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부의 사유

집을 사면 안 된다고요?

by 김현재



요즘 아래와 같은

주장이 종종 보여요.


앞으로 한국 경제는 인구 감소,
유동성 축소, 저성장으로
장기 침체에 들어간다.
그러니 큰돈이 묶이는 주택 매수는
잘못된 선택이다



겉보기엔 논리적으로 맞는 말 같지만,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몇 가지 중요한 맹점이 있어요. 단순한 경제 논리만으로는 주택 시장을 온전히 해석할 수 없기 때문이에요.





집은 소비재이자 자산


많은 사람들이 집을 ‘투자자산’으로만 바라보지만, 사실 집은 ‘소비재’의 성격도 동시에 갖고 있어요. 아무리 인구가 줄어든다 하더라도, 사람들은 여전히 살 집이 필요해요. 특히 한국처럼 교육, 교통, 일자리 중심으로 수도권 집중 현상이 심한 나라에선 단순히 ‘총인구 감소 = 수요 감소’로 연결짓기 어려워요.


게다가 인구는 줄어들어도 1~2인 가구는 계속 증가하고 있어요. 결혼은 늦어지고, 혼자 사는 사람도 많아졌고, 고령층은 따로 거주하는 추세죠. 이런 변화는 소형 주택 수요를 유지하거나 오히려 늘리기도 해요.






유동성이 줄어들어도

자금은 결국 ‘쉴 곳’이 필요


경제가 침체하고 금리가 높아지면 유동성이 줄어드는 건 맞아요. 하지만 그럴수록 돈은 더 안전한 자산을 찾는 경향이 있어요. 주식처럼 변동성이 큰 자산이 꺼려질수록, 현금흐름이 있거나 실물 기반의 자산, 즉 부동산에 관심이 돌아갈 수 있어요.



예를 들어볼게요. 금리가 급등했던 시기에도 강남 주요 단지는 하락폭이 작았고, 서울 일부 지역은 오히려 가격이 반등했어요. 유동성이 줄어들수록 자산 시장은 더 선택적으로 움직여요. 모두가 빠지는 게 아니라, 덜 빠지는 곳과 버티는 자산으로 옮겨가는 거죠.




저성장 시대에도 부동산은 오르내린다



많은 사람들이 “이제 한국은 성장 끝났으니 부동산도 끝”이라고 말하지만, 이 논리는 지나치게 단순해요. 이미 한국은 수년 전부터 저성장·저출산 구조에 들어섰지만, 그 기간에도 서울, 수도권, 일부 도심의 집값은 계속 올랐어요.


왜냐하면 부동산 시장은 전국 평균이 아니라 지역별, 입지별로 작동하기 때문이에요. 좋은 입지의 자산은 희소성이 커지며, 오히려 더 강한 프리미엄을 얻게 돼요. 이제는 전체 시장이 아닌, 일부 구조적 승자 자산을 골라내는 안목이 중요한 시대예요.






침체는 곧 ‘기회’



한국 경제가 장기 침체에 접어든다는 진단은 어느 정도 맞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 침체는 곧 구조적 재편의 시작이기도 해요. 도시 재생, 재건축, 고령화 대응형 주택, 스마트홈 등 새로운 수요가 만들어지고 있어요. 집을 매수한다는 건 단순히 지금 집을 사는 게 아니라, 미래 10~20년 뒤의 변화를 선점하는 행위가 될 수도 있어요.



또한 지금은 정부 정책이나 세제 변화에 따라 보유자산의 편입 구조를 바꾸는 기회가 되기도 해요. 현금흐름이 정체될수록 세금 회피가 어려운 금융자산보다, 조세와 제도 설계가 명확한 실물자산이 유리해질 수 있어요.





핵심은 ‘무조건 사지 말라’가 아니다


“앞으로 침체 오니 집 사지 마라”는 말은 지나치게 극단적인 접근이에요.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오히려 자산은 더 선택적으로 가치가 분화되고, 모든 걸 평균적으로 보는 접근은 오히려 위험할 수 있어요.



현명한 판단은 이렇게 해야해요.


이 집이 내 삶의 퀄리티를 높여주는가?
이 집은 장기적으로 방어력 있는 입지인가?
이 집을 살 때 현금흐름이나
리스크는 통제 가능한가?



단순히 “앞으로 경제가 나빠질 거니 집은 틀렸다”는 식의 일방적인 프레임은 지금처럼 양극화가 심해지는 시대엔 오히려 해로운 조언이 될 수 있어요.



부동산 시장은 단순한 수요공급이나 경제성장률에만 따라 움직이지 않아요. 그 안에는 인구 구조, 제도, 세금, 입지, 사회 트렌드 등 복잡하고 다층적인 요소들이 얽혀 있어요.



지금 우리는 단순한 상승기나 하락기의 사고방식으로 판단할 수 없는 시기를 지나고 있어요. 오히려 이런 시기일수록 냉정한 분석, 나만의 목적, 분산된 전략이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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