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좀 넘었어요
미국에 오기 전에도 한국 기준으로 날씬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미국에 오고서 몸무게가 많이 늘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미국 때문에 쪘는지 아니면 스트레스가 높은 환경의 대형 어린이집에서 원감을 하며 집에와 밤마다 주저앉아 아이스크림을 퍼먹었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설상가상으로 어린이집에는 학부모분들이 도넛이며 케잌이며 초콜릿이며 단 것을 자주 가져다 주시곤 했다. 나는 도넛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언젠가부터 아 도넛 먹고싶다 하는 생각이 들더라.
미국에서는 살이쪘다는 느낌을 받기 어렵다. 사람들이 대체로 많이 먹고 커다랗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온 초반 몇 년은 음식을 시키면 너무 배불러서 절반은 남기고, 버거를 시키면 빵은 떼고 내부만 먹거나 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최근 몇 년은 바스라기까지 싹싹 먹고 있었다. 얼마 전 산 운동 반바지는 꽤 커보였으나 사이즈가 M이라고 써 있기에 그럼 그냥 커 보이는 건가보다하고 그냥 사 왔는데, 택을 잘 읽어보니 미주지역 사이즈로는 M, 아시아 지역 사이즈로는 L로 써 있더라.
막 옷이 전부 안들어간다는 아니지만 안 맞게 된 옷도 있고, 무의식적으로 사진 찍는 것도 (원래도 안 좋아했지만) 더 안 좋아하게 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얼마전 유퀴즈에서 본 노화전문의가 34세에 급격히 살이찌며 노화가 온다고 했었으니 30대에 한 번 빼기는 해야할 듯 싶었다. 퇴사도 한 김에, 저번 글에서와 같이 운동도 시작한 김에, 그럼 건강하기 위해 살도 빼야겠지 않겠는가?
나는 연구자이므로, 누구의 카더라 보다는 연구결과를 믿는다. 무엇이 대체적으로 이득이라고 용인된 것들인가, 아티클을 읽어보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최근의 많은 아티클은 간헐적 단식에 관한 것들이었다. 어느 정도 읽다보면 이게 정말 연구결과인지 약간 신봉하는 느낌의 글인지 헷갈릴 때도 많았다. 단헐적 관식에 관한 것은 반박하는 연구결과나 주의해야 할 점도 많았으므로, 대체적으로 일반연구에서도 용인된 듯한 정도만 차용하기로 했다. 대충 취합하고 나니 대략 해야 할 것들은 다음과 같았다.
- 특정 음식만 먹고/안먹고 혹은 아예 안 먹는 건 안한다.
- 운동 만으로 먹는 칼로리를 넘기는 것은 어렵다. 덜 먹는게 맞다.
- 먹은 건 움직인다. 자기 전에는 하루 동안 먹은 칼로리를 태운다.
- 먹는 것에 스트레스를 크게 받지 않는다. 다만 되도록이면 가공식품을 줄이고 자연식품을 직접 조리해 먹으려고 노력한다
- 계속 움직인다- 목표 11시간 서기/510칼로리 소모/40분 운동 을 매일 성취한려고 한다.
- 16:8단식 - 8시간 동안 먹고 16시간 동안 공복을 유지한다
단식 앱이 여러 개 있길래 아무거나 다운 받았다. 돈을 내고 사용하면 뭐 이것 저것 기능이 있는 것 같으나, 일단은 그냥 단식 시간이나 카운팅 해주고 몸무게나 기입하고 하는 기본 기능만 사용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6시-6시 반 사이에 저녁식사를 끝내고, 다음 날 아침 10:30-11:30 사이 아점식사를 한다. 그 중간에는 배가 고프면 우유만 들어간 커피를 마시거나, 바나나, 그릭요거트, 견과류 등를 먹는 식. 아침과 저녁은 아무거나 먹고 싶은 걸 먹는다. 먹고 싶으면 오뜨 같은 작은 케익류도 먹고, 찹쌀떡 아이스크림도 먹고, 파운드 케익 같은 것도 먹긴 먹는다.
남들은 곡류를 피한다고 하는데 나는 안 피하고 밥을 잘 먹고있다. 사실 쌀을 비롯한 곡류는 영양학적으로 굉장히 우수한 식품으로, 많은 문화권이 이를 주식으로 하여 번영할 수 있었다. 흰 쌀에 현미, 야생쌀, 흑미, 퀴노아, 보리, 오트, 파로, 통밀 등등(믹스에 뭐가 더 많이 들었는데 뭔지 모름) 이 들어간 잡곡을 섞어 밥을 해 먹으면 단백질과 미네랄, 식이섬유 등이 다양하게 균형잡힌 식사를 할 수 있다. 나는 스틸 컷 오트(눌린 것 말고 그냥 작게 다진 것 같이 생겼음)와 파로(Farro), 통밀 종류를 꼭 섞어 먹는데, 다이어트고 뭐고 그 식감이 너무 좋아서 먹는다. 파로(Farro)는 한국에서 생소할 수 있는 통곡물인데 어쩌다 보니 넣게 되었다. 예전에 남편네 고모님이 만들어준 샐러드가 너무 맛있어서 따라해보려고 샀다가 너무 많이 남아 방치되어 있었더랬다. 어쩔까 하다가 그냥 잡곡믹스에 쏟아넣고 함께 밥을 지었는데 너무 맛있어서 유레카! 했다. 알갱이가 쌀보다 훨씬 커 밥알 사이에서 통통 씹히는 그 식감이 굉장히 좋다. 피해할 것은 곡류가 아니라 정제된 탄수화물과 이로 만든 가공식품류이지, 몇 천 년 동안 인류가 잘 먹어온 곡류 자체는 죄가 없다.
그래서? 살은 빠지냐고?
빠진다. 어떻게 알았냐면, 한국 부모님과 영상통화를 하는데, 엄마가 "어? 둘이 얼굴이 엄청 좋아 보인다?" 라고 했다 (보통은 살이 쪘다는 얘기를 한다). 여기서는 파운드 (lb)가 몸무게 단위인데, 1 파운드가 0.5kg 좀 못 된다고 보면 된다. 지금 9일째인데 4파운드 가까이 빠졌으니, 2kg 정도 빠진 셈. 애걔? 라고 생각하셨는지 모르겠으나, CDC가 제안하는 건강한 롱런 다이어트는 일주일에 1-2파운드이니, 의학적 권장속도에서 2배 초과이다. 나는 바디프로필 같은 급격한 이벤트성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고 너무 빨리 빠지면 근육이 같이 빠지는 수가 있다. 장기적으로 유지가 힘들 수 있으므로 어제는 오히려 먹는 양을 조금 늘렸다. 주당 2 lb씩, 7주 14 lb면 대략 처음에 한국에서 미국 왔을 때 무게가 되니 일단은 그것이 목표이다.
배고프지 않나?
이상하게 전반적으로 배는 별로 고프지 않다. 먹는 걸 좋아하는데, 한 살 한 살 먹을 수록 많이 먹고 나면 오히려 속이 부대껴서 힘든데도 그냥 아무 생각없이 계속 먹었던 것 같다. 단식 후 배부른 느낌을 좀 덜 좋아하게 되었다고 하는 게 맞겠다. 최근에는 16시간 공복 후 아점에 뭘 먹을 때, 전처럼 같은 양을 먹으면 속이 더부룩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제는 친구를 만나 저녁 먹고 작은 디저트와 아메리카노도 먹었는데, 거짓말 조금 보태서 오늘 아침까지 배부른 느낌이 들었다. 못 먹는다! 하고 생각하면 더 먹고싶은데, 아마 그러고 있지 않으니 괜찮지 않나 싶다.
근육이 같이 빠지지 않나?
이전 글에서와 같이, 3개월 째 짐을 끊어 운동과 요가를 하고 있다. 운동만 좀 하던 2개월 좀 넘게는 정말 몸무게가 조금도 빠지지 않고 근육 붙는 느낌만 나더니 단식을 병행하자 그 다음 날 부터 바로 살이 빠지기 시작했다. 인바디를 해 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체감상으로는 몸이 굉장히 탄탄해 진 느낌이 든다. 다리와 복부, 엉덩이는 눈으로도 타이트 해 진 것이 눈에 띄게 보이고, 언제나 덜렁덜렁 했던 팔뚝도 만져보면 훨씬 단단한 근육이 만져진다. 아마 이 때문에 몸무게 빠진 것은 얼마 되지 않는데 더 살이 빠진 느낌이 드는 것 같다. 눈에 보이니 재밌다. 단백질을 좀 더 비중있게 먹어야 되나 싶은 생각이 좀 더 들고 있다.
운동은 얼마나 하나?
하루에 애플워치로 510칼로리를 채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실제로는 대부분 550-650정도이다. 짐에 가서 1-1.5시간 정도 운동 혹은 30분 거리 왕복 1시간 걷고, 집에서 저녁에 짧은 요가를 하거나 로잉머신을 좀 타면 대체로 그정도 태우게 된다. 요가도 헬스도 나는 다 초심자이기 때문에 지금은 그냥 재미를 붙이는 것이 좋으니 아무거나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한다. 짐에서는 일렙티컬, 사이클, 팔/다리 근력운동기구를 이용하고 근력 반 유산소 반 정도 한다. 못 채웠다고 자책하거나 하진 않고, 다음 날에는 또 다음 날의 것을 한다.
앗, 벌써 저녁 먹을 시간인데 별로 배가 고프지 않다. 만약 이게 계속 잘 되고 있다면 또 진행상황을 기록하지 않을까? 만약 글이 안 올라온다면 실패했을 확률도 있다..ㅋㅋ 부디 계속 되길 바라며! 건강을 위한 다이어터들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