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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DAY32_세계 최대 규모의 하얀 사막 탐험기!

세계일주 시작, 45일간의 미국 로드 트립

by 현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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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화이트샌즈 국립공원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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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국립공원은 대부분 입구에 큼직하게 'OO National Park'라고 적힌 표지판이 있다.
우리는 늘 이 앞에서 인증샷을 남긴다. 마치 '우리 여기 다녀갔어요!' 하고 도장을 찍는 것처럼.
이번에도 어김없이 그 표지판이 보이자, 괜히 가슴이 두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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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렘을 안고 차를 세운 우리는 가장 먼저 *웰컴 센터(Visitor Center)*로 향했다.

웰컴 센터는 그냥 잠깐 들르는 곳이 아니라, 우리 여행의 중요한 시작점이다.
당일의 날씨나 도로 상황 같은 실시간 정보도 얻을 수 있고,
검색으로는 알 수 없는 직원들의 현지 추천 명소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그 국립공원이 왜 특별한지, 어떤 역사와 자연을 품고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또 국립공원마다 웰컴 센터의 분위기가 전혀 달라서,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번에도 핀을 하나 사고, 센터 안을 둘러보다가
화이트샌즈에 대한 짧은 다큐가 상영 중인 걸 보고 짝꿍과 함께 자리에 앉았다.


화이트샌즈가 왜 이렇게 새하얀지 궁금했는데, 그 이유는 바로 *석고(gypsum)*라는 광물 때문이다.
일반적인 사막은 모래가 누르스름한 황토색인데, 이곳은 수천만 년 전 바다였던 곳이 말라붙으며
석고가 지면 위에 남았고, 그것이 마치 눈처럼 하얀 사막을 만든 것이다.
재밌는 건, 이 하얀 모래 위에서 살아가는 동물과 식물들도 점점 하얗게 변했다는 점이다.
포식자에게 눈에 띄지 않기 위해 흰 털이나 밝은 몸 색으로 진화했다고.
또한 이 지역의 식물들은 뿌리가 모래에 쉽게 파묻히는 것을 막기 위해
일반적인 사막 식물보다 키가 훨씬 크고, 줄기가 길쭉하다고 한다.
하얀 사막 위에서 혼자 쑥 올라와 있는 키 큰 식물들을 보며, 이들의 생존 방식에 감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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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센터를 잘 둘러봤겠다! 이제 본격적으로 화이트샌즈 안으로 들어가보기로 했다.
입구를 지나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건 온통 하얀 세상.
이게 진짜 눈이 아니라 모래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새하얀 풍경이었다.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썰매를 탈 수 있는 적당한 곳에 차를 세우고,
벌떡 내려 모래 위에 발을 디뎠다. 맨발로 밟은 모래는 햇살이 닿지 않는 그늘 아래라 그런지 꽤 차가웠다.
웃음이 절로 나올 만큼, 진짜 얼음장 위에 발을 올려둔 기분!


화이트샌즈 국립공원에서는 썰매도 탈 수 있는데,
국립공원 내에서 대여해주는 썰매 비용이 꽤 비싸다는 소문을 듣고
우리는 미리 월마트에서 썰매를 사왔다.
실제로 보니, 대여비가 우리가 산 가격의 3배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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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매를 들고 모래 언덕 위로 올라가 미끄러지듯 내려오는데
눈 위에서 타는 썰매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푹신하면서도 쫀득한, 흙과 눈의 중간쯤?

이제 좀 더 가파르고 높은 곳에서 도전해보기로 하고 다시 차를 타고 이동했다.

가파른 언덕에 올라 또 몇 번을 내려오고 숨을 고르고 있는데,
저 멀리 뭔가 우뚝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저건 뭐지?”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천천히 그쪽으로 걸어갔다.

점점 가까워질수록 선명해진 그 형체는…
바로, 낙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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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하얀 사막에서 낙타를 보다니? 이건 정말 상상도 못한 조합이었다.
한 할아버지와 함께 있는 낙타를 보고
혹시 관광객에게 사진 찍어주고 돈을 받는 업자인가? 하는 생각이 스치기도 했다.

하지만 다가가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할아버지는

매주 일요일마다 낙타를 데리고 멀리서부터 이곳까지 산책을 나온다고 했다.
우리보다 먼저 구경 중이던 어떤 분은
"이런 건 정말 예상치도 못했는데 너무 고맙다"고 했다.

낙타는 할아버지와 뽀뽀도 하고, "앉아", "일어나" 같은 명령도 잘 따르는 아주 귀여운 친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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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는 “이 아이에게 여긴 디즈니랜드나 다름없어요.”라고 말했는데
그 말이 왜 이렇게 따뜻하게 느껴졌는지,
아직도 가슴 깊이 남아 있다.


지금까지 다녀온 국립공원들 중 배드랜즈 다음으로
가장 독특하고 신기했던 곳.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정말 특별한 미국 국립공원을 찾고 있다면
꼭 뉴멕시코에 위치한 화이트샌즈 국립공원을 추천하고 싶다.


하얀 모래 위에서 썰매를 타고,
예상치 못한 낙타와의 만남까지.
이런 여행, 평생 기억에 남을 수밖에.




백김밥로드 유튜브 영상 보러가기: https://youtu.be/MryRnjVL7VQ?si=NU2pSIZC2E58m0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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