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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DAY34,35_미국 서부, 숨은 명소를 찾아서

세계일주 시작, 45일간의 미국 로드 트립

by 현존

2024년 12월 3일 화요일


모뉴먼트 밸리에서의 멋진 풍경을 뒤로하고, 우리는 다음 목적지인 브라이스 캐년으로 향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일정이 여유로워서, 그냥 지나치기엔 아쉬운 길 위의 숨은 명소들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Natural Bridges National Monument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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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으로 가는 길은 마치 '신의 밸리'라고 불릴 만큼, 절벽을 깎아 만든 도로가 이어져 있었다. 어떻게 이런 험난한 지형을 깎아 도로를 만들었을까 싶을 정도로 높고, 울타리 하나 없는 아찔한 절벽이었다. 반대편에서 차가 올 때면 순간적으로 눈을 질끈 감게 될 만큼 아찔하고 긴장되는 순간의 연속이었다.


미국을 여행하다 보면 이상하게도 이런 절벽 도로에 울타리를 설치하지 않은 곳이 많다.

혹시 울타리를 설치하는 게 오히려 비효율적이라고 느끼는 걸까, 아니면 위험한 상황이 생길 거라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는 걸까?


답은 모르겠지만, 이런 도로를 달리다 보면 참 여러 가지 생각이 스친다.

그렇게 광활한 대자연 속에 차 한 대도 없이, 사람도 없이, 마치 세상에 우리 둘만 있는 듯한 감각을 느끼며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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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 무렵, 드디어 Natural Bridges National Monument에 도착했다. 이곳에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세 개의 거대한 바위 다리가 있는데, 우리는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Sipapu Bridge를 찾아갔다. 시파푸 다리는 아치형으로 우뚝 솟아 있었고, 그 규모와 견고함은 자연이 만든 작품이라기엔 믿기 어려울 만큼 놀라웠다.

참고로, '시파푸(Sipapu)'는 나바호족의 전설에서 '세상과 다른 세상을 연결하는 문'이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라고 한다. 정말 이름처럼, 저 다리는 다른 세계로 통하는 문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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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더 일찍 도착했다면 트레일 코스를 따라 걸으며 다리 위를 직접 걸어볼 수도 있었겠지만, 해가 저문 뒤라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이런 아쉬움은 오히려 이곳을 다시 찾게 만드는 이유가 되는 것 같다.

우리는 그 멋진 풍경 속에서 바지락 칼국수를 끓여 먹었다. 특별할 것 없는 요리지만, 이렇게 특별한 곳에서 먹는 음식은 유독 더 맛있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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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박을 하러 가는 길, 인공적인 불빛 하나 없는 그 밤하늘은 수많은 별들로 가득했다. 사진으로만 봤던 은하수가 우리 눈앞에 펼쳐져 있었고, 별똥별도 떨어졌다. 깜짝 놀라서 서로에게 별똥별 봤냐고 물어봤는데, 다행히도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어 그 찰나의 순간을 함께 기억할 수 있었다.


2024년 12월 4일 수요일


다음 날, 우리는 계속 고민하던 엔텔롭 캐년 방문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입장료가 너무 비쌌고, 사전에 예약을 꼭 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만의 엔텔롭 캐년'을 찾아보기로 했다. 조금 더 알려지지 않은 곳,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우리에게는 소중한 장소. 그렇게 운전대를 잡고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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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해먹을 장소를 찾아 광활한 대자연 속을 달리며 눈을 부릅뜨고 장소를 찾던 중, 우리의 눈에 들어온 곳은 바로 Devils Garden이었다. 이름만 들으면 무시무시할 것 같았지만, 막상 도착해보니 이곳은 악마 같은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너무나 아름다운 장소였다. 세상에 이런 곳이 있을 수 있나 싶을 만큼 신기한 모양의 거대한 바위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Devils Garden은 에스칼란테 그랜드 스테어케이스 국립 기념물(GSENM, Grand Staircase-Escalante National Monument) 안에 위치한 곳으로, 바람과 물이 오랜 세월에 걸쳐 깎아 만든 기묘한 바위 군락지이다. 이곳의 바위들은 대부분 사암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마치 누군가 조각해 놓은 듯한 형상들로 가득하다. 그중에서도 아치 모양의 바위와 여러 기암괴석들은 신비롭기까지 하다.


이곳은 우리가 미국 로드트립을 하며 만났던 장소들 중에서도 유독 인상적인 곳이었다. 혹시 이곳을 지나치게 되거나 우리와 비슷한 경로로 여행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꼭 한번 들려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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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곳에서 스팸 김치볶음밥을 만들어 먹었다. 미국에서 정말 인기가 많은 애리조나 음료와 함께 먹었는데, 음료의 달달함과 김치볶음밥의 짭짤하고 매콤한 맛의 조합은 그야말로 찰떡궁합이었다.

밥을 먹고, 소화도 시킬 겸 프리스비를 던지며 놀았다. 원래 10개를 넘긴 적이 거의 없었는데, 이곳에서는 14개나 주고받았다. 그게 너무 기뻐서 서로 얼싸안으며 행복해했다.

프리스비 하나로 이렇게 행복할 수 있다니, 행복은 정말 소소한 데서 오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우리는 다음 목적지인 '우리만의 엔텔롭 캐년'을 향해 다시 길을 나섰다.



백김밥로드 유튜브 영상 보러가기: https://youtu.be/ALo7z7i_-2E?si=lAZzOxV8Sho4MjR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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