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에서 가능한 가격입니까?
새 헌집로 이사오기 전 까지는 아파트에 수영장이나 짐이 있었다. 엘리베이터만 타고 내려가거나 단지에서 나와서 몇 발짝만 가면 되는데 있을 때에는 왜 써먹질 못했었나 싶다. 현재의 집으로 이사오고 나서 짐(헬스클럽)이나 운동을 하고 싶어 찾아봐도, 딱 여기다! 싶은 곳이 없었다. 동네의 힙한 소규모 짐은 너무 비쌌고 뭐랄까, 파워 인싸플레이스 같은 느낌이 풀풀 풍겼다. 그럼 그게 스트레스라서 안 갈 것 같았다 ㅋㅋ 걸어서 30분 정도 거리면 또 멀다고 안 가게 될 것 같고, 운전을 해서 가자니 대부분 주차장이 없거나 주차비용이 너무 비쌌다 (샌프란시스코에도 차댈 데가 없다). 운전/도보 10-15분 거리면 딱 좋을 것 같은데. 마땅한 게 없나.
마침내 후보가 몇 군데 있었다.
A 짐: 운동기구가 엄청 큰 창고같은 공간에 있는 체인으로, 한 달에 10불-35불 정도로 최고 저렴함. 다운 타운에 하나가 있으나 주차가 어렵고, 버스를 타고 가면 30분 소요. 차 타고 25분 거리에 주차장이 있는 지점이 있으나 출퇴근시간에 차가 굉장히 막힘. 운동기구가 기본적. 인터넷에 온갖 이상한 웃긴 짤이 돌아다니는 곳
B 짐: 유명한 체인. 걸어서 15분 정도로 가까운 편이나 찾아본 결과 위생이나 기구 유지 후기가 별로임. 월간 60불, 연회원으로 하면 월간 25불 정도로 저렴함. 24시간 운영. 약간 노숙자가 있는 거리를 지나다녀야 함.
C 짐: 이것도 체인. 도보 10분 거리로 집에서 가장 가까움. 운동기구 유지나 위생의 후기가 굉장히 좋고, 실내 수영장 자유수영+온탕스파도 포함임. 월 100불 정도.
D 짐: 오래 된 극장건물을 개조해서 만든 멋진 짐. 층고가 높고 천장이나 벽데코가 굉장히 예쁘다. 큰 스크린에서 막 맨날뭐도 상영하고 해서 지나갈때 마다 와 여기 등록하고 싶다, 생각했던 곳. 걸어서 35분 거리, 주차 거의 불가능. 지금 다시 보니까 세일해서 다달이 70-100불 정도 (1년치 등록하면 더 싸지는 구조)
그런데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은 거의 모든 짐의첫 달 등록 비용이 어마어마했다는 점이다. 사람들이 등록만 해 놓고 안 오는 자연현상(?)을 타겟한 것인가, 대부분 첫 달에 등록비+첫 달비용+마지막 달 비용+기타 비용에 비용을 더했다. 이상하게 나는 월 70불을 생각해서 들어갔는데 첫 달에 내는 최종 비용은 198불 이거나, 325불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대부분은 6개월이나 1년치를 등록하겠다고 해야 그 비용을 누릴? 수 있는 구조. 뭔가 속은 느낌에 억울해서 주저하게 되었다.
그럼 요가를 할까, 필라테스를 할까, 싸이클을 해볼까. 이리저리 생각해 봤으나 한 가지만 하면 지루할 것 같기도 하고, 마냥 수업만 가야되면 또 잘 안 가게 될 것 같았다 (어째 안 가고 싶은 이유만 찾는 것 같지만..)
그러다가 다시 보게 된 것이 YMCA였다. 뭔가 한국에서도 그렇고, YMCA는 복지관이거나 뭔가 서비스가 낡았을 것 같은 고정관념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에 들었던 것은,
1. 운동기구 헬스클럽이 포함이고
2. 그 어느 지점 (심지어 캐나다를 가더라도) 모두 이용가능하고,
3. 일주일 내내 요가, 매트 필라테스 부터 싸이클, BODY BOOT CAMP나 HIIT 같은 고강도 운동, 테니스수업(추가요금있음) 까지 수업을 무제한으로 들을 수 있으며
4. 어느 지점이든 수영장을 이용할 수 있고
5. 마음에 드는 지점이 운전 10-15분 거리
6. 다달이 88불, 첫 달 등록비가 95불인가 있으나 취소비용/서비스비용 등 기타 비용이 없음
(7. 아이가 있다면, 운동하는 동안 하루 최대 2시간 까지 아이를 봐 주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었다. 이전에 보았던 모든 피트니스센터를 능가하는 장점이었다. 고민을 거듭하다가 마음에 드는 지점을 방문해 혹시 하루 트라이얼을 해 볼 수 있냐고 물었더니, 흔쾌히 가능하다고 했다. 직원들이 신기하게도 활기차고 엄청 다정했다. 개인정보와 응급전화번호를 입력하고, 위험 웨이버 등 서류를 사인하고 나자 금방 이용할 수 있었다.
뭐 수업있는 지는 몰라서 그 날은 운동기구만 사용하고 나왔다. 실제 커다란 짐을 가 본것은 사실 생전 처음이라 나는 규모와 상태에 놀랐다. 기구도 굉장히 다양하고 잘 유지되어있으며, 깨끗했다. 천장이 높고, 햇빛과 바람이 창문을 통에 쏟아지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나는 뭐 쇠쟁이가 아니니, 기구의 어떤 깊은 전문성이 중요하다기 보다는, 내가 부담없이 이용할 수 있고 얼마나 잘 유지보수가 되고 있느냐가 중요했다. 무엇보다, 굉장히 활기찼다. 나이 드신 분들부터 10대 까지 다양한 연령이 나름의 방법으로 운동을 즐기고 있었는데, 그게 보기 좋았다. 그날로 집에 돌아와 바로 등록했다. 복지재단이므로 만약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도움도 받을 수 있고, 어린이가 있거나, 시니어이거나, 가족 단위이거나 하면 비용이 훨씬 저렴해 진다. 만약 남편을 함께 가족으로 등록한다면 인당 75불 수준이었다 (남편은 다른 운동을 해서 등록안하고 싶어했다)
처음 등록비가 95불이라는 점이 마음에 걸리기는 했지만, 일반 기업에 같거나 더 많은 비용을 내느니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YMCA에 내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실제로도 방과후, 방학 등을 이용해 어린이나 청소년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고 사회적 약자를 위한 재정 지원도 한다. 등록을 하고 싶지 않다면 당일권은 현재 20불. 다른 요가나 필라테스 수업도 하루 한 번 단발성 수업으로 들으려고 하면 35불정도 하는데, 다달이 88불이라면 한 달에 5번 만 가도 이득인 셈.
등록했던 때가 4월 말 쯤이니까 3달쯤 되어간다. 아주아주 만족하면서 이용하고 있다. 간간히 다른 지점도 이용한다. 한 달에 10-13회 정도 꾸준히 가는 중인데 일반 운동기구 뿐 아니라 여지껏 요가, 필라테스, TRX 같은 수업도 듣고 수영장도 이용했다. 수업 등록은 전용 앱이 있어 쉽게 예약하고 취소가 가능하다. 샤워실과 락커룸도 있고, 수건도 제공된다. 이용해 보지는 않았지만, 약간의 추가비용을 지불하고 퍼스널 트레이너 서비스도 이용 가능하다.
첫 두 달 동안은 살이 빠진다기 보다는 근육이 탁탁 붙는게 느껴졌다. 살은 안 빠졌는데 복부와 허리사이즈가 딱 봐도 티가 나게 줄었다. 팔다리에도 탄력이 훨씬 붙었다. 배가 나와보여서 안 입고 싶었던 티셔츠가 배가 들어가면서 편하게 입을 수 있게 되었다. 뭐 확 건강해졌다기 보다는, 운동을 가는게 재밌다는 생각이 들어서 신기한 중이다. 그냥 대충 하다 와야지 하고 갔다가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고 스스로를 푸시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살은 빠지지 않길래 간헐적 단식을 최근 도입했다. 과연 효과가 있을 것인가?
-다음 글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