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조금 사나워졌다.
늘 그렇듯, 파도를 품은 바다는 나를 지긋이 쳐다보는 것 같았다. 정겹기도 하지만 동시에 느껴지는 위화감은 매번 똑같다.
무섭다.
들어갈까 말까 고민했지만 들어가기로 마음먹어본다. 바다에 몸을 던지자 바다는 기다렸다는 듯 나를 품어주었다. 하지만 물속은 얼음장 같았다. 마치 차가운 손이 내 심장을 쥐어짜듯, 호흡은 가빠지고 몸은 미친 듯 산소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호흡을 가다듬고 다가오는 파도 방향으로 조금씩 나아가자 파도는 나를 덮칠 듯이 몰려왔다. 조금 더 나아가자 파도의 너울 높이가 급격히 변했고 쉼 없이 몰아치는 물살은 내 팔과 다리를 바쁘게 했다.
멍하니 누워보려 했으나 강한 물살은 얼굴과 코에 짠물을 마구잡이로 집어넣으려 했다. 그렇게 발버둥을 치며 다가오는 큰 파도를 맞이하는 동안, 내가 스스로 얼마나 하찮은 존재인지 느껴졌다. 그 파도를 보며 가만히 제자리 헤엄치는 내 모습이 아직도 떠오른다.
더 큰 파도가 머리 위를 덮었고 더 심해지는 파도는 나에게 무언의 메시지를 주는 듯했다. 나는 계속 머무르며 그 메시지를 읽으려 노력했다.
거친 파도의 울렁임에 몸을 맡긴 채 언제까지 함께할 수 있을지 모를 그 바다를 마주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른 채 그 파도의 바다를 바라보았다.
멍하니 바다 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