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걷다가 내가 왜 이렇게 비어있는지에 대해 생각했다. 지금의 내가 그렇기 때문에. 마음이 퀭하니 비어있고 드넓은 밤 사막의 모래 같다. 차라리 뜨거운 태양이라도 품은 모래라면 뜨겁기라도 할 텐데..
1년이라는 원치 않는 공백의 기간을 보내며, 이제는 좀 쉴 줄도 알아야 한다는 주변의 말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던 그 세월을 떠올린다. 더욱더 안타까운 건 아직 진행형이라는 것. 공허함의 진행형, 그 시린 순간들과 함께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한참을 걸었다. 눈은 움직이는 지면을 쫓아갔다. 사람이 무언가를 생각할 때 머리가 저절로 바닥을 향하는 까닭은 겸손해지라는 하늘의 뜻이라고 생각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 채 물처럼 흘러가버리는 시간이 고여 썩은 물처럼 내 몸의 향기를 빼앗아갔다. 앞으로 무엇을 하고 먹고살아야 할지가 가장 두려웠고, 안심하고 있을 수 있는 나만의 집에 대한 소망에 돈을 조금이라도 덜 쓰고 살아야 했다. 뭔가를 살 때 천 원과 이 천 원의 경계를 항상 고민했다. 항상 스스로여야 했고 그래서 쓸쓸해야 했다. 그래서 주저함에 붙잡혀 갈대 같은 마음의 흔들림을 지켜봐야 했다. 돈을 쓰고 싶어도 쓸 줄 몰랐고, 쓰고 나면 더 압박을 받는 내 모습이 비참해지기 까지 했다.
다들 일어나 일하러 가는 시간에 나는 다시 잠을 청했다. 잠이 와서가 아니다. 그 순간을 잊을 수 있는 게 잠이었기 때문이다. 뭔가를 하고 싶은 것도 없었다. 의욕이 없었기 때문이다. 매일 나는 비어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나, 앞으로의 일을 두려워하는 나. 이것도 저것도 아닌 채 살아가는 나의 모습을 집, 화장실, 편의점, 수영장, 그곳을 잇는 모든 골목길을 유령처럼 떠다닌다. 나는 그곳에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은 채로 살아간다.
채워지는 삶을 살아야 하건 만, 비어져 가는 나를 발견한다.
차가운 겨울바람, 빈 공허함이 더욱 시리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