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로 첫 날은 보기만 하려고 했는데.
우리가 식을 올리고 난 후니까, 2019년 초였다.
우리는 고양이를 들이고 싶었다. 이유는 별로 없었다. 남편과 나 모두 강아지도 좋아하지만, 실제로 키워본 적은 없었다. 남편은 고양이 7마리와 자랐고, 남편의 부모님, 두 친구커플이 모두 적어도 1가정 2고양이를 키우고 있었다. 나도 호팸네서 개+고양이 5마리
(맥스가 실종되어서 나중에는 4마리가 되었지만. 맥스 이야기는 다음 글 참조.)https://brunch.co.kr/@c39a98fae8d84a9/10
와 함께 살았기 때문에, 말랑말랑한 고양이가 그리웠다. 마침 그 즈음 남편 친구 커플이 캣초딩 자매를 입양해서 보러 갔었는데, 오클랜드 보호소 Cat Town 에서 입양했다고 했다.
이 주변에서 고양이를 구매(?)하는 경우는 사실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보통은 SPCA라는 기관에서 입양하는 듯 했는데, 비용도 많이 들고 입양이 까다롭다는 소문을 들었다. Cat Town은 고양이 셸터 겸 고양이 카페도 운영하고 있는 곳으로 입양절차가 나쁘지 않았다길래 남편과 가보기로 했다. 궁금한 분을 위해 아래는 웹사이트 링크.
https://www.cattownoakland.org
들어가면 카페가 있어 음료를 구매하고, 오픈 고양이구역 으로 들어갈 수 있다. 더 안쪽으로 가면 아직 적응중인 고양이들의 개별실도 있다. 무슨 프로젝트로 오클랜드 랜드마크를 본따 만든 커스텀 메이드한 캣타워들이 즐비하고 위생상태도 좋아 고양이의 생활수준이 굉장히 높았다. 자원봉사자들도 많아 보였다. 우리는 그냥 보기로만 했다. 마음이 쓰이는 아이가 있다면 다음에 또 오기로 하고.
키튼 시즌이아니라서 어린 고양이들이 많진 않았다. 캣타운은 고양이들이 서로 가깝고 아낀다면 'bonded pair' 로 정해놓아 따로 떼어 놓을 수 없고 반드시 입양을 함께 시켰다. 어린 자매인데 선천성 질병을 타고나 예상 수명이 적을 것으로 보이는 2마리, 종도 나이도 모두 다른 3마리 bonded pair 같이.
한국에서 자랄 때 한 번도 동물을 키워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보면 나의 첫 반려동물이었는데, 금방 하늘나라로 간다면 그건 너무 힘든 경험일 것 같았다. 너무 어려서 에너지가 넘치는 고양이는 또 어떻게 다루는 지 모르고.. 적당히 나이가 있고 독립적인 아이면 좋을 것 같았다. 그 조건에 맞았던 아이들이 중 바로 후추와 생강이였다.
원래는 한 마리만 들일 예정이었다. 행크 (생강이)는 절대 나오지 않고 타워에서 잠만 잤는데, 맥스와 닮았었다. 그 짜식이 살아있어 나이를 몇 살 더 먹었다연 딱 요렇게 생겼을텐데. 얘가 계속 눈에 밟혔다. 그런데 행크는 터틀(후추)과 본디드 페어여서 두마리를 모두 입양해야만 한다고 했다. 얘들 둘은 혈연관계도 아니고 나이가 같은 것도 아닌데, 그냥 이 전에 살던 포스터 케어에서 친해졌다고 했다.
후추는 반대로, 활달한 아이였다. 돌아다니면서 장난감을 흔들어 주는 사람 모두와 놀고 있었다. 어머나, 얘는 호팸네서 살던 고양이 3번인 민이랑 엄청 닮았더랬다. 민은 겁이 너무 많아서 2년동안 세 번인가 만져봤던 것 같다.
이전에 있었던 포스터케어에서 생강이는 항상 구석에서 사람들을 멀리했고, 자기 자리에서 절대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결국 본디드페어였던 후추와 함께 다시 셸터로 보내졌다고. 둘 다 길에서 구조된 아이들이라 생일은 정확히 모르고 나이만 추정해서 알고있다고 했다.
오늘은 보기만 하려고 했는데.. 키튼 시즌이 한참 남아서 언제 다른 고양이들이 들어올 지 기약이 없고,보통 여기 고양이들은 입양이 빨리나간다고 했다. 어..갑자기 고양이 두 마리를 입양하게 되었다. 그래야 할 것 같았다. 포스터링(임시보호)을 하겠느냐 아니면 입양을 하겠느냐 물었는데, 우리는 입양을 하겠다고 했다. 혹시나 고양이들을 키울수가 없게 되면, 너와 인연이 맞지 않았다면 셸터에서 돌려 받으니 다른 곳으로 보내거나 버리지 말고 꼭 다시 데려오라고 했다. 그건 너의 잘못이 아니고, 그냥 인연이 아닌 것 뿐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다시 데려오는 건 나쁜 게 아니라고.
우리는 애초에 파양은 선택지에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상관이 없었지만, 셸터 직원의 이 말이 뭐랄까, 정말로 고양이들을 위하는 거라고 느껴졌다. 누구의 일방적인 잘못이 아니고, 그저 라이프스타일이 맞지 않고 인연이 아니었으니 다시 데려오라는 이 말은 사람을 위한 말로 보이지만, 사실은 고양이의 안전을 위한 것이었다. 죄책감으로 인한 유기를 방지할 수 있는.
우리는 저 날 입양할 생각없이 가서 캐리어고 고양이용품이 뭐고 아무것도 없었다. 직원은 그럼 생강이를 붙잡아 넣을 수 있는 직원이 몇 일에 오니, 그 때 데리러 오라고 했다. 약도 먹이고 준비해 놓겠다고. 처음엔 그게 무슨 말인지 몰랐다.
당일이 되어 가자 그 고양이잡기 숙련(?)직원이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며, 두 마리 모두 안정제를 먹여두었으니 잘 되길 바라보자고 했다. 캣타운 내부는 고양이친화적으로 되어있어서, 여기 저기 벽에 고양이용 문이 많았다. 직원은 퇴로를 막는다면서 문 몇 개를 봉쇄했다.
터틀은 쉬워요~ 이러면서 타워 안에 들어가 있는 아이를 쓱 잡아 캐리어에 넣었다. 문제는 생강이였다. 요리조리 피했다가, 뛰어서 도망갔다가, '하악' 하는 죽음의 경고를 몇 번이나 받았는지. 끝이 뭉툭하게 쿠션 처리 되어 있는 작은 막대로 스윽 스윽 콕 콕 거리기를 한 40분 했나, 마침내 생강이를 캐리어에 넣는데 성공했다. 직원은 웃으며 우리를 배웅해 주었고, 잘 적응하면 나중에 얘기좀 전해달라했다.
우리는 새로운 가족들을 데리고 집으로 갔다. 후추는 후추 색깔이라, 생강이는 생강색깔이라 이름이 정해졌다.(소금이도 목록에 있었는데 그것도 귀여웠을것 같다) 나도 이 말랑말랑한 고양이 끌어안고 낮잠을 잘 수 있는건가??! 귀여운 손꾸락을 붙잡고 얼굴을 부비부비 할 수 있어??!
아니ㅋㅋㅋ 4년이 지난 지금도 저런 건 불가능하다. 난 아직도 얘들을 들어올리기 무섭고, 빗질도 마음대로 할 수 없으며 웬 간식주는 것도 스릴이 넘친다. 그래도 어쩌랴, 보들보들 이들의 존재 자체는 귀엽기만 한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