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화폐를 얼마나 풀고, 금리를 어떻게 조정하느냐에 따라 시장의 온도가 달라지고, 그 속에서 누군가는 이익을 보고 누군가는 손해를 보게 됩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담은 개인마다 공평하지 않으며, 사회적 약자가 더 힘들어집니다.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울게 되는 구조가 반복되는거죠. 그럼 정부의 이런 기능은 어떻게 움직이는걸까요?
돈을 풀면 왜 문제가 생길까
흔하면 싸지고, 귀하면 비싸집니다. 돈도 똑같습니다. 돈이 흔해지면 돈이 싸집니다. 돈이 싸지는 것을 어떻게 알까요? 물건 값이 비싸지는 것으로 알 수 있습니다. 공깃밥 추가할 때 예전엔 1천원을 내다가 이제는 2천원을 내야한다면, 공깃밥이 비싸진것도 있지만, 사실 돈의 값이 싸진게 큽니다.
그럼 정부는 왜 자꾸 돈을 풀까요? 정부가 화폐를 대량으로 공급하는 이유는 당장은 경기를 살리고 소비를 늘리기 위해서입니다. 시중에 돈이 많아지면 기업 매출이 늘고 가계 지출도 활발해집니다. 겉으로는 모두가 풍요로워 보이지요. 정부는 임시직입니다. 정권임기가 끝나고 다음 정권으로 바뀌면 그 다음 정권이 전 정권의 결과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합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어도 바뀌지 않는 것은 풀린 돈이 흥청망청 흘러간 시장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인플레이션이 나타납니다. 같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줄어들고, 화폐 가치는 떨어집니다. 문제는 이 과정이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작용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부동산이나 주식, 금 같은 실물자산을 보유한 사람은 오히려 이득을 봅니다. 화폐 가치가 줄어드는 동안 자산 가격은 뛰어오르기 때문입니다. 돈의 값이 가장 크게 싸지는 것이 실물자산입니다. 더 쉽게 말하면 실물자산의 가격이 일반 소비재보다 훨씬 많이 오른다는 말입니다. 반대로 무주택자나 자산이 없는 서민은 얻는 게 없습니다. 생활비만 더 늘어나고 지출은 줄일 수 없으니, 체감하는 고통은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정부가 주머니에 돈을 꽂아주니 행복하죠. 일 잘한다며 또 뽑아주겠다고 합니다.
금리라는 또 다른 중요한 변수
여기에 금리 정책이 더해지면 상황은 한층 복잡해집니다. 금리는 경제의 온도를 조절하는 스위치와 같습니다.
금리를 올리면 은행에서 돈을 빌린 사람들은 이자 부담이 커져 힘들어집니다. 하지만 동시에 물가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지요. 반대로 금리를 내리면 빚이 있는 가계와 기업은 숨통이 트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시중에 돈이 풀리면서 물가가 다시 오르고, 그 부담은 국민 전체가 나누어 떠안게 됩니다.
핵심은 금리가 오르면 돈 빌린 사람만 힘들지만, 금리가 내리면 전 국민이 부담을 져야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금리 인하는 달콤해 보이지만, 그 비용은 ‘인플레이션’이라는 이름으로 모두에게 나눠지는 셈입니다. 빚을 가진 사람은 혜택을 보고, 빚이 없는 사람은 오른 물가만큼 손해를 보는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근데 정부는 왜 웃고 있을까
돈을 푼건 정부고 고통받는건 국민이지만, 이 맥락에서 정부의 입장은 다소 흥미로운데요, 물가가 오르면 국민은 힘들지만, 정부는 세수가 자연스럽게 늘어납니다. 세금으로 움직이는 정부, 게다가 큰 정부를 지향하는 정권은 너무 행복하죠. 국민들이 이제 자기 손에 들어왔습니다.
부가가치세는 매출에 연동되니 가격이 오르면 자동으로 더 거둬집니다. 소득세와 법인세 역시 명목 임금과 이익이 올라가면 과세표준이 커져 세금이 늘어납니다. 세율을 따로 올리지 않아도 세입이 불어나는 것이죠. 그래서 인플레이션은 종종 ‘보이지 않는 세금’이라고 불립니다.
정부 입장에서 보면 화폐를 풀고 물가가 오르는 구조는 손쉽게 재정을 확보하는 방법이 됩니다. 하지만 그만큼 서민들의 지갑은 얇아지고, 사회적 불평등은 더 커집니다. 하지만 정부는 이제 국민들로부터 대신 비난 받을 대상을 정해야합니다. 바로 ‘사용자’, ‘부자’, ’다주택자‘들입니다. 그들은 재산과 돈을 가진 소수이니, 저들의 욕심에 세상이 이렇게 각박해졌다고 국민들에게 은근슬쩍 넛지를 주면 됩니다. 그럼 그 뒤의 일은 자연스럽게 흘러갑니다.
물가 상승은 개개인마다 다르게 느껴집니다. 부유층은 앵겔지수가 낮습니다. 하루에 다섯끼 먹는 부자는 없습니다. 부자일수록 적게 먹으며 살을 빼려 노력합니다. 소득 대비 식비나 생활비 비중이 작으니 물가가 올라도 생활이 크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게다가 부자들이 가진 부동산과 주식, 금은 오히려 더 비싸집니다. 선순환의 고리에 올라타면 그 뒤는 시간문제입니다.
하지만 서민은 정반대입니다. 소득에서 식비와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물가 상승이 곧 생활 위기로 이어집니다. 집값이나 월세가 오르면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어지기도 합니다. 가진 게 없으니 얻는 것도 없고, 잃는 것만 늘어나는 셈입니다. 악순환의 고리도 올라타면 빠르게 빨려 들어갑니다.
쉽지만 어려운 내용입니다. 화폐를 풀면 정부, 부자, 차입자가 상대적 승자가 됩니다. 무주택자나 자산이 없는 서민은 패자가 됩니다. 모두가 같은 물가 상승을 겪지만, 그 체감 강도는 계층에 따라 전혀 다릅니다.
결국 화폐와 금리 정책은 눈에 보이지 않는 세금처럼 작동합니다. 우리 모두가 나눠서 부담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약한 계층에 더 큰 무게가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