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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esent May 12. 2024

당신의 마음근육이 약하게나마 수축할 수 있다면.

당신은 어떤 상황 속에서도 조건 없이 행복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자주 가는 동네 뒷산 초입의 4월

지구라는 행성에 인간으로 발을 디딘 지 반백년만에 나는 4월 말이나 5월 초에 산에 가면 아카시아꽃과 밤꽃이 향기로 내게 인사하기 시작한다는 걸 아는 사람이 되었다. 생애 처음으로 고개가 180도 돌아가는 소쩍새와도 만났고, 혼자서 딱따구리 소리도 알아들을 수 있다. 

게다가 나는 햇볕의 농도에 따라 같은 장소가 얼마나 다른 풍광을 보여주는지 알고 있으며 빛과 조화를 이루는 자연의 신비한 순간들의 정성스러운 목격자이다. 신통하다. 내가 이렇게 멋진 사람이 되었다는 게......


그런데 이 모든 경험은 모두 덤으로 받은 것이다. 사실 산에 발을 들인 건 사라져 버린 몸의 근육을 찾기 위한 시도 중 하나였다. 집에서 5분 남짓 걸리는 거리에 20~30분이면 정상에 오를 수 있는 다정한 산이 있었다는 건 그리고 이사한 지 13년 만에 그 산과 친한 사이가 되었다는 건 정말 큰 축복이었다. 물론 처음부터  산마니가 된 건 아니었다. 허리 수술을 했고 요추 2번과 3번 사이를 고정한 나사 2개가 있다는 현실로 두려움이 가득해 감히 산꼭대기에 가 보는 건 꿈도 못 꾸던 어느 날이었다. 이야기 속에서나 나옴직한 무언가 신령한 느낌을 주는 할머니 덕택이었다고 해야 하나? 밑에서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는 내게 조금만 가면 정상이니 얼른 가보라는 수 차례의 권유와 당신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말의 이상한 기운으로 나도 모르게 '나는 꼭대기에 오르면 안 돼'하는 마음의 터브를 깨고 뭔가에 홀린 듯 첫 번째 정상이라 할 수 있는 곳에 발도장을 찍었다. 거친 숨을 내쉬며 내려와 보니 할머니는 없었다. 설마 마고할미였을까? 정말 동네 할머니였을까? 알 수는 없다.

 그 후로 나는 한 날은 오전 10시 40분에 어느 날은 오후 2시에 또 어느 날은 오후 5시 57분에 그 커다랗고 따듯한 산의 여기저기를 누비며 산의 기운을  맘껏 누렸다. 그렇게 몸의 근육을 얻기 위해 산에 오르기 시작한 내게 생각지도 않은 마음의 근육이 덤으로 따라왔다. 

 어느새 차곡차곡 쌓여가는 마음근육으로 예전과는 다른 선택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그냥  당신도 매 순간 행복해도 된다는 마음의 소리를 받아들이며 말이다.

유난히 걱정이와 불안이와 친하던 내가 죽음에 대한 단상 마저 아주 조금씩 다른 느낌을 가지고 마주하게 되었다.




만약 당신이 암을 경험했다면 죽음이라는 현상에 대해 한 번쯤은 깊게 생각해 봤을 것이다. 어쩌면 죽음을 앞두고 있을 수도, 누군가는 그때의 경험이 희미해질 만큼 오랜 시간을 보내고 일상을 살고 있을 수도, 그리고 또 누군가는 암이라는 질병을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안절부절못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도 그렇다. 나도 암을 경험했고 죽음이라는 단어와 마주했었고 지금도 온전히 자유롭다고 할 수는 없다. 종종 신체에 나타나는 작은 징후에 대해 과민하게 생각하기도 하고 나의 일상에 대해 엄격히 제한하려고 계획을 하기도 하고 누군가 암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면 잠시 내 마음을 어쩔 줄 몰라하기도 한다. 2024년 현재 암이라는 한 단어에 많은 사람들이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현실이다. 사실 그래서 어떤 말을 한다는 게 머뭇거려졌었다.  각자 다른 상황에서 다른 경험을 하고 있는 암경험자들에게 나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조금이라도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었다. 암경험자라면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 한 번 더 고민하게 되기도 하기 때문에......

담벼락이 있으면 흔하던 5월의 장미가 요즘은 흔하진 않다.

나의 경험에 대해 글을 써야겠다고 결심했을 때 나는 화가 나 있었다. 암환자에게 좋다는 갖가지 음식들과 건강식품들을 홍보하는 누구도 책임져 주지 않을 tv 광고와 sns 그리고 방송들! 특히 진실인지 조작인지 알 수 없는 건강 관련 방송을 할 때 여지없이 방송내용에서 나오는 식품을 파는 홈쇼핑 채널들을 보며 분노했었다. 마음이 약해졌을 땐 나도 저것들을 다 먹어야 하나? 갈등을 한 적도 있다. 그런 상황들은 많은 암경험자들의 약해진 마음을 뒤흔들어 놓고 불편해지게 할 수 도 있다. 


아마도 세상에 암환자만 먹어야 하는 암경험자에게만 좋은 음식이란 상황이란 없을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 좋은 혹은 모든 사람의 건강에 좋은 식습관과 운동방법과 생활습관이 있을 뿐이다. 암경험자의 불안해소를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한다고 모 연구팀의 연구에 대상자로 참여했을 때 나는 말했었다. 대형병원들에 걸린 암 관련 사진들을 다 떼어줄 수 없냐고. 두려움과 불안을 부추기는 그 사진들 덕택에 우리는 더 두려워져 잠시라도 

나답게 살 수 있는 시간을 놓치기도 한다는 걸 아냐고 말이다.

암은 전염병이 아니다. 내가 암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생활을 하고 그런 시간 속에 나 스스로를 오래 방치해 두었기에 이런 결과가 나온 건 아닌지 자책한 적도 있지만 어쩌면 내 친절한 주치의 선생님 말씀처럼 나는 운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암치료를 하며 암경험자라는 이 꼬리표가 평생 나의 삶을 따라다니겠구나 깨달았을 때  마음먹은 한 가지는 앞으로 내게 주어진 시간을 투병이 아닌 나의 삶을 살아가는 시간들로 메꿔야겠다는 것이었다.

생각해 보면 내가 암경험을 하며 나쁜 상황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나를 향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알게 되었고 삶의 유한함을 더 가까이 안 덕분에 하루하루 사는 방법을 배우게 되었고 내가 얽매여 있던 세상에 많은 일들이 사실은 별스럽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지금 여기 이 순간의 한 호흡에 감사하는 시간이 많아졌으며 어떤 대상을 미워하던 그 마음들이 나를 향한 미움을 빙자한 것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렇다고 내가 무언가를 초월했다거나 온전해진 것은 아니다. 다만 어떤 상황에서든 어떻게 살 것인지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었을 뿐이다.



"자극과 반응 사이에 공간이 있다. 그리고 그 공간에서의 선택이 우리 삶의 질을 결정짓는다."

"사물들은 각자가 서로를 규정하는 관계에 있지만 인간은 궁극적으로 자기 자신을 규정한다. 타고난  자질과 환경이라는 제한된 조건 안에서 인간이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그의 판단에 달려 있다."


빅터프랭클린 선생님의 말처럼 나를 규정하는 것은 나이다. 

나로서 활짝 피어나도록 만들어진 존재이다 나는.

내가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꺼려졌던 여러 가지 이유 중의 하나는 지금 당장 이번 생에 짧은 시간을 선고받은 사람들 속에서 나의 이 이야기가 또 하나의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미 내가 알고 있는 많은 사람들과 나는 이별했고 죽음을 앞둔 그들에게 서툰 위로를 하기도 했었다. 무슨 말이 필요했을까!

그럼에도 용기를 내는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용기란 비판에 익숙해지는 게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거라고 하던데 말이다-브레네 브라운)

아니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인 거 같다. 

지금 당장 우리는 행복을 선택할 수 있다는 그 말 말이다. 어떤 상황 조건을 떠나 당신이 행복하고자 한다면 행복할 거라는 그 말 말이다. 

아프고 나서야 그걸 알게 된 게 아쉽긴 하지만, 우리는 누구나  원하는 행복을 어떤 상황에서건 스스로 선택할 수 있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심지어 정말 누가 봐도 고통스러울 상황에서도 행복을 선택하고 그 속에서 평안을 맛보고 있다는 말을 나누고 싶다. 

운동을 하든 호흡을 하든 맛있는 것을 먹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든 내가 원하는 것들로 우리의 삶을 조금씩 채워가며 삶 속에 머물러 보자고. 어차피 시간은 어떻게든 흐를 것이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고 웃고 사랑하고 감사할 줄 아는 그 마음의 힘과 내 발로 걷고 움직일 수 있을 정도의 몸의 힘을 기르는 것 그것으로 족할 지도 모른다. 우리의 건강을 위한 노력은...... 

그리고 어쩌면 어느 책에서 읽은 것처럼  암이라는 병이 낫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암은 낫기 어려운 병이라는 우리의 신념 때문일 지도 모른다.


요즘도 시간만 나면 산에 오른다. 나의 몸과 마음의 근력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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