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을 넘어 4천,5천을 향해 간다는 말이 있었는데 3,200선 에서 주춤거리며 와리가리만 하고 있네요. 주식시장으로 돈이 갈 요인을 만들어야겠지만, 늘상 그렇듯이 기름진 말만하며, 행동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미 갈 곳이 정해진 돈들
정부가 확장 재정정책을 통해 돈을 시장에 푸는 이유는 분명해요. 경기 침체를 막고, 민간의 소비와 투자를 자극하기 위해서죠. 그러나 중요한 건 이 돈이 실제로 어디로 향하느냐예요. 돈은 항상 더 안전하고 더 익숙한 곳으로 모이게 됩니다.
우리나라는 그곳이 바로 ‘부동산’이에요. 물론 개개인에게 수십만원 준다고 그게 바로 부동산으로 직행하지는 않지만, 누군가에게 돈이 몰리고 안전한 곳에 넣고자하는 심리가 반영되어 궁극적으로는 우리나라의 안전자산인 서울 부동산으로 간다는 말입니다.
우리나라 가계 자산 구조를 보면 부동산 비중이 압도적이에요. 금융 자산에 비해 안정적이라는 사회적 합의가 여전히 강합니다. 부동산이 안정적이라는 말은 원인이라기 보다는 결과에 가깝습니다. 원인은 자본시장을 믿을 수 없기 때문인 것이죠.
주식은 등락이 심하고, 제도적 신뢰도 부족하다 보니 사람들이 장기적으로 맡기려 하지 않아요. 반면, 부동산은 “내 집”이라는 심리적 안정감과 “언젠가 오른다”는 학습 효과가 겹쳐져 있습니다.
결국 풀린 돈은 소비로 쓰이고 난 뒤, 저축과 투자로 이어질 때 부동산 쪽으로 더 크게 기울어지게 돼요. 정부가 아무리 주식시장으로 돈이 흘러가길 바라더라도, 현실적으로 사람들이 선호하는 선택지는 달라지지 않는 겁니다.
정부의 이율배반적 목표 :
돈은 풀되, 집값은 막자
지금 정부의 태도를 보면 다소 모순적인 부분이 있어요. 한쪽에서는 확장 재정으로 돈을 풀면서도, 다른 한쪽에서는 부동산 가격만은 억제하려 하고 있거든요. 이유는 명확합니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민심이 흔들리고, 불평등 문제가 심화되며, 정치적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정부는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세제 혜택을 조정하며, 신규 공급을 늘리는 대책을 꺼내들고 있습니다. 즉, “경기를 살리기 위해 돈은 풀어야 하지만, 집값만큼은 잡아야 한다”는 이율배반적인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는 거죠. 생각해보면 얼마나 한심한가요, 큰 통에 물을 콸콸 붓고 있는데 한쪽면만 막아놓고 물이 들어가지 않게 한다는 미봉책입니다.
부동산은 경제의 한 부분입니다. 경제는 유기적으로 움직이고요. 우리 몸에서 한쪽만 피가 돌지 않으면 그 부분은 괴사되지만 궁극적으로는 목숨이 위험해집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집값 상승 속도를 늦출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유동성 자체가 부동산을 향하는 구조를 바꾸지 못해요. 정부가 규제를 걸어도, 결국 돈은 가장 큰 그릇을 찾아 흘러가게 돼 있습니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그 ‘큰 그릇’은 여전히 부동산이에요.
주식시장이 선택받지 못하는 이유
정부가 진심으로 돈이 주식시장으로 흘러가길 원한다면, 부동산보다 매력적인 제도적 환경을 만들어야 하지만 현실은 요원합니다.
퇴직연금이나 IRP 같은 제도는 세제 혜택이 제한적이고, 운용 선택지도 복잡합니다. 연금에 건보료 부과한다는 정부의 최근 정책 방향도 들으셨을거에요. 누가 우리나라에서 장기투자를 하고 싶을까요?
개인 투자자가 장기적으로 안심하고 돈을 맡길 만한 신뢰 기반도 부족합니다. 주식시장의 신뢰를 흔드는 사건들이 반복되면서, 대중의 인식은 “주식은 위험하다”로 굳어졌습니다.
반면, 부동산은 대출 규제와 세금 논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제도적 우위를 가지고 있어요. 주택담보대출 제도, 정부 보증, 다양한 세제 혜택 등이 여전히 작동합니다. 그러니 사람들은 주식보다 부동산을 더 안전하고 확실한 선택지로 여기게 되는 겁니다.
결국 정부의 말은 “주식으로 돈이 가야 한다”지만, 실제 제도는 여전히 “부동산이 더 낫다”고 신호를 보내고 있는 셈이에요. 이 괴리가 해소되지 않는 한, 확장 재정으로 풀린 돈은 다시 부동산으로 몰릴 수밖에 없습니다.
확장 재정정책은 단기적으로 경기를 부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풀린 돈은 구조적으로 부동산으로 향할 가능성이 높아요. 정부는 돈을 풀면서도 부동산만은 잡으려 하지만, 주식시장으로 돈이 흘러가도록 뒷받침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지 않는 한, 그 목표는 모순으로 끝날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 글은 단어가 좀 어렵습니다. 하지만 원리는 이해하셨을거라 생각해요. 모순된 이런 정책이 왜 나오는지는 다음 글에 차근히 다시 한번 생각할 필요가 있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