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2분의 1이 지나갔다는 사실
벌써 2월입니다.
연재 기능이 생긴 이후부터 연재 2개를 돌려오다가, 하나는 끝이 나고 다른 하나는 에필로그만 남겨두고 있습니다. 메인에도 떠 보고 추천에도 떠서 정말 감사한 날들도 많았죠. 많은 분들이 읽어주시니(혹은 후루룩 스크롤을 내리시더라도) 얼마나 좋게요.
음, 이야기 연재를 끝마친 것 까지는 좋은데, 글쎄요, 부족함을 많이 느꼈어요. 저는 특히나 뒷심이 부족한가봅니다. 연재일에 맞춰 쳐내려가다보니 종종 즐겁기보다는 일 같이 느껴졌어요. 어디 내놓을 만큼의 퀄리티가 못되는데 이게 맞나 싶었고요. 개인적인 다른 일들도 많이 겹쳐서 요즘에는 계속 스스로를 의심하는 나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고, 저 스스로도 그러고 싶지 않은데 말이에요.
이전 글들에서도 많이 언급했듯이 남편과 저는 새해에 일출을 보려고 합니다. 딱히 새해 다짐이나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건 아닙니다. 괜히 계획이라는 핑계로 할 수 있는 것들을 정해놓는 것 같고요, 또 막상 못 이룬게 있다면 속상해지지 않을까해서요. 그저, 함께 시작하는 새해는 예쁜 걸 보고 싶기도 하고요, 새롭게 희망찬 마음을 좀 먹고 싶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역시나 가는 곳은 금문교 뷰 스팟 입니다. 해가 금문교 너머로 뜨는 걸 볼 수 있거든요.
새해 첫날 아침은 한가한 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전 날 밤에 파티를 하거나 밤 늦게까지 축하를 하며 보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항상 새해가 되는 밤에 불꽃놀이보느라고 밤 늦게 자서 아침에 일어나는게 쉽지 않아요. 최근 몇 년은 귀찮아서 집이나 집 근처에서 보기도 했습니다.
올해는 성공했네요. 해가 뜨기 전에 나오면 차가 하나도 안 막힙니다. 우리는 미리 올라가서 차 안에서 밖을 보면서 해가 뜨길 기다려요.
캄캄하지만 해가 뜨려는 듯 아름다운 붉은 빛이 돕니다. 아직은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아요.
한국만큼은 아니지만 추우니까 차에서 기다립니다. 사람들이 차에서 내려서 사진찍다가 동동거리면서 차에 다시 올라타요.
금문교 너머로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의 실로엣이 보입니다. 가장 높은 빌딩은 세일스포스타워구요, 뾰족한 건 랜드마크 빌딩 중 하나인 트랜스어메리카 빌딩입니다.
금문교 시작점 뒤로 보이는 타워는 수트로 타워라고 하는데요, 텔레비전과 라디오 수신용으로 70년대에 세운 타워입니다. 세울 당시에는 흉하다고 사람들이 반대했다고 하네요. 지금은 샌프란시스코 뷰를 대표하는 랜드마크 중 하나로 꼽힙니다. 저 근방에 안개가 자주 끼는데, 언덕을 타고 오르는 안개구름사이에 우뚝 솟은 수트로 타워가 운치있습니다.
하늘이 많이 밝아지고, 이제 해 뜰 시간이 가까워 옵니다.
올해 해돋이 놓치신 분들, 금문교 해돋이 감상하세요.
해 떴습니다.
구름이 다행히 해는 피해주었네요.
집으로 돌아가서는 다시 잠이 들었다가 1시나 되어서 깨어났습니다. 전날에 해 먹고 남은 수육을 앏게 썰어서 수육 떡국을 해 먹었습니다. 떡만둣국은 남편이 그다지 즐기지 않는 것 같아서 수육을 넣어줬더니 엄청 잘 먹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즐기게 만들기까지 한 6년 걸렸네요.
새해는 언제나 아쉽지만 가슴이 뛰지요. 저는 특히나 올해에는 여러가지 불확실함 속에서 좀 방황을 하고 있는데, 해를 만나던 그 기분은 당최 어디다가 까먹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다른 일에서 마음을 다잡지 못해가지고요, 브런치에서는 다시 다른 연재를 시작할지, 아니면 편안하게 글을 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것도 놓치고 싶지 않은 이 바락바락한 마음은 좀 내려놓고 지금까지 이뤄온 것, 새롭게 시작하는 것에 대해 감사해야 할 텐데 말이에요.
사실 새해 1주일만 지나도 그 마음이 눈 녹은 것 처럼 어디론가 없어져버리고 마는데, 다행히 한국사람들은 '구정 설'이라는 2차 시기가 남아있습니다. 갑자기 이 글은 구정 설에 썼어야 했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또, 또! 뭐든 최적의 시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이 강박!ㅋㅋㅋ). 다시 보니까 이 글이 딱 100번째 글이네요. 100화 특집이라고 치죠 뭐.
독자분들께서도 새해 일출 사진 다시 보시고, 그 때의 즐거운 마음 다시 불러오셨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