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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긴 할까'라고 생각할 때

by Presentkim

마트에서 장을 보고 나왔다. 장바구니를 어깨에 멨더니 조금 아프다. 조금만 살 걸.

한 숨 돌리고 마트를 나서려는 찰나, 하늘에서 비가 내린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비는 꼭 원치 않을 때 오기도 한다. 우산도 없는데.

하늘을 쭉 둘러보니 파란 하늘이 보인다. 필시 이건 소나기일 것이라 생각해본다.

잠시 후 그칠 것 같아 보이는 비를 보고 밖으로 나와 걸었다.

참 신기한 게, 이럴 때 비는 더 내린다. 이래서 난 절대 도박을 하지 않는다. 복권도...


얼른 잎이 무성한 나무 밑에 몸을 맡겼다. 나무는 나를 품어주었다. 고개를 들어 나뭇잎을 쳐다보니, 푸른 하늘을 뚫고 맹렬히 비추는 햇빛을 막아주고 있었다. 그 빛은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나를 쳐다보았다. 적당히 내리는 비와 햇빛은 그렇게 나무를 중심으로 조화를 보여주었다.


가만히 나무품에 있으니 주변으로 많은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뛰는 사람들, 엄마 마음도 모른 채 고인 물을 발로 마구 휘저어놓는 아이, 쿨하게 비를 맡으며 담배 피우는 아저씨, 우산을 쓰고 걸어가는 사람들. 다양하다. 그중 나만 나무 밑에 있다. 곧 이 비가 그치길 기다려본다.


다시금 비가 그치기 시작할 때쯤, 이제는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발걸음을 재촉해본다. 그러자 비는 조금 더 맹렬하게 내려왔다. 딱히 나쁜 짓을 하고 살지도, 피해를 주지도 않고 조용히 살았건만, 마치 벌 받는 기분이 드는 건 내가 민감한 걸까.


이미 출발한 터라 더 몸을 맡기기 귀찮아 계속 걸었다. 머리는 조금씩 젖기 시작했고, 윗옷도 서서히 축축해졌다.

묵묵히 걸으며 집에 다 도착할 때쯤, 비는 서서히 그치기 시작했다.

집으로 올라와 창문을 여니, 햇빛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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