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부의 사유

재건축에 기부채납을 요구하는 정부, 사회주의인가요?

by 김현재



내 집 고치려는데

정부는 왜 이렇게

요구하는게 많아?



저는 이런 질문에 충분히 공감해요. 마치 내 사유재산을 고치거나 다시 짓는 데 왜 정부가 개입하고, 그것도 돈이나 땅을 가져가려는지 의문이 들 수 있죠. 그런데 조금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이건 단순히 개인과 정부의 대립이 아니라 도시 전체를 조율하는 자본주의의 시스템 속에서 나오는 필연적인 구조라는 걸 알 수 있어요.



우선, 재건축은 단순한 ‘집 고치기’가 아니에요. 수십 년 된 아파트를 허물고, 용적률을 높여 더 많은 가구와 더 높은 층수를 올리는 일종의 도시 재개발 프로젝트에 가까워요. 한 가구가 자기 집만 고치는 리모델링과 달리, 재건축은 대개 수백 가구가 모여서 ‘공동의 큰 그림’을 그리는 일이에요. 따라서 도시 차원에서는 이걸 ‘공공 인프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로 간주하게 되죠.



여기서 핵심은 용적률이에요. 땅 위에 얼마만큼 건물을 올릴 수 있는지를 정하는 기준인데요, 정부가 “이 지역은 200%까지만 지을 수 있어요”라고 정했다면, 그 한도 안에서만 개발이 가능해요. 그런데 재건축을 통해 정부가 용적률을 예외적으로 250%, 300%까지 허용해주기도 하죠. 정부는 사업시행자들에게 거래를 요청하는거에요.


우리가 하늘 권리를 열어줬으니,
생긴 이익 중 일부는 공공에 환원해 주세요.








공공기여와 인센티브라는 거래


이게 바로 기부채납이나 공공기여의 원리예요. 그냥 막무가내로 뺏는 게 아니라, 그만큼의 인센티브를 줬으니 일정 부분을 다시 사회에 돌려달라는 일종의 거래 구조인 셈이에요.



도시에는 도로, 공원, 학교, 하수도 같은 공공 인프라가 필요해요. 그런데 재건축을 하면 그 지역에 인구가 늘어나고, 차량도 늘고, 공공 서비스의 부담도 커져요. 이런 부담을 정부가 다 감당하면 결국 국민 세금으로 충당하게 되니까, 새로 생기는 아파트 단지에서 일부 부담하라는 거예요.



이걸 두고 사회주의라고 느끼는 건 자연스러운 감정이에요. 사유재산의 행사를 침해받는 기분이죠. 하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이건 사회주의가 아니라 관리된 자본주의에 가까워요. 자본주의는 기본적으로 사유재산과 이윤을 추구하는 시스템이지만, 그 안에서도 공공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장치들이 필요하거든요.



특히 재건축은 잘못 운영되면 젠트리피케이션(원주민 밀어내기), 부동산 투기, 도시 불균형 같은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요. 그래서 정부는 이 과정을 통해 얻는 이익이 일부는 도시 전체를 위한 기반으로 쓰이도록 설계하려고 해요. 공공임대주택을 일부 포함시키거나, 주민 커뮤니티 공간을 기부채납 받는 것도 이 때문이죠.



비유하자면 이래요.



국가는 하늘 위에 건물을 더 지을 수 있는
권리를 잠시 임대해주는 거고,
민간은 그 권리를 활용해
이익을 남기는 대신
일정 부분을 사회에 되돌리는 것



결국 재건축과 리모델링은 ‘개인의 재산’만이 아니라, ‘공공의 도시’ 위에서 벌어지는 일이에요. 그래서 국가는 이 균형을 맞추기 위해 어느 정도의 개입과 기여를 요구하는 거고요.



요약하자면, 정부의 기부채납 요구는 사회주의가 아니라, 도시 계획 안에서 자본주의가 스스로 질서를 유지하려는 방식이에요. 만약 이런 공공기여 시스템이 없다면, 도시는 이익을 좇는 개발로만 가득 차고, 그 피해는 가장 약한 계층에게 돌아가게 돼요.



기부채납으로 국가와 지자체는 돈을 크게 들이지 않고 공공 인프라를 확보하는 효과를 갖고, 사업 시행자는 용적률 완화, 종상향 등 개발에 유리한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죠.



이런 논리를 알고 보면, ‘왜 이렇게 많은 걸 요구하지?’라는 불만보다는, “내가 혜택을 얼마나 받았고, 그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은 무엇일까”라는 시각으로 균형 있게 바라보게 돼요. 물론 제도 설계가 불합리하거나 기부채납 강도가 지나친 경우는 비판받아야 마땅하지만, 제도 그 자체는 ‘공공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이해할 필요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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