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정말 안 변할까? 테세우스의 배와 나

by 율리



‘사람 변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흔히들 하지만 사람은 평생 많이 변한다. 노력으로 달라지기도 하고 환경에 적응하기도 한다. 생물학적 수준에서는 인간의 몸이란 테세우스의 배와 마찬가지다. 세포들이 끊임없이 죽고 다시 생성되기 때문에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그대로 남아 있는 세포는 거의 없을 것이다. 행동도, 마음도, 습관도, 조금씩 달라지다가 그 변화가 누적되면 전혀 다른 사람처럼 되어버린다.

- 김영하, 『단 한 번의 삶』 중-



김영하 작가의 『단 한 번의 삶』에 나오는 내용이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영웅 테세우스는 크레타 섬의 미궁에 살던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물리치고 아테네의 젊은이들을 구해 낸 인물이다. 테세우스가 아테네의 젊은이들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왔을 때 아테네인들은 이 배를 오랫동안 기념물로 보존하기로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무로 된 선체가 썩자, 그들은 낡은 판자를 하나씩 떼어내고 새 판자로 수선하는 일을 반복했다. 이 과정이 수백 년간 반복되어 결국 배를 구성하는 모든 부품이 새것으로 모두 교체되었다.


테세우스의 배.jpg 크레타섬에서 탈출하는 테세우스(이미지 : 위키백과)




이때 나올 수 있는 질문이 바로. “모든 판자가 새것으로 바뀐 뒤에도 이 배를 여전히 ‘테세우스의 배’라고 부를 수 있는가?” 라는 것이다.

테세우스의 배는 여전히 테세우스가 탔던 그 배일까 아니면 새로운 배일까?



이 질문은 ‘어떤 사물의 구성 요소가 모두 바뀌었을 때, 그것을 여전히 같은 사물이라고 할 수 있는가?'라는 정체성에 관한 오래되고 유명한 철학적 문제이다. 정체성을 물질(구성 요소)에 둘 것인지, 아니면 이름이나 기능, 역사적 의미 같은 것에 둘 것인지에 따라 다른 답이 나올 수 있다.



사람은 태어나고 자라면서 물리적 ⦁심리적 환경의 변화, 세포 변화 등 여러 변화를 거친다. 그렇다면 50년 전에 태어난 나와 지금의 나는 전혀 다른 사람일까? 아니면 여전히 같은 사람일까?

인간의 몸을 이루는 세포 중 어떤 것은 며칠 만에 바뀌는 것도 있고, 몇 달 혹은 몇 년에 걸려 바뀌는 것도 있다고 한다. 또 어떤 세포는 거의 평생 동안 유지되기 때문에, 인간의 몸은 부분적으로는 늘 새로워지면서도 동시에 오래된 부분을 계속 간직하고 있는 구조라고 볼 수 있다고 한다.



‘테세우스의 배’는 비록 부품이 모두 새것으로 교체되었다 해도, 그 때문에 역사적 의미나 기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아테네인들이 보존하고자 한 것은 배를 이루는 판자와 부품이 아니라, 그 배가 상징하는 역사적·정치적 의미와 아테네인으로서의 자긍심이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모든 부품이 바뀌었다 하더라도, 테세우스의 배는 여전히 테세우스의 배라고 말할 수 있다.



batang-hwamyeon-ui-allam-sigye-mich-byeong.jpg 이미지 : freepik



나를 이루는 세포 중 일부는 이미 과거와는 다른 세포로 바뀌었다. 성격과 취향, 습관 역시 조금씩 변해 왔다. 그래서 나는 20년 전, 10년 전의 나와는 다른 존재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나’다. 사람의 인생은 단지 시간이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내·외부적으로 변화하고 성장하는 과정 속에 놓여 있다.

결국 테세우스의 배처럼, 무엇을 변함없이 지키고 무엇을 변화·성장시켜야 하는지가 더 본질적인 질문인지도 모르겠다.




p.s

책을 읽어도 이해가 잘 안되거나 쉽게 읽혀지지 않을 때가 있다.

어수선하고 시끄러운 환경에서 책을 읽어서 그럴 수도 있고 걱정거리나 고민이 있어 책에 집중할 수 없는 등 읽는 사람의 상황이 원인일 수도 있다. 또 하나, 책에 나오는 말의 뜻을 이해하지 못할 경우 혹은 지문과 관련된 배경 지식이 없을 때도 그럴 수 있다(배경 지식은 글의 내용을 더 깊이 이해하고 생각을 끌어가는 데 도움이 된다).

김영하 작가의 글을 제대로 깊이 생각하려면 ‘테세우스의 배’라는 개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물론 몰라도 글을 읽는 데는 무리가 없다. 뒤 이은 글에는 작가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나이가 들면서 어떻게 변했는지에 관한 내용이 나온다. 하지만, ‘테세우스의 배’라는 개념을 생각하며 읽으면 이 글은 훨씬 더 깊이 다가온다.


사실 글을 읽는 데는 배경지식이 중요하고, 배경지식을 위해서는 독서를 해야한다는 걸 강조하고 싶었는데 방향이 다른 글이 되었다. 아직은 내 실력이 부족한 탓이다.



chaeggwa-sangsanglyeog-jeongmul.jpg 이미지 : freepik


작가의 이전글실패를 통과하는 일, '나는 누구인가'를 묻는 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