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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가 중요한가, 미래가 중요한가?

나의 살 집을 선택하는 기준

얼마 전에 재미있는 경험을 했어. 


회사에서 개발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서울 도심 어느 지역의 3개 필지를 한번에 매입하려고 했는데, 그 중 1개의 토지 위에는 구축 연립주택이 있었어.

그 연립주택은 80년대에 지어져서, 엘리베이터가 없는 것은 물론이고 상태가 많이 안좋아져 있었고, 주변 거주자 분들도 대부분 그 지역에서 오랫동안 살아 오신 원주민 어르신들이었지.

그런데 주목할만한 것은, 그 시대에 지어진 건축물이 으레 그렇듯이, 건물 앞에 마당?이라고 할 수도 있을 만한 땅이 꽤 크게 있었어. 세대 별 대지 지분이 엄청 컸던 거지.

그 땅을 매입하는 가격을 기준으로 보니, 1년 전에 이 집을 "최고가"에 샀던 사람마저도 약 4배의 가격으로 집을 팔게 되는 엄청난 딜이더라고. 매수하는 당사자 입장에서는? 그 가격에 매입해도 사업성이 나올만한 입지라서 매입하는 것이겠지?


일반적인 구축 연립주택의 모습


부동산쪽에서 일을 하면 용적률과 건폐율 이라는 용어를 쓰는데, 용적률은 주어진 토지 위에 지상으로 얼마나 많은 면적의 건물을 올릴 수 있는지 알려주는 지표이고, 건폐율은 주어진 토지 면적 중 건물이 지어질 수 있는 면적이 얼마나 되는지를 알려주는 지표야. 


용적률과 건폐율은 도시의 집적도를 관리하는 입장에서 지자체에서 정하여 하달하는 규정인데, 도시계획조례에 큰 틀이 정해져 있고 특정 지역에 따라 지구단위로 계획을 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조정을 하기도 해. 


아무래도 우리나라가 과거 40년 넘게 급속도로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1) 용적률과 건폐율 관련된 가이드라인도 바뀌었을 것이고, 2) 건축공사 기술도 발전하면서 주어진 토지 위에 건축물을 올리는 방식이 많이 변화했겠지?


80년대에 지어진 건축물은 건폐율은 높은 경우, 그리고 용적률은 현재 기준 허용되는 한도보다 한참 낮게 사용되고 있는 경우가 많았어. 이러한 건축물이 만약에 구분소유가 되지 않은 건물이라면, 물건을 부동산에 내놓게 되면 매입하고자 하는 사람은 대부분 구축 건물을 멸실하고 신축을 지을 것을 고민하기 때문에, 가용한 용적률을 고려하여 매매가격이 형성되고는 해.


그런데, 그 건축물이 공동주택(연립, 다세대 등)과 같은 구분소유된 건물이라면? 한 세대가 매물로 나왔다 하더라도, 그 세대를 매입하는 사람이 즉각적으로 해당 건물을 멸실하고 신축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그러한 용적률 여유분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채로 가격이 형성되는 경우를 많이 봤어.


또한, 겉으로 보는 특성 (즉, 낡아빠진 건물)이 가격 형성에 영향을 꽤 미치게 되는 것 같아. 

아무래도 가장 큰 이유는 공동주택을 거래하는 사람들이 보통 일반사람이고 따라서 이러한 부동산의 속성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것이고, 또 다른 이유는 당장에 멸실하고 신축이 불가능하고, 그 시점을 가늠할 수 없기 때문에, 그 전에는 그 오래된 구옥에 거주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는 사실 아닐까?


반면, 최근에 새로이 지어진 깔끔한 아파트들은 경제적인 원리에 의하여 현재 기준의 허용가능한 최대의 용적률을 활용하여 건축되었다고 보면 돼. 그렇다 보니, 각 세대에 배분된 토지의 면적은 매우 작고, 토지가 추가적으로 뽑아낼 수 있는(?) 건물 면적은 없다고 보면 되는 거지.


신축 아파트의 모습


이러한 이야기를 뒤로 하고, 우리가 이제 살 집을 고른다고 생각해보면, 나는 어떤 집을 사고 싶을까? 이렇게 낡았으나 토지의 숨은 가치가 있는 집을 살 것인가, 아니면 깔끔한 아파트지만 그 이상의 잠재 가치는 없는 집을 살 것인가?


극명하게 대조되는 이 두가지를 선택하는 기준은 내가 집을 "소비재"로 보는지 "투자대상"으로 보는지에 따라 달라지게 돼.


소비재로 본다면 신축의 깔끔한 아파트를 매입하는 것이고, 투자대상으로 본다면 구축이지만 토지의 숨은가치가 있는 주택을 매입하는 것이지.

물론, 신축의 깔끔한 아파트는 더 이상 오를 가치가 없다는 것이 아니야. 지역의 위상이 변화하면서, 그리고 거시경제의 흐름과 함께 신축의 아파트도 가치가 오르지만, 만약 동일한 입지라면 중장기적으로는 토지가치는 우상향하고, 건물가치는(건물의 내용연수가 유한하다는 전제가 있으므로) 일반적으로 평행 또는 우하향 하기 때문에, 대지 지분이 넓고 숨은 가치가 많은 토지를 안고 있는 주택이 가치가 더 높을 수 있어.


이러한 선택은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지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항상 100% 이렇게 움직인다고 보장하는 것도 아니지만, 


적어도 알고 선택하는 것과 모르고 선택하는 것은 다르겠지? 너는 어떻게 선택할 것 같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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