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어떻게 됐을까요
intermittent fasting
그러니까 꽤나 거창한 이름의 간헐적 단식이란 건 작년 7월쯤 시작했다. 7개월이나 된 셈이다. 시작할 때의 비장한 마음은 여기에 잘 나와있다. 중간에 53일차, 두 달 즈음 되어갈 때에도 한 번 또 올렸었다.
단식이라고 하면 흔히 실생활과 동떨어진, 안 먹겠다고 크게 난리를 치며 쫄쫄 굶는 상황을 떠올린다. 그치만 사실은 여러 문화에서 꽤 흔한 삶의 한 부분이다. 크리스천과 유대교, 무슬림부터 불교까지 대부분의 굵직한 종교에는 다양한 형식의 단식이 존재해왔다. 종교문화적인 이유로 단식을 하지 않더라도 현대 이전의 사람들은 먹을 게 없는 계절에는 자연스럽게(?) 단식을 해왔(을 수 밖에 없)었다.
먹을게 넘쳐나는 현대에 사는 나에게 단식은, 쉼없이 먹던 미천한 나의 위장에 시간을 정해주는 것 뿐이었다. 나는 그 때 적당히 16:8을 정했다. 대략 저녁 6시-6시 반 사이에 먹고, 다음 날 아침/점심을 10시 반 쯤에 먹는 것. 목표 감량은 11lb - 대략 5.4 킬로그램정도. 건강하게 근육 만들면서 빼기.
초반 세 달 정도는 앱에 표시까지 하면서 철저하게 지켰다. 운동도 열심히 했다. 그러니까 살이 쭉쭉 잘 빠졌다. 7lb (3.5kg정도?) 가 초반 2-3개월 만에 빠졌는데, 이게 많이 빠진 거냐고 하면 할 말은 없으나 내 기준에서는 그랬다. 급한 다이어트도 아니었고, 빠진 무게에 비해서 확연하게 변화가 (적어도 나한테는) 느껴졌기 때문이다. 운동이 병행되어서 그랬는지 몰라도 안들어가던 옷들이 거의 전부 다 다시 맞았다. 배가 나온 것 같아서 못 입던 셔츠들도 잘 입게 됐고, 전에는 피하던 짧거나 달라붙는 옷들도 다시 즐겨찾기 시작했다.
그런데 작년 후반에는 여행다닐 일이 많았다. 홍콩으로, 한국으로, 하와이로, 메인주로, 마이애미로, 라스베가스로 거의 매달 중단기로 돌아다니다보니 타이트하던 단식과 운동 스케쥴이 점점 느슨해져갔다. 가족이나 친구와의 식사는 대부분 7시 전후로 시작해서 9-10시까지 먹다가 끝나는 경우가 많았는데, 거기까지 가서 "아잇 나 단식하는데 안 먹을 거임"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맛있는 음식이 내 앞에서 유혹했다. 한우였다가, 대게였다가, 랍스터였다가, 홍콩식 바비큐였다가, 크림소스 파스타였다가, 스테이크였다가, 엄마가 해준 맛있는 집밥이었다가, 화려한 디저트 카트이기도 했다. 내가 먹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었으면 모르겠는데, 그랬다면 이런 글을 쓰고 있지도 않았을 것이다.
어쨌든 그래서 그 맛난 것들을 맛나게 먹었다.
그러면서 어쩔 수 없이 조금 타협점을 찾아가기 시작했고, 그게 습관으로 자리잡았다.
6-7시 전에는 저녁을 먹으려고 한다. 행사가 있으면 어쩔 수 없다. 전날에 늦게까지, 많이 먹었다면 다음날에는 조금 조심한다. 아점은 적어도 10시 반은 되서 먹는다. 종종 11시나 12시에도 먹는다. 운동은 그래도 거의 매일 다녔었는데, 최근에는 어깨가 좀 많이 아파서 한동안 운동을 쉬었다. 다니는 병원에서 주당 150분 정도로 운동량을 추천해서 그에 맞추려고 확연히 줄이기도 했다. 운동을 열심히 다니다가 안다니니까 뭔가 불안하고 근육이 빠져나가는 게 느껴진다 (이것이 바로 근손실에 대한 두려움?!)
그래서, 살은 어떻게 됐냐고?
11lb 감량 목표는 달성한지 사실 꽤 됐다. 몇 달 됐는데 연재 두 개 쓰느라 틈을 재다가 놓쳤다. 7lb 감량 이후에는 아주 천천히 감량이 되었고, 조금 올라갔다 내려왔다 하다가 현재는 12lb감량 정도로 정착한 것 같다.
처음에 목표 감량치를 설정할 때에는 이게 실제로 될 거라고는 믿지 않았다. 이 또한 그 동안 내가 수많은 앱에 써 넣은 감량 목표 수치들 중 하나려니 했을 뿐. 그런데 막상 되니까 지금도 신기하다. 마음 같아서는 한 4lb (2kg정도) 만 더 빼서 4년 전 몸무게로 돌아갔으면 좋겠는 바람도 있다. 초반처럼 빡세게 한 두달만 하면 더 빠질 것 같기도 한데, 소정의 결과를 달성해서 그런지 영 원동력이 별로 없다.
이렇게 단식을 느슨하게 하자니 딱히 뭘 한다는 느낌이 안 든지 오래다. 저녁이 되면 의레 뭘 안 먹게 되고, 배도 사실 안 고프다. 전처럼 먹으면 오히려 너무 불편해서 금방 후회를 하게된다. 이러다 보니 의도하지 않았지만 전반적으로 먹는 양도 줄어들었다. 뭐 내가 엄청난 의지를 가져서가 아니라, 내 생활 패턴에 잘 맞아떨어졌다는 것 뿐인 듯 하다. 배달비가 비싸서(40불어치를 시키면 배달료는 물론이고 식당팁에 배달팁에 60불이 되버리는 매-직) 뭘 잘 안시켜먹고, 저녁에 나가서 술먹고 하는게 영 귀찮기도 하고. 아무리 도시에 살더라도 여기서는 술과 안주를 먹는게 아니면 한국처럼 저녁에 나가서 재밌게 놀 거리가 잘 없으니까.
어쩌다보니 최근에는 한 두잔 마시던 와인도 거의 끊고, 커피나 차도 디카페인으로 바꿨다. "뭔 재미로 사나요, 그렇게 살아서 뭐가 얼마나 클린하다고 그러나요" 해도 아예 안먹는다기보단 그냥 될수 있으면 피하려고 하는 쪽이라 몰몬(몰몬교 사람들은 술은 물론이고 차나 커피도 마시지 않는다) 같이 살고 있는 건 아니니 너무 이상하게 보실 필요는 없다. 디카페인도 똑같이 커피 맛이 나고, 무알콜 맥주도 맥주 맛이 난다. 가끔 어디 행사나 모임에서 와인 한 잔 해야 하면 먹기도 한다. 왜냐고 물으신다면, 글쎄? 속이 더 편한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때문에?
왜 이번에는 성공했는고 하니, 이런 마음가짐 덕분인 것 같다. '별로 딱히 다이어트 하고 있지 않은 것 같은 상태'. 역시 스트레스만큼 해로운 게 없다. 그래도 내일은 운동을 꼭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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