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residio Library Jun 02. 2024

한국음식의 미국침략

자갈치 시장이 샌프란시스코에 온다!

몇 주 전이었습니다. 남편이 저녁에 갑자기 그러더라구요


"Hey, there is going to be a new Korean seafood market in Daly city. It's called Ja-..galchi?"

(엇? 데일리시티에 새로운 한국 해물마켓이 뜬대. 이름이 자..갈치라는데?)


샌프란시스코에 이런 저런 한국 이름을 가진 가게들이 생기는 건 흔한 일이되었기에, 그냥 그런 것 중에 하나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래도 궁금해서 남편이 읽고있는 기사를 읽어보았어요.


기사와 사진출처-

https://connect.regencycenters.com/blog/serramonte-centers-jagalchi-brings-a-taste-of-korea-to-the-bay-area


어잉? 그런데 찬찬히 살펴보니, 진짜 부산에 있는 자갈치시장이 모던한 느낌을 더해서 푸드코트와 함께 진출하는 겁니다! 자 샌프란시스코 사는 분들 모두 쏴리질러 -!


정확히 말하면 샌프란시스코를 바로 맞대고 있는 데일리시티라는 도시에 '세라몬테'라고하는 커다란 쇼핑몰단지에 들어오는건데요. 시티에서는 차를 타고 17분 정도면 가는 가까운 거리입니다. 워낙에 여러 가게들이 입점해 있어서 저도 종종 가는 곳이에요.




미국의 여러 쇼핑몰들은 새로운 어트랙션이나 젊은층을 대상으로 한 비지니스를 유치하지 못해 과거의 찬란했던 인기를 뒤로하고 조금씩 빈 상가가 늘어가는 추세입니다. 대부분의 몰에 붙어있던 백화점 Macy's, Nordstrom, JC Penny, Kohls, Sears 등등은 매장수를 급격히 줄여가고 있죠. 과거에 번영했던 몰에 가보면 빈 상가의 비율이 높은 걸 볼 수 있고요, Macy's 매장이 있더라도 들어가보면 90년대 느낌과 무언가 을씨년스러운 느낌이 납니다. Retail Archaeology 라는 유투버가 있는데요, 이런 몰을 다니면서 영상을 찍습니다. 링크는 벌써 6년 전 영상인데, 2016년 까지 100개가 넘는 매장 문을 닫았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게다가 판데믹을 겪으면서 더 어려워졌겠죠.


한국 백화점들도 다양한 푸드 팝업을 유치하기위해 애쓰듯, 결국 공간을 살리는 데 효과 만점인 것은 음식인 듯 합니다. 같은 Daly City에 Stonestown이라는 몰이 있는데요, 여기도 붙어있던 Macy's와 Nordstrom이 나가고 몰 복도 끝쪽은 빈 상가가 꽤 많았었습니다. 몇 년 부터인가, 적극적으로 아시아 지역 음식과 상점을 유치하기 시작했고 아예 이 근처를 주거상가 복합지역으로 개발할 모양이더군요. Macy's가 나간 자리에는 Sports basement라는 젊은 층에게 인기 좋은 창고형 스포츠용품점이 들어왔고 새로운 홀푸즈마켓까지 들어오면서 엄청 활기를 띄고 있습니다. 주차장 들어가지 않으면 차 델 데가 없더라구요.


이번에 자갈치가 들어올 곳도 마찬가지로요, 세라몬테 몰에서 JC Penny가 떠난 후 줄곧 비어있던 커다란 공간입니다. 이 뉴스는 한인 소식에서 인기가 많은게 아니라,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같은 굵직한 언론사에서도 떠들썩 하게 다루었고요, 그 외 샌프란시스코의 명소를 소개하는 다른 플랫폼에도 대문짝만하게 퍼지고 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기사

https://www.sfchronicle.com/food/restaurants/article/jagalchi-korean-daly-city-19457372.php


SF Gate 기사

https://www.sfgate.com/food/article/bay-area-jagalchi-korean-grocery-store-19468563.php


한국음식 관련은 여기서 인기가 많습니다. 물론 웃긴 부작용도 있지만 그야말로 'New Hip' 이에요. 판데믹 즈음에 유명한 한인마켓 체인인 Hmart가 Daly City에 들어올 때에도 초반에는 마트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줄이 건물을 타고 한 바퀴 돌 정도로 길었구요, 매대에 상품이 없기도 했었어요. 지금도 물론 장사가 잘 됩니다.


길게 늘어선 줄과 텅빈 매대. 뒤에 줄 서 있던 사람들이 저 날은 줄이 적은 거라고 했었다.


이제는 좀 됐지만 트레이더스조라는 미국 마켓에서 내놓은 비건냉동김밥도 그렇구요. 저는 얘기만 들어봤지 실물은 2주 전에 처음 봤습니다. 매번 텅텅 비어있더니 이제야 좀 수그러들었나 재고가 있더라구요. 그치만 아직도 인당 2줄씩 제한해서 팝니다.


뒤에 보면 세 줄? 네 줄? 남음





미국에 살면서 점차 한국 음식이 유명해지는 걸 보는 건 참 기쁩니다. 일단 여러가지를 손쉽게 구하고 맛볼 수 있게 되니까요. 부산 자갈치시장은 저도 지나가만 본 것 같은데, 샌프란시스코에서 볼 수 있게 된다니 가슴이 뜁니다. 급속 냉동 기술 등등 여러 기술을 이용해서 최대한 신선함을 보존할 수 있도록 한다니까요, 속는 셈 치고 그 기술 한 번 믿어보고 싶네요. 올해 말 쯤 들어온답니다. 그 때 또 가 보고 글을 쓸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1900년대 초반 등장해 크게 성공했고, 70년대 즈음에는 미국을 대표하는 리테일이었던 JC Penny의 빈자리가 한국에서 들어오는 모던 해물마켓로 채워진다는 것. 그리고 그것에 환호하는 샌프란시스코 사람들을 보면서 기쁘긴 하지만 좀 싱숭생숭 하기도 하네요. 지금 이렇게 인기 만점인 한국음식도, 사회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못한다면 언젠가 새로운 것에 자리를 내주고 말 테니까요. 일단 지금은 곧 들어올 자갈치 시장에 맘껏 기뻐하고 기대하고 싶습니다.


  'The Proper Asian Wave', '제대로 된 아시아의 물결' 이라고 명명하면서요.





이 글은 다음메인 여행맛집 탭과

브런치스토리 인기글에 소개되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야심한 밤, 샌프란시스코 시청에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