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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esidio Library May 19. 2023

지구(와 내 지갑)을 지키는 베이커리 구매법

이대로 보내주기엔 너무 좋은 것들


빵은 맛있다.


미국 빵은 거의 극단으로 나뉘는데, 보통 사워도우나 바게트 같은 식사빵 (쌀밥같은 느낌) 아니면 페이스트리나 디저트, 쿠키, 도넛으로, 후자는 느끼해 죽거나 달아서 목이 타들어갈 것 같다. 한국에서 우리가 흔히 먹는 식빵이나 모닝빵은 약간 저 둘의 중간 어딘가의 느낌인데 (퐁신퐁신 하고 약간 단맛이 첨가된), 아시안 빵집에서 주로 찾을 수 있다. 이 동네 마트에서 비슷한 것을 찾고 싶다면 브리오쉬번이나 "킹스 하와이안"에서 나오는 스윗 번을 사 먹으면 된다. 모닝빵 킬러인 우리 아빠에게 인증된 제품으로, Wholefoods 브리오쉬 번은 나도 맨날 사먹는다.


우리나라에선 배 아파서 병원가면 밀가루음식 (빵포함) 피하고 목이 아프면 찬 음식이나 음료를 피하라고 하지 않나. 여기서는 재미있게도 배가 아프면 토스트, 바나나, 쌀을 먹으라고하고, 목이 아파서 잘 못 삼키면 아이스크림등 찬 음식을 먹어보라고 한다. 처음에는 그게 얼마나 적응이 안 되던지. 물론 여기서 아플 때 먹는 토스트는 그냥 덜 단 물 베이스의 맨 식빵 같은 것이지 길거리토스트나 버터를 잔뜩 버른 토스트가 아니다.




어쨌든간, 나는 모든 베이커리 종류를 좋아하는데, 얘들은 쪼끄만 주제에 매일 먹기엔 굉장히 비싸다. 가뜩이나 페이스트리나 디저트 종류는 몸에도 안 좋은 주제에 비싸기까지 하니 죄책감이 더블이 된다. 한참 회사에 다닐 때는, 아침에 출근해서 바쁜 시간을 보내고 한 10시 쯤 근처 스타벅스에서 커피와 크림치즈데니쉬를 사먹곤 했는데, 그걸 거의 매일 먹으니 마음에 안 들었다. 뭐랄까, 미국에서 일하며 먹는 스벅의 커피는 "한국의 비이싼 고오급 커피"가 아니라 "아,, 일해야 해" 하며 때려붓는 메가커피 같은 느낌이다 (여기 스벅지점들은 한국처럼 고오급 내부도 아니다). 페이스트리도 "코슷코에서 48개 들이 같은 맛인데 내가 이걸 5불이나 주고 먹다니.."같은 느낌.


그러다가 알게 된 앱이 'Too good too go' 이다. 보내주기엔 너무 아직 너무 좋은(아까운), 정도로 해석되는 이 앱은 유럽? 어딘가가 본사인 거 같기는 한데, 최근에 미국에도 진출한 것 같았다. 말 그대로, 판매할 수 있는 기한은 끝나가는데, 버리기엔 너무나 멀쩡하고 아까운 제품들을 Surprise bag 형식의 떨이로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이다. 사용방법은 다음과 같다.


1. 주변에 이용 가능한 서비스를 찾는다. 업종도 다양해서 레스토랑, 베이커리, 식료품마켓등 원하는 곳을 고를 수 있다. 각자 가게 사정에 따라 픽업 시간이 정해져 있으니 (Tomorrow 11am-1pm 이런 식), 자기가 갈 수 있는 곳 중 마음에 드는 곳을 골라 선결제한다. 결제 금액은 대부분 $3.99-$6.99 (+tax if applicable)


2. 구매한 가게에 정해진 시간에 도착해 "Could I pick up Too good to go?" 라고 얘기하며 직원에게 본인 휴대폰 앱에서 픽업했다고 컨펌하는 버튼 슬라이딩 하는 것을 보여준다.


3. 직원이 담아서 건네준다.



굉장히 빠르고 간단하다. 주의할 점은 다음과 같다

* Surprize bag 형식. 뭘 받게 될 지는 그 가게의 각자 그날 사정에 따라 다르다. 내가 뭘 콕 찝어 달라고 요구할 수 없다. 가끔 뭐가 엄청 많이 남아있으면 고르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 반드시 정해진 픽업시간에 맞춰 가야한다. 픽업 윈도우가 굉장히 좁은 곳도 많다 (딱 30분 주는 곳도 많다) 앱의 픽업 컨펌 펑션이 딱 그때만 열리고 없어져 버리며, 그 후에는 픽업이 불가능하다. 환불도 받을 수 없다. 우기기 없음.

* 도시 지역에 주로 많다. 내 주변에 참여하는 가게가 없다면 못 쓴다..


나는 베이커리 구매용으로 사용한다. 개인별로 본인이 어떤 음식을 소비하는가에 대한 조심성은 다르겠지만, 나는 유통기한 다 되어가는 것을 먹는 것에 대한 큰 거부감은 없다. (어렸을 때 언니가 편의점에서 알바할 때 저녁에 '폐기'상품을 가지고 오곤 했는데 나는 그게 너무 좋았다ㅋㅋㅋ 유통기한이 오후 2시까지라고 써있으면 2시 1분이 됐다고 상한 게 아니잖아?) 오히려 불필요한 음식물쓰레기를 줄이고, 사업자 입장에서도 약간의 이윤을 남겨 넘기는 것이 지구-자영업자-앱사업자-소비자 모두에게 윈윈 아닌가! 아마 가게 입장에서도 이거 픽업하러 왔다가 커피라도 하나 같이 사가고 할 수 있으니, 추가 고객 트래픽을 형성하는 점에서도 좋은 듯 하다(앱에서 이거 픽업하면서 그 가게에서 뭐 다른거 샀니?하고 묻는다).


개인적으로 조심하는 점이 있다면 평점이 낮은 가게는 이용하지 않고, 내가 가 본 적 있어 믿을 수 있는 곳이거나 policy체계가 엄격히 잘 잡혀 있을 큰 체인 카페/베이커리를 주로 이용한다. 1년 반? 가까이 앱을 사용했는데, 한번도 상한 제품을 받았다거나 먹고 탈이 난 적은 없었다.


게다가 굉장히 이득이다 (내 기준에서). 오늘 득템한 곳은 한국에서도 유명한 블루바틀. 여기의 페이스트리 금액은 개당 $5 내외이다.



내가 결제한 금액은 $5.99. 오늘 갔을 때는 따로 담아두었던 것이 없었던지 그냥 저기 판매중인 것을 담아 주었다. 내가 오늘 받은 물품들은 섬네일사진과 같다.


아-아름답다. 마음이 다 풍요로워지는 느낌이다ㅋㅋㅋ 할 수 있다면 지금 쓰는 문장에 꽃을 달고 싶은 기분이다 (신데렐라 OST. 오늘은 기분이좋아~ 랄랄랄랄랄랄랄라~). 이 4가지를 정가로 구매했다면 무려 20불정도가 된다! (야호) 나는 얘들을 종이봉투에 개별포장해서 냉동실에 열려 놓고 남편과 함께 먹는다. 우리는 주로 두끼를 먹는데, 그 끼니 사이에 출출할 때 한개씩 빼서 돌려 먹으면 딱 좋다.


내 주로 사용처는 Blue Bottle, Peet's Coffee 같은 대형체인 커피숍과 동네 유명 베이커리들이다. 무엇을 받을 지 모르는 재미도 쏠쏠하다. 저번에는 아시안 베이커리에서 2번을 구매했는데 커다란 식빵이 2봉이나 생겨서 한 2주동안 온갖 버젼의 길거리토스트와 크로크무슈를 해 먹었다. 남편이 아주 좋아했다.


나만 알고 싶은 앱인데, 요즘엔 인스타 같은데에도 많이 올라오는 것 같다. 이 서비스의 이용자가 너무 많아지면 정해진 갯수를 득템하기 위해 광클을 해야 할 것이고, 이용자가 너무 없어지면 사업이 이 구역에서 철수해서 아예 이용하지 못할 수 없게 될 지도 모른다. 그래도 광클이 없어지는 것 보다 낫지. 게다가 좋은 사업구상이고 환경에도 좋으니, 많은 사람이 알면 좋지 않겠는가. 한국에는 아직 서비스하지 않는 걸로 나와있는데 곧 진출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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