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미국 DAY41,42_라스베가스, 타이타닉 전시회 후기

세계일주 시작, 45일간의 미국 로드 트립

by 현존

2024년 12월 10일 화요일


오늘은 플라밍고 호텔에서 체크아웃하는 날이다.
체크아웃 전, 이른 아침부터 눈을 떴다. 라스베가스의 아침 거리를 걸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직 밤의 화려함이 남아 있는 듯한 거리 위로, 느릿한 햇살이 내려앉고 있었다.


A6CDF6C3-3280-4998-AA50-44C2DF531659_1_102_o.jpeg

우선, 어제는 어두워서 잘 보지 못한 플라밍고를 다시 보러 갔다. 마침 직원분이 먹이를 주고 있었고, 플라밍고들은 신이 난 듯 움직이고 있었다.
자연에서가 아닌 호텔의 볼거리로 존재하는 플라밍고의 모습이 마음 한켠을 짠하게 했지만, 그래도 건강해 보였던 게 위안이었다.


326D730A-0BB0-411D-A5A4-096A4527EDED_1_105_c.jpeg

호텔 뒤쪽에 있는 스타벅스에 들렀다. 그런데 메뉴판을 보자 두 눈을 의심했다.
카페라떼가 무려 10달러, 한국 돈으로 약 14,000원이다.
몇 번이고 메뉴판을 다시 봤지만, 내가 알던 스타벅스가 맞았다.
특별한 인테리어나 바리스타가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이리 비싼 걸까?
라스베가스의 스타벅스는 대부분 카지노 안 호텔에 입점해 있는 매장이라, 자체 운영이 아닌 임대 기반 독립 운영 체제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가격이 지역 평균보다 높다고 한다.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며 다시 호텔로 돌아가 체크아웃을 했다.
(플라밍고 객실이 궁금하다면, 유튜브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6C97BA58-BE33-410E-B6EB-473E7BEE9C31_1_102_o.jpeg
832E76C8-A369-45B3-9B68-40A2070E1103_1_102_o.jpeg

조금 걸어 벨라지오 호텔로 향했다.
플라밍고 호텔과는 또 다른, 무척이나 고급스럽고 세련된 느낌이다.

벨라지오 호텔은 라스베가스를 대표하는 럭셔리 호텔 중 하나로, 이탈리아 북부의 코모호수를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내부는 웅장하고 예술적인 분위기로 가득하며, 실내 정원과 유명 미술 작품이 호텔 곳곳을 채우고 있다.

로비 한가운데엔 엄청난 자본이 들어갔을 것만 같은 크리스마스 장식이 반짝이고 있었다.


스크린샷 2025-06-26 오전 11.55.00.png
스크린샷 2025-06-26 오전 11.55.45.png

카지노를 구경하려고 걸어가는데, 입구 쪽 카페에서는 감미로운 피아노 연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눈을 감으면 클래식 연주회인데, 눈을 뜨면 돈을 따기 위한 전쟁터 같은 카지노라니.
이 묘한 이질감이 묘하게 인상적이었다.


벨라지오 로비엔 명품 샵들도 다양하게 입점해 있었다.
카지노에서 잭팟이 터지면 곧장 쇼핑하러 오라는 구조 같았다. 현실판 모노폴리랄까. 정말 유쾌한 도시다.


230865FC-A662-4E4E-8101-3D90D64D5FF4_1_102_o.jpeg

나는 도박이나 유흥에는 관심이 없어서, 라스베가스에서 뭔가 유익한 것을 찾던 중 ‘타이타닉 전시회’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놀랍게도, 라스베가스에는 대형 카지노 호텔들이 함께 운영하는 무료 트램이 있다. 그걸 타고 타이타닉 전시회가 열리는 럭소르 호텔로 향했다.

트램은 생각보다 훨씬 쾌적했고 빠르게 도착했다.


CBEE6CFB-7BC1-400A-A816-CE09DFD9DB6C_1_102_o.jpeg
9EF431D6-CA3E-4BC9-A3E9-B63CE0F15C9D_1_102_o.jpeg
EE8FC54C-B9E5-4AED-AE7F-1AEABB3A0CB8_1_105_c.jpeg
B57A342E-A855-4451-8EC7-B918F704860D_1_105_c.jpeg

럭소르 호텔은 이집트 피라미드 모양으로 생긴 독특한 건물이었다.

박스오피스에서 입장권을 구매하고 들어가려는데, 직원분이 보딩 패스를 나눠주셨다.
이 패스는 전시회 관람권이자, 마치 실제 타이타닉에 탑승하는 듯한 경험을 제공하는 소품이다.
뒷면에는 실제 승객의 이름과 나이, 탑승 등급, 출발 목적 등이 적혀 있었다. (전시회의 마지막에 보딩패스에 나와있는 큐알코드를 찍으면 생존자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다.)


76051656-6623-4475-A682-AFD2B18B4875_1_102_o.jpeg
스크린샷 2025-06-26 오전 11.58.55.png
스크린샷 2025-06-26 오전 11.59.15.png

전시회 내부는 진짜 배에 탑승한 듯 설계되어 있었다.
항구의 소리와 파도 소리가 배경음으로 깔려 있었다.

1등석, 2등석, 3등석 객실이 모두 재현되어 있었고,
특히 1등석 일반 객실은 현재 가치로 약 11만 달러, 한화 약 1억 5천만 원에 해당한다고 한다.(정확하지 않을 수 있음)
진짜 배의 객실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고급스러웠다.


전시장에는 실제 타이타닉에서 건져낸 1등석 승객들의 유물도 전시되어 있었다.
쥬얼리, 식기류, 손편지 등… 당시 사람들의 삶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FD3D1237-0C2C-4052-A314-86196D7D394A_1_102_o.jpeg
CA39C7A3-87F1-4540-A518-82EBA3DC85A7_1_102_o.jpeg

타이타닉은 1912년, 뉴펀들랜드 해안 인근 북대서양의 빙산 충돌로 침몰한 비극의 배이다.
그래서인지, 야외 데크로 재현된 공간은 칠흑 같은 밤으로 꾸며져 있었다.


출구 쪽에는 커다란 얼음 조각이 놓여 있었는데, 이는 당시 빙산의 온도와 촉감을 체험할 수 있도록 설치된 것이다.
손을 대보니 상상 이상으로 차가웠고, 수많은 사람들이 저런 온도 속에서 구조되지 못하고 동사했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려왔다.


5613E31F-859B-4B3B-8852-64FC3DA5AFAF_1_102_o.jpeg

마지막엔 ‘The Big Piece’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는 실제 타이타닉호의 선체 일부분(약 15톤, 7.6×4.5m 크기)이며, 1998년 해저 3,810미터에서 인양된 진귀한 유물이다.
녹슨 철판과 리벳 하나하나가 당시의 시간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전시를 다 보고 벨라지오로 돌아와 잠시 쉰 뒤, 기대하던 뷔페를 먹으러 갔다.
하지만 대기 시간이 너무 길어 다른 식당으로 향했다.


576CABBE-5DEB-4400-9DE3-9B010649E1D1_1_105_c.jpeg
655EFFE6-8646-47DE-8C50-590E7B91B07C_1_102_o.jpeg

우리가 찾은 곳은 영화 포레스트 검프를 모티브로 한 Bubba Gump Shrimp Co.였다.

새우를 테마로 한 이곳의 음식들은 꽤 괜찮았다.(여러가지 메뉴를 먹었으나 허겁지겁 먹느라 음식 사진이 두장뿐)


그렇게 라스베가스에서의 두 번째 날도 무르익었다.


2024년 12월 11일 수요일


‘벨라지오 호텔에서 잤으면 수영도 해야지!’

그런 생각에 아침 일찍 눈을 떠 백짝꿍과 수영복을 입고 나섰다.

날씨가 아직 쌀쌀한 탓인지, 가장 큰 수영장 하나만 개장되어 있었다.
가는 길은 고요했고, 조경은 마치 궁전처럼 꾸며져 있었다.
그 정원 사이를 걷는 기분이 참 좋았다.


9B1C9FDF-350F-4B70-AF18-4965539909A7_1_102_o.jpeg
4B4DE642-885E-4343-877A-AEF2CBEE1E40_1_102_o.jpeg

수영장에 도착하니, 안전요원만 4명.
수영을 하는 사람은 우리뿐이었다.
물 위를 둥둥 떠다니며, 얼떨결에 수영장을 전세 낸 기분을 만끽했다.
비수기 여행의 매력이 이런 데 있다.


호텔을 체크아웃한 후, 우리는 많은 고민 끝에 Grand Canyon West로 향하기로 했다.
이곳은 다른 국립공원 구역과 달리 원주민 공동체가 운영하는 사설 지역이다.
스카이워크라는 유리 다리 위에서 협곡을 내려다볼 수 있는 명소이다.


961FFD77-3D41-4702-A1DC-D4F64857ADC9_1_102_o.jpeg
E9786325-A46B-402E-8659-3C61BA4F6D55_1_102_o.jpeg

가는 길에 들른 한 마을의 카페가 인상 깊었다.
너무나 조용하고 아늑해서, 아직도 그 분위기가 기억 속에 남아 있다.


1DDBD009-E82D-4074-BCC3-B49CB9788060_1_105_c.jpeg

열심히 달려 도착했지만... 시간이 5시를 넘어 스카이워크 입장 마감이 되어버렸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입구의 비석 앞에서 사진 한 장을 남겼다.

8D957F9D-D0DE-40B7-A7F4-6CC789B29DDF_1_102_o.jpeg
5FE658DD-04EB-4736-B4B4-1BA5EB3AAC60_1_105_c.jpeg

그리고 다시 라스베가스로 향했다. (다음 일정이 라스베가스를 지나가야 하기 때문)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프레몬트 스트리트.
라스베가스의 구시가지인데, 이곳의 하늘은 LED 천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조명이 쏘아올리는 영상들이 현실처럼 느껴질 정도로 정교하다.


그 천장을 가로지르는 짚라인도 있다.
빛의 바다를 날아가는 기분일까?


거리에서는 예술가들의 공연도 이어졌다.

마술을 부리는 사람, 불을 다루는 사람, 동상 컨셉 사람까지.
팁을 건네며 이 도시의 마지막 정취를 꾹꾹 눌러 담았다.


그렇게 우리의 라스베가스 여행은 끝이 났다.
화려함 속의 일상, 그 속에서 마주한 평온한 순간들.
이 도시를 기억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에게 라스베가스는 이 며칠 동안 가장 특별한 ‘일상’이었다.



백김밥로드 유튜브 영상 보러가기: https://youtu.be/fgoJNFNFxaA?si=ZEOHY_bAj3ho383V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