가는

나도 어른이 되어 있겠지.


다른 이들을 더 잘 이해하고

성숙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있겠지.


그러니까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지금 바로 일어나

청소를 시작하자.


백수가 되어

매일 빠뜨리지 않는 것들.


청소와 세탁,

그리고 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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