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10억 정도인 ‘연금 부자’가 진짜 부자일까?

by 김현재


요즘 재테크 이야기를 하면

빠지지 않는 단어가 연금이에요.



그래서 연금이나 투자에 관심 있는 직장인이라면 퇴직연금, 개인연금, IRP 계좌 하나쯤은 갖고 있습니다. 심지어 “노후를 위해 10억 연금은 필수다”라는 말까지 들립니다. 연금 계좌에 10억은 엄청 큰돈인데요, 연금에 10억이 있다는 말은 일반 계좌에도 유동성이 10억 이상은 있다는 말이기도 하고, 부동산으로는 더 큰 돈이 있다는 말일거에요. 연금 10억이라는 숫자는 듣는 순간 묘한 안도감을 줍니다. 마치 그 정도면 노후는 무조건 안전할 것 같은 착각이 들죠. 하지만 과연 10억 연금을 가진 사람이 진짜 ‘부자’일까요?


사실 공격적인 글처럼 보이지만, 연금을 쓸 순간이 온 나이면 이미 60대가 가까워졌을 거고, 긴 시간 차곡차곡 쌓인 돈이 빛을 발하며 개화할 순간이에요. 아직 30대이거나 40대인 분들은 연금에 투자할 충분한 시간이 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10억의 착시


연금 계좌에 10억이 있다고 해도, 30~40년을 써야할 돈이기에 매달 쓸 수 있는 돈은 생각보다 많지 않아요. 원금 손실을 막기 위해서 연 4%를 안전하게 인출한다고 가정하면 1년에 4천만 원, 한 달에 약 330만 원 정도 쓸 수 있습니다. 노후에 큰돈을 쓸 일이 없다고 생각하면 충분해 보일 수도 있지만, 갑자기 의료비나 자녀 결혼, 집 수리 같은 예상치 못한 지출이 발생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또 인플레이션도 생각해야죠. 노후에 월 300만원은 생각보다 큰 돈은 아니에요. 그래서 노동을 더 해야하거나, 여의치 않다면 생활을 줄일 수 밖에요. 연금은 마음대로 꺼내 쓸 수 있는 통장이 아니기 때문에, 10억이라는 숫자는 커보이지만, 막상 그 돈으로 평생을 살아야 하는 분들에게는 막막할 수 밖에 없어요.


부는 자산의 규모보다 ‘현금 흐름(cashflow)’에 달려 있어요. 아무리 덩치 큰 자산이 있어도 현금이 나오지 않으면 애물단지에 불과해요. 그래서 매달 꾸준히 들어오는 소득이 있는가, 그 소득이 생활비를 넘어 여유를 만들어줄 수 있는가, 이게 훨씬 현실적입니다. 현금 흐름을 노후에 만들기란 정말 어렵죠. 젊은 시절부터 파이프라인을 몇개씩 만들어서 내가 가진 무기를 다각화 하는게 최선의 방어에요.




연금 부자의 허상과 실상


연금 부자는 노후 소득의 안정성이라는 큰 장점을 가집니다. 매달 일정 금액이 들어오는 것은 마음을 든든하게 하죠. 하지만 반대로 큰 유동성을 요구하는 상황에서는 한계가 드러납니다. 연금 계좌에서 한 번에 많은 돈을 빼면 세금이나 손실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연금만을 가지고 ‘부자다!’로 생각하는 것은 아무래도 좀 위험합니다. 저는 연금 부자는 유동성 부자라 하기에는 아직 미약하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매달 조금씩 들어오는 돈으로 생활은 가능하지만, 삶의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큰 자금은 따로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죠.


연금은 하나의 보조적인 유동성 수단이에요. 노후를 위해 젊을 때부터 꾸준히 모은 연금은 분명히 소중한 자산이에요. 은퇴 후 일정한 소득을 보장해 주는 든든한 방패와도 같죠. 하지만 방패일 뿐이라는 말이고, 공격을 할 수 있는 칼이 되기에는 한계가 있어요.


평생 연금만 모아온 사람은 많지 않을 거예요. 대부분은 연금 외에 다른 방식으로 목돈을 구축합니다. 주식이나 부동산, 혹은 사업 등을 통해 일시적인 유동성을 확보하고, 연금은 그저 보조적인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현명해요. 연금이 어느정도 규모있게 있는 분들은 자산 포트폴리오 내에 다른 자산들도 들어있을 확률이 높아요. 오랜 시간 준비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준비된 행복이죠.


연금만으로 노후를 준비하는 것은 마치 한쪽 다리로 서 있는 것과 같아요. 안정적이지만 동시에 취약할 수 있어요. 연금은 기본 생활비를 커버해주는 장치로 두고, 그 위에 현금 자산이나 투자 포트폴리오라는 또 다른 다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사실 한 쪽 다리만으로 서 있을 수 있는것도 큰 행복이에요. 삶이란 언제나 바람 앞 등불과 같아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이 안되니까요. 연금에 돈을 넣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삶이 안정적이라는 특권일 수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누가 부자일까?


결국 연금 10억은 여유로운 노후의 시작점일 뿐, 종착점이라 보기엔 어렵습니다. ‘연금 부자’보다 더 중요한 건 돈이 흘러들어오는 구조를 갖춘 모습이에요. 매달 연금이 들어오고, 임대 수익이 있고, 투자 자산이 성장하고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짜 부의 시스템이죠. 이 시스템을 만들기가 생각보다 너무 어려워요. 한 평생 노력해야 갖출 수 있는건데 삶에는 이를 방해하는 것들이 너무 많죠. 삶의 울퉁불퉁한 표면들을 채워가다보면 후일을 도모하기란 쉽지 않거든요.


노후의 부는 숫자가 아니라 ‘돈이 나를 위해 일하는 시간’이에요. 연금은 그 시간표의 한 칸일 뿐입니다. 10억이라는 숫자에 집착하기보다, 나만의 현금 흐름 구조를 어떻게 만들고 확장할지를 고민하는 편이 훨씬 현명합니다. 결론적으로, ‘연금 부자’라는 말에 너무 현혹될 필요가 없어요. 연금은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위한 기본기일 뿐, 그 자체가 부의 완성은 아닙니다. 젊을 때부터 연금에만 올인하지 말고, 다양한 자산과 유동성을 함께 설계하는 것이 노후에 부자가 될 방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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