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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esidio Library Jun 27. 2023

샌프란시스코 밤하늘에 무지개가 떴다!

이상하고도 아름다운 도시의 축제, 샌프란시스코 프라이드



매 년 6월이 되면 샌프란시스코는 프라이드 퍼레이드 주말 준비로 도시 전체가 알록달록해 진다. 메이저 기업들이 대대적으로 후원을 하고, 시 차원에서 아주 공을 들여 준비한다. 6월 막주 일요일 아침에 4시간은 이어지는 화려한 퍼레이드가 메인 이벤트이고, 그 전 금/토에는 갖가지 행사가 벌어진다. 일요일에 날씨가 흐리고 추워 프라이드 퍼레이드는 온라인으로 봤지만 (비추다. 화면이 정신없다. 현장에 가서 보시라 훨씬 재밌다), 토요일에 시티홀 지구 한가운데에서 하는 축제는 다녀왔다.


샌프란시스코 시청 건물이 아름답다


도로를 잔뜩 막고 여러개의 공연무대, 갖가지 부스와 먹을거리가 한가득 들어서 있다. 축제 입장은 무료이지만 소지품 검사를 하고 정해진 입구로만 들어갈 수 있다. 앞 줄 사람이 물을 버리는 것으로 보아 음식물이나 음료 반입은 금지였던 것 같다.


오른쪽에 보이는 건물은 아시안뮤지엄. 프라이드라고 커다랗게 장식해 놓은 것이 예쁘다


몇 년 전에 왔을 때 보다 규모가 훨씬 커져서 굉장히 놀랬다. 각종 부스에서는 물건을 팔기도 하지만, 공공서비스 선전, 연구참여 부스, 소방서나 경찰들 같은 관공서도 참여한다. 여기 저기서 광고용으로 작은 경품이나 샘플, 술을 노나주는데 그거 모으는 게 꽤 재미있다.


컨페리 라는 이 부스에서는 Frose (Frozen+Rose와인을 합쳐서 만든 단어) 시음을 무료로 나누어 주었다. 술 샘플을 먹으려먼 신분증을 인증하고 나눠주는 팔찌를 차야한다. 프로제는 큰 컵으로 사 먹고 싶을 정로 맛있었다! 부스도 귀여워서 사진 찍는 사람들이 많았다. 스미노프에서도 보드카쥬스? 같은 걸 노나주기에 그것도 맛봤다.


돌아다니면서 이것 저것 구경하고 쓸데없는 작은 것들을 받아 모으다 보니 이만큼이나 되었다.

남편은 이런 걸 받아오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데 내가 재밌어 하니까 같이 받아온다. 남편은 뭔가 이런 데에 의도치 않게 나를 웃기는 재주가 있는데-  저 '세이프웨이' 부스에 줄이 길었는데 남편은 하기 싫어했으나 내가 우겨서 같이 줄을 섰다. 경품은 추첨 틀에 큰 플라스틱 코인 같은 것을 넣어서 초코바, 트레일 믹스, 장바구니, 손소독제, 립밤 중 하나의 칸에 들어가면 그걸 주는 거였다.


나는 아 손소독제만 아니면 좋겠다 했는데 손소독제가 걸렸다(이런). 나는 옆에 있는 남편에게 너도 해보라고 들이밀었다. 남편이 어색하게 떨어뜨린 코인이 맨 밑의 칸에 튕겨나와 땅바닥에 떨어졌다. 우리는 어버버하며 어.. 꽝인가봐 하고 있는데, 부스 지배인? 으로 보이는 직원분이 오시더니 웃으며 "땅에 떨어지면 다 드립니다!" 하면서 장바구니를 열어 모든 상품을 쓸어담아 주셨다. 남편은 어정찐 표정을 지으며 엉거주춤 가방을 건네받고, 나는 그 상황이 웃겨 옆에서 그저 내내 깔깔대고 웃었다. 아! 당신이라는 사람, 원하지도 않았는데 지독히도 운이 좋은 남자.


무튼 저 자질구레한 것들 덕분에 몇 년 동안 장바구니 걱정을 덜었다.





주말 내내 말 그대로 밤마다 무지개가 하늘을 수놓았다. 시 차원에서 비주얼 아트를 설치한 것으로, 작년에는 마켓스트리트 도로를 따라 쏘았는데 올해는 트윈픽스를 겨냥해서 그 규모를 두 배로 늘렸단다. 집에서도 하늘에 어렴풋이 보였으나, 남편이 어디서 인스타그램 사진을 봤는지 트윈픽스에 가서 봐야 한다고 했다. 오밤중에 차를 몰아 트윈픽스에 갔다. 구글맵스는 보통 다니던 길이 아닌 곳을 안내했고 남편은 길을 잘못들어 뱅뱅 돌았다. 언덕을 따라 깜깜한 언덕길을 구불구불 올랐다.


차가 굉장히 많아 뷰포인트까지 못 가고, 갓길에 겨우 차를 댔다. 가로등이 없어 사방이 깜깜했고, 우리는 빛이 보이는 곳을 향해 뛰었다.  바람이 어마무시하게 불어 얼굴을 때렸다. 예쁘지만 않아봐라.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같은 방향으로 걸었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현실같지 않았다. 공상과학 영화인가? 쏘아올린 무지개가 곧게 뻗어 내 머리위를 지나가는 놀라운 광경.




샌프란시스코의 에너지는 힘이 있다. 이 이상하고도 아름다운 도시가 던지고 싶은 이야기는 무지개와 같지 않은가.


바람이 세차게 분다.
하늘은 어둡고 캄캄하다.
고요히 쏘아올린 알록달록한 빛은
바람과
안개와
어둠을
부드럽게 뚫고 장엄하게 뻗어나가
갈등 그 너머로 이어지는 다리가 된다


샌프란시스코 프라이드는 사랑과 지지로 가득하다. 그 어느 축제 부스를 들어가든, 퍼레이드를 구경하기 위해서 길거리를 걷든 모두가 서로에게 친절하고 행복과 사랑을 나누어주고 싶어한다. 나는 그 것이 마음속 깊이 아름답고, 정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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