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4-2: 오프라인 전시기획2 | 버저비터

당황하지 않은 척이라도 하는 게 리더의 덕목

PROJECT 4-2(전시기획) : 오프라인 전시 기획2 | 버저비터


=> 대학농구 미디어아트 전시 ‘버저비터’

2023.4 ~ 6

한줄요약 : 당황하지 않은 척이라도 하는 게 리더의 덕목



대학스포츠에 관심 없는 대학 사회에 대한 아쉬움


연세대, 고려대... 아니 고려대, 연세대... 외에는 사실 본인이 재학 중인 학교에 어떤 스포츠팀이 운영되고 있는지 잘 모르는 게 대학사회 현실입니다. 근데 이게 어쩔 수 없는 것이 아직까지 대한민국에선 중고등학교 내내 특정 스포츠 종목에 참여하는 것이 그리 미덕으로 여겨지지 않을뿐더러 농구를 제외하면 대학교 캠퍼스 내에서 리그, 대회 경기가 진행되는 경우도 드물기 때문에 정말 스포츠 고관심층이 아닌 이상 대학 스포츠에 관심 갖기가 힘들죠. 미국의 NCAA(전미 대학 체육 협회)의 대학 스포츠 리그처럼 국내 대학 스포츠도 하나의 산업을 형성하길 기대하지만 그건 제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아니고 대학 스포츠팀을 알려서 대학생들이 좀 더 대학생활을 다채롭게 할 수 있게끔 만드는 데에는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슬램덩크 영화 개봉을 기점으로 2023년 살짝의 부흥기를 겪었던 대학농구를 주제로 전시를 기획했습니다.


천리길도 기획안부터


캡처an.jpg

본래 전시 제목은 ‘PLAYLIST’ 였습니다. 각 대학 선수들의 플레이스타일에 어울리는 음악을 기반으로 전시를 구성할 생각이었지만 저작권 문제는 도저히 뛰어넘을 수 없는 벽이었기 때문에 전체 기획이 수정되었고 이에 따라 전시명도 ‘BUZZER BEATER’로 수정되었습니다. 작은 전시였지만 ‘시차조정’ 전시 기획을 한 번 겪어봤기 때문에 기획안에 어떤 내용을 담아야 지원기관의 비용 지원 승인을 받는 동시에 내부 구성원들의 전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지 어느 정도 감을 갖고 있었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각 대학 스포츠매거진, 농구부 서포터즈와의 협력이 필수적이었기 때문에 협력 여부를 변수로 안고 갈 수밖에 없는 상황과 마주했죠.


협조, 협조, 협조

최대한 많은 대학과 함께해야 최대한 많은 관람객을 불러 모을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에 농구부를 두고 있는 모든 대학의 스포츠매거진, 농구부 서포터즈 관계자들에게 연락을 시도했습니다. 선수들 초상권을 비롯해서 2차 가공의 가능 여부, 유니폼 대여 가능 여부, 각 대학 스포츠매거진 SNS에 업로드 되어 있는 농구부 아트워크 사용 가능 여부 등등 하나하나 확인해야 할 것들이 산더미였고 반대로 제공 받은 사진과 영상을 어떤 방식으로 전시할 것인지 대략적으로나마 각 대학에 설명하는 업무도 뒤따라야했습니다. 학기 중이다보니 피드백의 속도는 늦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각 대학 조직 관계자 분들을 만나 뵙고 이야기 나눴다면 업무가 조금은 더 수월했겠지만 제가 재학 중인 건국대 스포츠매거진 관계자 외에는 모두 온라인으로 대화를 나눴기에 라포 형성도 더딜 수밖에 없었구요. 하지만 대학스포츠 저변 확산이라는 목표에는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셨기 때문에 총 9개 대학 농구부의 사진과 영상, 유니폼을 전시할 수 있었습니다.


nn.jpg

대학 뿐 아니라 ‘대학농구연맹,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와의 소통 또한 중요했습니다. 경기 영상, 경기 해설 오디오 등을 전시장 내에서 사용하기 위한 허가를 받아야 했기에 KT&G 상상유니브 명의로 공문을 발송했고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했습니다. KT&G의 자회사인 KGC는 프로농구단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협력 유도가 상대적으로 수월했습니다. 운 좋게도 이전 시즌 KGC가 통합우승을 하게 되면서 구단 내 분위기도 좋았기 때문에 전시 콘텐츠는 물론 이벤트용 상품까지 제공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전시 뿐 아니라 공모전, 창업 등등 모든 프로젝트의 영역에 있어서 누군가와 손을 잡게 된다면 그 누군가가 갖고 있는 인프라에 대해서 정확히 인지하고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냄이 중요함을 새삼 느꼈습니다.



클리셰 중의 클리셰 : 소통의 중요성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내 광고 소모임 ‘블랭크’ 구성원들과 함께 전시를 준비하게 됐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총 12명이 전시 기획에 참여하게 됐고 디자인을 담당하는 특정 몇 명이 9개 학교 전시콘텐츠를 다 붙잡고 있을 수는 없으니 3개 팀으로 나눠 3개 학교씩을 담당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시차조정’ 때에는 대부분의 팀원들을 사전에 이미 알고 있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팀 구성을 할 때나 업무회의를 할 때나 많은 것들이 자연스러웠습니다. 누가 어떤 업무를 맡았을 때 가장 최선의 결과를 낼 수 있는지 암묵적으로 알고 있었고 서로 적당히 가까웠고 동시에 적당히 벽이 있었 기에 회의 할 때에도 의견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었죠.


하지만 버저비터 기획팀의 경우 팀장인 저와 팀원들 간의 사전교감이 제로에 수렴했고 결과적으로 전시 콘텐츠 준비는 무사히 끝냈으나 그 과정이 순탄치 못했습니다. 서로가 일하는 방식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전시 취지나 목표에 대해 서로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몰아치듯 일을 쳐냈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회의 진행 과정에서도 의견이 자유롭게 오가지 못했죠.


어떠한 프로젝트를 함께 하는 과정에서 서로 사적으로 친해져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오히려 적당한 거리감이 있을 때 최고의 팀워크가 발휘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일하는 방식, 이전 프로젝트에서 어떠한 역할을 수행했는지 등등 업무적인 소통은 있어야 하는데 당장 전시 콘텐츠 제 작에 매몰되어서 기획팀 구성원과의 소통이 부족했습니다.


당황하지 않은 척이라도 하는 게 리더의 덕목

사소한 에피소드였습니다만 개인적으로 리더의 덕목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 계기가 되었기에 해당 썰을 풀어보고자 합니다. 전시 오픈 직전에 선착순 상품으로 준비한 키링의 부재를 확인했고 아무리 찾아도 나오지 않는 키링에 혼이 빠져 있었습니다.(*전시 오픈 전에 관람객 분들이 줄을 길게 서계셨고 이 분들 중 대부분이 키링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오셨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 멘붕인 상황에서 상상유니브 팀장님이 상황을 잘 넘길 수 있는 묘책을 내주셨고 혼란스러운 상황은 잘 정리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30분 뒤에 키링은 찾았지만 제가 당황해서 얼 타는 와중에 기획팀원들도 혼란스러워 했다는 게 개인적으로 부끄러운 지점입니다. 장의 역할을 맡고 있는 이가 실무를 열심히 하고 최일선에서 프로젝트에 몰입하는 것도 하나의 덕목이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있어서는 한두발 뒤에서 상황을 객관적으로 분석하며, 문제상황이 발생했을 시 빠르게 해결방안을 내놓을 수 있는 여유가 중요함을 새삼 느꼈습니다.

리더가 당황하면 구성원 전체가 갈피를 못 잡는다는 것을 항상 명심... 실무에 최선을 다하되 결정적인 순간에는 먼 발치에서 관망하는 자세도 필요함을 명심...


이틀 간의 전시 후기


jna.jpg

가용할 수 있는 자원과 협조 받을 수 있는 사진, 영상으로 최선의 결과물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합니다. 오락실 느낌을 내려고 했던 본래 기획 의도도 일정 부분 잘 반영되었던 것 같구요. ‘시차조정’ 전시는 기획팀의 지인들이 주로 방문한 전시였다면 이번 ‘버저비터’ 전시는 기획팀과 친분이 없는 찐관람객 분들이 많이 찾아주셨습니다.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 전시를 열 수 있었다면 대학 스포츠에 문외한인 분들을 대학농구판에 유입시킬 수 있었을 것입니다. 서대문역 인근이라는 전시장 위치 특성상 애초에 대학스포츠 고관심 층인 관람객 분들이 주로 방문하게 된 것 같아 이에 대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an.jpg


관람객 분들의 후기가 전시 퀄리티를 증명한다고 생각합니다. 전시에 대한 호평 뿐 아니라 스탭들의 친절함을 칭찬하는 후기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전시 준비 과정에서 대부분의 소통을 카톡으로 했기 때문에 알게 모르게 몇몇 기획팀원들의 마음을 다치게 했던 것 같습니다. 비언어적 표현이 결여된 업무 소통은 최선의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 면 필연적으로 누군가의 마음을 다치게 하는 것 같습니다. 업무적 소통은 이왕이면 대면으로, 그게 어려우면 화상회의로라도, 그것조차 어려우면 전화로라도, 이도저도 마땅치 않으면 최대한 갈고 닦은 텍스트로 소통하는 것의 중요함을 몸소 느꼈습니다.




작가의 이전글프로젝트4-1: 오프라인 전시 기획1 | 시차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