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부의 사유

모두가 1주택자인 세상은 정의로울까?

by 김현재



최근 몇 년간, 대한민국 부동산

정책의 핵심은 분명했어요.


다주택자는 투기꾼이다.
1가구 1주택만이 공정한 사회다.


정부는 이런 메시지를 시장과 국민에게 계속 줬어요. 28번의 정책 변경을 통해 느꼈듯이 주택시장에서 만큼은 자신있는 정부는 시장에 손을 많이 댔죠. 다주택자를 마치 죄인처럼 몰아가는 분위기 속에서, 수많은 정책이 만들어졌고, 지금도 유효한 규제로 작동하고 있어요.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다주택자들 때문에 집값이 오르고, 폭등하고, 또 다주택자들 때문에 시장에 매물이 없는걸까요? 그리고 정부가 말하듯 모두가 1주택자인 세상은 정말 정의로운 걸까? 혹시 누군가의 정치적 이익을 위한 허상은 아닐까요? 28번의 정책이 나오고 몇년이나 지났는데 왜 양극화는 더 심해지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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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자는 왜 ‘악’이 되었을까?


정치권과 언론은 다주택자를 자주 ‘투기 세력’으로 묘사해요. “갭투기”, “청약 싹쓸이”, “세입자 등골 빼먹기” 같은 단어들이 대표적이죠.


그런데 다주택자는 실제로 ‘범죄자’가 아니에요. 그들은 자산을 가진 공급자이자, 주택 임대시장의 실질적 구성원이죠. 하지만 정치적으로는 아주 유용한 타깃이에요.


정치인은 자신에게 오는 칼날을 대신 받아 줄 적이 필요해요. 누군가를 악역으로 만들어야 대중을 속이고 자신은 살아남아 ‘정의’가 설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대중은 감정적으로 반응해요. 집 없는 사람들은 ‘왜 나는 못 샀는데, 저 사람은 여러 채야?’라는 분노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죠. 다주택자는 상대적으로 소수이고, 민주주의의 특성상 정치인 대신 뭇매를 맞기 딱 좋은 상황이죠.


그 결과, 다주택자는 세금폭탄, 금융규제, 언론몰이의 삼중고를 겪으며 사실상 사회적 ‘공공의 적’이 되어버렸어요.




그래서 어떻게 되었을까?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는 단기적으로는 일부 지역의 거래량과 가격을 낮추는 효과가 있었어요.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부작용이 더 컸어요. 당연하게도 다주택자들은 자신이 가진 가장 좋은 집은 팔지 않고, 비선호 주택만 시장에 내놨어요. 전세 매물은 줄고, 월세 비중은 급격히 늘었고요. 1주택자 중에서도 입지 좋은 주택을 가진 사람은 점점 더 부자가 되는 현상이 나타났어요. 수요가 몰리니까요.


결국 이 정책은 ‘모두가 1주택자’가 되게 하려는 게 아니라, ‘좋은 1주택자’만 살아남는 구조를 강화한 셈이 되고, 똘똘한 한채, ‘똘채’현상이 나타나고 있죠.




정부는 정말 그런 세상을 원할까?


정부는 1가구 1주택을 표준 모델로 제시해요. 겉으로는 공정과 정의를 말하지만, 그 이면에는 분배 중심의 국가 개입 철학이 깔려 있어요.


집은 투자처가 아니라 사는 곳이다.
부동산으로 돈 버는 건 불로소득이고,
사회 정의에 어긋난다.
기회의 평등을 위해
부의 축적을 제한해야 한다.


맞는 말처럼 들리지만 이상적인 철학이고 현실은 아름답게 돌아가지는 않죠.


부동산은 하나의 자산일뿐만아니라 경제 생태계의 중심축이에요. 다주택자를 억누른다고 해서 모두에게 기회가 골고루 돌아가는 게 아니에요. 오히려 규제에 적응한 자산가만 살아남는 구조가 굳어지게 돼요.




이 정책은 실패한 걸까?


정책의 ‘명분’은 타당했어요. 부동산으로만 돈 버는 사회에 대한 문제 제기, 주거 안정이라는 공공적 가치의 강조, 기회 평등에 대한 사회적 논의 촉진 등 큰 틀에서는 다 맞는 말이에요.


하지만 수단은 정교하지 못했고, 구조는 고려되지 않았어요. 세금 규제 하나로 시장을 통제하려다 보니, 공급은 줄고 가격은 오르고 세입자는 더 힘들어지고, 다주택자는 좋은 집만 남기고 떠나는 구조가 만들어졌죠. 결국 “공정”이라는 이름 아래 더 불공정한 결과가 발생했어요.


집값을 잡겠다고 했지만, 집값을 잡는 가장 좋은 길은 공급을 때려 붓는거에요. 아무리 입지 좋은 곳이라도 공급 앞에는 장사가 없죠. 공급할 곳이 없다면 재건축/재개발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대폭 풀어줘야하고요. 그렇지만 현실과 결과는 누구나 다 아는 방향으로 흘러 갔네요.




정의는 선의만으로 완성되지 않아요. 그런건 소설책에나 나오는 얘기죠. 과연 정치인들이 그걸 모를까요? ‘모두가 1주택자’인 세상은 이상적일지 몰라요. 하지만 그것을 강제로 만들려고 할 때, 시장은 왜곡되고, 사람들은 반대로 더 불평등한 결과를 마주하게 돼요.


누군가는 가장 좋은 집을 남기며 살 때 나머지 사람들은, “정의로운 세상”을 기다리며 계속 ‘월세’를 내게 될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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