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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esidio Library Jun 02. 2023

어른이 된다는 건 초코첵스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것

왜냐면 여기서 구할 수가 없기 때문에ㅠㅠ

어렸을 때 우리의 간절한 소원은 무엇이었던가! 얼마 전 누군가 제티 20봉을 넣고 우유 큰 한 팩 전부를 초코우유로 만들어 드디어 어른이 되었다는 내용과 함께 포스팅 한 것을 보았다. 누구는 당근 안 넣고 고기를 잔뜩 넣은 카레를 만들어 먹는다는 것을 코멘트에 목 놓아 외쳤다 (나도 당근 싫어하는데ㅋㅋ)


이 작은 것들이 왜 그렇게 웃기고 공감이 되는지ㅋㅋㅋ 다들 비슷비슷하게 자랐나보다. 아이들을 교육하고 돌보아온 입장에서 우리네들의 부모님들께 박수를 보낸다! 애들 골고루 먹여 키우겠다고 고생하셨어요!!


내가 지금 제일 좋아하는 시리얼은 초콜릿 첵스다. 우유는 그대로 두고 첵스만 계속 리필해서 우유가 진-한 초코우유가 되는 것이 제대로인데, 어렸을 때는 한 번 밖에 먹을 수 없으니 이를 실현하기가 어려웠다. 그 때는 어른이 되면 초코첵스를 밥공기로 3번 씩 먹으리라!! 다짐하곤 했다.


이제 나는 으른이라, 내 마음대로 초코첵스를 먹을 수 있는데!! 먹을 수가 없다. 일단 문제는 재료수급의 어려움에 있다. 미국은 시리얼의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심지어 켈로그는 미국회사임에도 불구하고 저 초코첵스는 미국에서 구할 수 가 없다! (미국에 사시는데 구할 수 있는 분 계시나요?ㅠㅠ) 온라인도 뒤져보고 한인마트를 뒤져봐도 없다. 여기도 초콜릿 맛 첵스가 있긴 한데, 그 반죽 자체가 초콜릿이 아니고 플레인 첵스에 초코 가루를 입힌 형태라 우유에 스며든 그 점잖은 초콜릿 맛이 나지를 않는다.

미국첵스 초코맛. 가루만 바르고 초코인 척 한다니ㅠㅠ

간간히 한국에 오는 친구들이나 한국에 소포를 붙이는 언니에게 보내달라고 한다. 이렇게 부탁하면 고맙게도 어렸을 때 본 상자에 담긴 크기가 아니라 흡사 '개사료'처럼 보이는 커다란 놈을 보내주곤 한다. 나는 이걸 남편도 못 만지게 하고, 창고를 터는 다람쥐마냥 조금씩 꺼내 우유에 말아먹으며 행복해 한다


사실 언제나 아무렇게나 먹을 수 있다면, 이는 더이상 희귀하거나 행복하지 않게된다. 결혼을 앞두고 살림을 합쳤을 때, 남편과 나는 외식을 자주했다. 남편은 고급인 것들은 돈을 들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우리는 여기저기 유명하다는 레스토랑에 많이 다녔다. 그러다 언젠가 깨달았다. 파인다이닝이 더이상 설레거나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외식비를 줄이고, 집에서 해 먹고, 특별한 날에 파인다이닝을 찾아가게 되자 그제서야 그 경험이 더 특별해졌다.


지금 있는 첵스는 최근에 한국에서 방문했던 친구가 사다 줬던 것이다. 나같은 사람이 또 있는 건지 다른 친구용 하나, 본인의 약혼자 아버님 것 까지 저 큰걸 세 개나 지고 왔다고 한다. 혹시 샌프란시스코에 올 일이 계신 분은 맛난 커피 한 잔 대접하겠사오니 첵스 이송 가능하신지 여쭙고싶다 (하하)






브런치를 시작 한 지 한 달 정도 되었다. 한국어로, 한글로 글 쓰는 것이 그리워 시작했는데, 최근 매 주 메인에 노출이 되며 많은 조회수를 받았다. 어제는 1만 6천뷰였는데, 이 숫자가 별 것 아닌 분들도 많이 계시겠지만, 나에게는 눈이 띠용 하는 숫자였다.



다들 수익을 창출한다는 블로그를 한다는데 나도 그걸 했어야 하나 싶었다가도 여기저기 어지럽게 광고가 널려있는 글들을 보면 눈이 아파서 브런치로 되돌아온다. (브런치 같이 아름다운 플랫폼에 딱 한 칸 정도만 광고가 들어가는 곳은 없나?)


미국에 오게 된 계기인 오페어에 대한 글로 시작해서 시리즈를 쓰려고 했는데, 이 글들은 너무 특정 그룹만 관심이 있어서 인기가 없다. 인기가 많은 글들은 그저 일상속에서 내가 쓰고 싶어서 쓴 글들. 일단 나조차도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재밌는 에피소드 위주의 에세이가 좋은지라, 그렇게 써보고 싶긴 한데 그걸 어떻게 묶으면 좋을까 고민중이다. 오페어 얘기도 천천히 계속 써 나가긴 할 거다.


아직도 쓸 거리는 많아서 신이난다. 국제결혼 얘기도 있고, 요즘 핫하다는 퇴사 얘기도 있고, 교육자로서 생각하고 있는 시리즈도 있다. 일단 지금은 한국어로 즐겁게 글을 쓸 수 있다는 것과, 내 글을 읽어주시는 (훑어내려주시는) 분들이 계시다는 것이 정말 감사하다. 어떻게 마무리해야할 지 모르겠다. 그저 감사하다고 쓰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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