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부의 사유

왜 기업들은 주택 임대업에 뛰어들지 않았을까?

by 김현재




우리나라 주택 임대 시장은

유독 개인 중심의 구조가 강합니다.


유럽이나 미국처럼 기업형 임대시장이 발달하지 못하고 개인임대시장이 발달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표면적으로는 ‘집값이 비싸서’ 또는 ‘수익성이 낮아서’라고 말할 수 있지만,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세금과 규제, 관리 인프라, 전세라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임대제도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어요.




높은 세금 부담과 규제 리스크


기업도 주택을 다수 보유하고 임대사업을 하면 다주택자와 동일한 과세 체계가 적용됩니다. 세금, 모든 출발점은 여기에요. 나라에서 이윤 중 많은 부분을 가져가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높지 않은 비지니스인거죠.


취득세,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같은 보유세 부담은 다주택자에겐 만만치 않아요. 특히 다주택자 규제 강화 시기에는 기업도 예외가 아니어서 세금 폭탄을 맞을 위험이 큽니다.


더 큰 문제는 정책의 일관성 부족이에요. 과거 정부는 등록 임대사업자 제도를 장려하며 세제 혜택을 부여했지만, 몇 년 뒤엔 혜택을 축소하거나 폐지하기도 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 수십 년을 내다보고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하는 임대사업이 ‘정책 리스크’에 휘둘리는 구조인 거죠.


이러한 앞 뒤 다른 정책이 나오는 이유는 우리나라가 주택부동산 시장에 너무 편중된 자본이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주택 부동산이 편중된 이유는 금융 자본시장이 약하기 때문이고요. 자연스레 개인끼리 거래하는 실물자산인 주택 부동산, 그 중에서도 균질성이 높은 아파트가 각광을 받게 된거죠.


또한 이러한 사회적 배경 때문에 대기업이 임대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경우, 사회적으로 ‘주거비를 올리는 탐욕스러운 자본’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주거는 민감한 사회적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나 여론이 기업의 시장 참여를 경계할 가능성이 높아요. 이런 리스크는 기업이 장기적으로 시장에 발을 들이기 어렵게 만드는 주요 요인 중 하나인거죠.




주택 공급·관리 구조의 비효율성


우리나라 임대 시장은 기본적으로 개인 소유자가 다수의 아파트를 전세나 월세로 내놓는 구조입니다. 이 구조 안에는 정부도, 기업도 지분이 아주 적어요. 주식시장에는 기관,외인,개인 등 여러 성격을 가진 플레이어가 있지만, 우리나라 주택시장은 개인만 존재한다봐도 무방해요.


기업형 임대주택은 수백 세대 이상을 한 단지로 묶어 통합 관리하며, 월세 기반으로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만드는 모델인데, 개인이 주된 우리나라 주택 부동산 시장에서는 이런 구조를 뒷받침할 운영 플랫폼과 관리 인프라가 부족해요.


주택 임대업은 세입자 관리, 공실 리스크 관리, 유지보수(인테리어), 임대료 조정과 중개사와의 조율 및 홍보 등 임대인이 관리해야할 포인트가 많아요. 이 모든 것이 전문적으로 이루어져야 수익으로 이어집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임대주택 관리 체계는 상가나 오피스에 비해 훨씬 미흡한게 현실이에요.


또 하나의 문제는 수익성 자체가 낮다는 점이에요. 서울 아파트의 평균 월세 수익률은 2% 안팎입니다. 이 정도 수익률로는 기업이 대규모 자본을 투입해 사업을 지속하기 어렵습니다. 상업용 부동산(리츠)이나 금융상품과 비교했을 때도 매력도가 떨어져요. 결국 기업 입장에서 높은 초기 투자금과 낮은 수익률, 그리고 관리비용을 감안하면 ‘할 이유가 없는 사업’이 되는 겁니다.




전세제도라는 특이한 구조


마지막이자 가장 큰 걸림돌은 전세 제도입니다. 전세는 세계적으로 거의 유례가 없는 우리나라 특유의 임대 방식이에요. 전세는 월세처럼 매달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만들지 못해요. 목돈으로 움직이다 보니 현금 흐름과는 거리가 있죠.


임대인은 한 번에 큰 금액을 받고 그 돈을 굴려서 수익을 만들어야 하는데, 기업 입장에서는 전세금이 부채로 잡히며, 보증금 반환이라는 막대한 리스크가 발생합니다. 아파트 수십 채를 전세로 돌릴 경우 수백억 원의 전세금을 돌려줘야 할 상황이 생기는데,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거나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 기업 재무구조가 크게 흔들릴 수 있어요.


또 전세는 기업형 월세 모델과 임대 시장에서 경쟁하는데, 전세 가격이 낮게 형성되면 월세 수익률보다 훨씬 유리하게 보이기 때문에, 세입자들은 굳이 기업형 월세 매물을 선택하지 않게 돼겠죠. 즉, 전세가 시장에서 ‘월세 대체재’로 작동하면서 기업형 임대의 자리를 빼앗는 겁니다. 결국 전세는 기업 입장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진입장벽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런데 문제는 최근 정부가 ‘전세 제도는 역사적 수명을 다 했다’며 전세에서 월세로 시대의 흐름이 바뀌고 있고, 기업형 임대를 활성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거죠. 사실 전세는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가 윈윈하는 제도에요.


문제는 전세보다 전세대출에 있는데, 정부는 점점 전세대출을 줄이려 하기에 이 틈을 비집고 기업형 월세모델이 시장에 들어오려 하는거죠. 다행인건 당분간은 전세가 여전히 시장을 지배하고, 정부의 주택부동산 정책이 불안정하다면 기업들은 여전히 ‘위험 대비 수익이 낮은 시장’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 아직은 좀 더 지켜봐야할 때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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