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 시작, 45일간의 미국 로드 트립
2024년 12월 12일 목요일
라스베가스를 떠나 샌디에고로 향하는 길. 그 사이에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이 있다.
사실 나도, 백짝꿍도 조슈아 트리에 몇 번 가봤던 터라 굳이 또 들려야 하나 고민이 되었지만, 우리 둘이 함께 가본 적은 없다는 사실에 마음이 움직였다. 솔직히, 조슈아 트리를 그냥 스쳐 지나가긴 아쉬웠다.
조슈아 트리는 참 독특한 이름을 가졌다. 19세기 중반, 이 땅에 처음 발을 디딘 모르몬 개척자들은 이 기괴한 나무를 보고 마치 하늘을 향해 팔을 뻗고 기도하는 구약 속 ‘여호수아(Joshua)’ 같다고 생각했다 한다. 그렇게 ‘조슈아 트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이 나무는 유카(Yucca) 속의 식물로, 뜨거운 사막 한복판, 물기 하나 없이 건조한 땅 위에 굳건히 자란다. 끝이 뾰족뾰족하고 날카로운 잎이 사방으로 뻗어 있어 처음 보면 누구나 ‘참 괴상하게 생겼다’는 감탄부터 나오게 된다.
이곳은 밤하늘도 유명하다. 해가 지고 나면 수천 개의 별과 은하수가 머리 위로 쏟아진다.
꼭 들러야 하는 스팟 중 하나는 스컬 록(Skull Rock)이다. 두 눈이 움푹 파인 해골처럼 생긴 이 바위는 수백만 년 동안 바람과 물에 의해 침식되어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고 한다. 마치 자연이 조각한 조형물 같아 놀랍기만 하다.
스컬 록 주변에는 짧은 산책로가 이어져 있어 여유가 있다면 꼭 걸어보길 추천한다.
기념 사진을 남기고, 다시 샌디에이고로 향했다.
가는 길에 카페가 생각나 팜스프링스에 잠깐 들렸다. 도로 양옆으로 길게 늘어선 팜트리들이 도시를 더 아름답게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오늘의 메인. 샌디에고의 ‘필즈 바베큐’이다.
22년도 LA 인턴 시절, 친구들과 샌디에이고 여행 중 처음 들렀던 곳이다. 그때 처음 맛본 바베큐가 너무 맛있어서 눈이 휘둥그레해졌다. 바베큐에 딱히 큰 감흥 없던 나에게, 이 집은 충격이었다.
필즈 바베큐는 샌디에고에 총 5개의 지점이 있다. 1958년부터 운영된 이곳은 원래 정육점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바베큐 마니아들 사이에서 ‘현지인 찐맛집’으로 불린다. 메뉴는 간단하다. 립, 비프, 치킨, 그리고 사이드 메뉴 몇 가지. 단순하지만 강력한 조합이다.
우리가 찾은 지점은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라 그런지 붐비지 않아 좋았다.
설레는 마음으로 풀 립(Full Rib)과 비프 립(Beef Rib)을 시켰다. 그리고 필즈 바베큐에서 빠질 수 없는 사이드들. 신선하게 잘린 프렌치 프라이, 달콤한 베이크드 빈, 아삭한 코울슬로를 함께 주문했다.
여기 바베큐는 소스에 푹 절여져 나온다. 따로 소스를 더 달라고 하지 않아도 넉넉하게 뿌려주는데, 원한다면 주문 시 더 달라고 말하면 된다.
첫입이 가장 강렬하다. 단짠의 조화가 완벽한 소스, 부드럽고 야들야들한 고기. 씹기도 전에 입안에서 녹는다.
참고로 양이 정말 많아서 1인 1메뉴는 조금 무리일 수 있다.
사이드 메뉴 중 어니언링은 꼭 먹어봐야 한다. 겉은 바삭하지만 속은 폭신폭신한 빵 같다. 랜치 소스에 찍어 먹으면... 여긴 천국인가 싶다.
코울슬로는 느끼해질 타이밍에 한입 먹으면 입 안을 싹 정리해주는 고마운 존재다.
필즈 바베큐의 소스는 병으로도 판매하는데, 기념품으로 사가기 좋은 구성이다. (하지만 우리는 세계여행 중이라 패스했다.)
그렇게 배부르게 먹고, 우리는 샌디에이고에서 LA로 향하는 길에 있는 휴게소(Rest Area)에서 차박을 했다.
2024년 12월 13일 금요일
아침이 밝았다. 블루보틀 커피 한 잔과 함께 하루를 열고, 샌디에이고에 왔다면 꼭 들려야 하는 라호야 비치와 라호야 코브로 향했다.
이곳은 바다사자들의 서식지로 유명하다. 운이 좋으면 바다 위로 떠오르는 돌고래들도 볼 수 있는데 우리도 이 날 돌고래 지느러미를 봤다.
그동안 본 바다사자들은 늘 잠만 자고 있었는데, 오늘은 달랐다. 파도를 타며 놀고 있는 바다사자들의 모습에 나까지 에너지가 충전되는 기분이었다.
바다를 따라 걷다가 외발로 서 있는 새도 보고, 바다 앞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화가도 만났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바다 위로 놓인 다리까지 걸어갈 수 있는데, 오늘은 그 다리 끝에서 낚시꾼이 잡은 큼직하고 통통한 빨간 생선도 보았다. 장어 뺨치는 힘을 가진 녀석이었다.(유튜브 영상 꼭 보세요...!)
혹시 이 생선이 뭔지 아시는 분이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시길!!!!
한참을 더 걷다보니, 바다 바로 옆 바위 틈 사이로 지상 다람쥐들이 뛰어다니고 있었다. 땅굴을 파고 사는 다람쥐는 처음 봤는데, 알고 보니 캘리포니아 지상 다람쥐는 이렇게 살아간다고 한다.
점심을 먹기 위해, 샌디에이고의 한적한 공원으로 향했다.
오늘은 우리가 요리를 해먹는 마지막 날이었다. 45일간의 로드트립 동안 우리와 함께해준 냄비, 젓가락, 그릇들. 이젠 보내줄 시간이 왔다.
어느새 미국을 한 바퀴 돌아 다시 캘리포니아로 돌아온 우리가 믿기지 않았다.(뭉클)
그 공원에서 마지막 요리를 하고, 함께해준 조리도구들에게 작별을 고했다.
다음 글, 그리고 다음 유튜브 영상은 미국 로드트립의 마지막 편이다...!
백김밥로드 유튜브 영상 보러가기: https://youtu.be/1kGNFmFBt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