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인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인연
최근 몇년 간 업무를 해오면서 상당히 많은 이종의 영역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는데, 어떻게 보면 전혀 다른 영역에 있는 사람들과의 만남이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발전될 수도 있다는 것에 놀랐던 사례가 있었어.
우리가 살면서 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고 살아가는데, 그 인연 중에서는 외부의 구조적인 부분에 의해서 (나의 의지와 무관하게) 맺어지는 인연이 있고, 단순히 스쳐 지나갈 수도 있는데 상호의 의지에 의하여 이어지는 인연이 있다고 생각해. 전자의 경우 내가 속하는 조직에 의하여 맺어지는 인연 (초/중/고등학교의 같은 반, 대학교의 같은 과, 같은 회사의 같은 부서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고, 후자는 예를 들면 (다른 경우라면 전혀 만날 이유가 없는, 살고 있는 곳도 다르고 하는 일도 전혀 다른) 두명이 우연히 소셜 이벤트에서 만났는데 서로 눈이 맞아서(?) 연인으로 발전하게 되는 사례 같은 것이랄까?
개인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인간은 이기적인 천성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그에 따라 후자와 같은 케이스가 발생하기 위해서는 2가지 전제조건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1) 인간은 기본적인 성향 상 본인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상대방에 대한 여러 가지에 대해 호기심과 관심을 가지고 질문을 많이 하면 상대방은 그 질문에 답을 하는 과정에서 너에 대한 호감이 증가할 거라 생각해. (물론 여기서의 전제조건은 관심의 정도에 따라 이게 지나치면 부담이 될수는 있겠지만.)
2) 상대방이 너에게 느끼는 매력의 포인트가 하나는 존재한다고 봐. 위와 같은 케이스는 단순히 이성적인 매력을 의미한 것이지만, 예를 들면 내가 평소에 골프를 엄청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우연찮은 계기로 내 친구의 친구가 프로골프 선수라면 그 친구를 소개받고 싶어하지 않을까?
아직 너무도 부족하고 발전이 많이 필요한 내가 최근 몇년동안 수많은 영역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오면서 진기한 방향으로 인연이 발전한 것들을 돌이켜 생각해보면, 왜 이 사람들 입장에서는 (출신 배경 등등이 다 다르고 심지어는 종사하는 영역도 전혀 다른) 나와 맺어진 랜덤 인연이 이어지는 것에 동의(?) 했던 것일까?
나는 기본적으로 여러 영역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1번은 조금은 자신이 있는데, 2번은 잘 모르겠다고 생각했어.
예를 들면, 아주 오래 전에 스노우보드에 관심이 많았을 때가 있었는데, 그 때 지인의 추천으로 스노우보드 매니아들이 모이는 시즌 방에 초대되어 간 적이 있었어.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출신과 배경 모두가 다 달랐는데 유일한 공통 관심사가 "스노우보드"였기 때문에 모인 것이었지. (나에게는 군대 이후로 이러한 진기한 광경은 처음이었지. 이렇게 너무도 다른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일수도 있구나 라는 ?) 근데 스노우보드를 아무리 타러 왔더라도 같이 방을 빌려서 저녁을 함께 보내는데 하다 못해 간단히 저녁이든 다과든 함께 하지 않았겠어? 모두가 빙 둘러 앉아서 각자 자기 소개를 하는데, 그 때 내가 회계법인에서 일을 하고 있었어. 내가 이런저런 소개하면서 회계법인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하니까, 그 자리에 둘러앉은 많은 사람들의 동공이 커지는 것을 목격했지.
이유가 뭐였냐고? 이 자리에 앉은 사람들의 배경도 다 다르고, 지적 수준도, 재정적인 수준도 다 다르겠지만, 누구에게도 적용되는 공통 관심사가 하나 있었어. 그것은 바로 세금! 절세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의지는 일용직 아르바이트를 하더라도 고민이 되는 사항일거야.
그 때 생각하게 되었지. 세금만 알면 모든 사람들과의 관계맺기가 한결 수월할 수도 있겠네?
다만, 내가 회계사가 아니기도 하고, 그 목표만을 위해서 장시간 투입하여 회계사 시험을 치르고 자격증을 얻고자 하기에는 인생의 기회비용이 컸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는 않았어.
다만, 신기하게도 업무적으로 최근 4-5년간 우리나라 주택시장에 발을 담그고, 민/관을 넘나들면서 활동하고, 개인적으로도 업무적으로도 시장 변화에 깊이 관여되어 있다 보니, 주택에 대해 풀어낼 수 있는 이야기가 참 많아지게 되었어. 그런데, 최근 몇년 동안 대한민국 국민들 대부분의 관심사가 주택이었잖아? 그러다 보니 우연찮게도 아무리 배경들이 다른 사람들을 만나도 그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풀어줄 수 있는 기회들이 있었고, 그 관계가 재미있는 흐름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 같아.
부동산 분야에서 일을 하면서 느끼는 건데, 우리나라 사람들의 기본적인 부지런한(?) 소양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의 시장은 굉장히 효율적이야. 즉, 누군가가 경제적으로 이익을 볼 수 있는 빈틈이 있으면 그 빈틈이 굉장히 빠르게 메워지는 느낌? 정해진 답을 위해 달려가는 성실함은 전 세계 어디를 가봐도 우리나라 사람들을 당해낼 사람이 많이는 없는 것 같아
그러다 보니, 많은 분야에서 이미 비효율이 사라진 현대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소양이 창의적인 사고를 통해 "기존 영역의 확장 또는 개선"이 아니라 아예 "새로운 영역을 창조"하는 것이라고들 하지.
그러한 틀을 깨는 사고를 하기 위해서는 이종간의 융합이 자연스럽게 필요해 지는 것 같아. 그러한 융합을 촉진시키기 위해서는? 이종의 영역에 있는 사람들이 상호 의지를 가지고 계속 인연을 이어나갈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할 듯 해.
사람들이 관심가질 수 있는 너의 매력 포인트는 뭐라고 생각해? 정도의 차이가 있을 수는 있어도, 누구든지 다 있을 거야. 또는 그것이 당장에 도드라지게 드러나지 않더라도, 언젠가 우연한 계기로 드러나게 되거나, 아니면 나의 케이스와 같이 뒤늦게 우연한 계기로 (자의든 타의든) 그러한 영역을 만들어나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길수도 있어.
내 지인 중에 한명은 영화광인데, 누구를 만나더라도 각종 영화에 대한 본인의 전문가평?으로 상대방의 관심을 압도하는 사람도 있어.
사실 오늘 글은 "주택시장" 중 일부분에 대해 쓰려고 했는데, 갑자기 생각이 이상한 방향으로 흘렀네.
여러분의 인생에서 마주치는 모든 랜덤 인연을 응원해.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